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오늘은 제가 김밥 옆구리 터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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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agneskim] 쪽지 캡슐

2000-02-28 ㅣ No.1272

 

† 찬미예수님

 

추기경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라는 이태리 인사말은 제가 훠꼴라레 새가족운동을 해서 알게 된 것이 아니고... 실은...

몇 년 전 저희 본당에 계시다 지금은 유학중인 신부님이 있습니다.

그 신부님께 제가 안부 메일을 보냈는데 + L’amore e la pace di Gesu Cristo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평화) 라고 시작되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거기서 잘라다 할아버지 편지에 붙여 넣기를 한 것이지요... 호호호

 

그러니 아녜스가 이런 것까지~ @o@ 하고 저의 수준을 높이 평가하셨다면 너무 많이 내리지는 마시고 조금만 내려 주세요...  -_-;;

 

오늘 아침은 왜 이렇게 팔이 아픈가 했더니...

 

토요일 오후부터 어제 오전까지 김밥을 말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물론 밤새워 만든 것은 아니고요)

제가 또 한 팔뚝하다보니 (호호호) 그에 비례하여 팔 힘까지 좋아서... 김밥 마는데는 자신 있거든요...(김밥은 맛도 중요하지만 맛의 융합을 위해 단단히 마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제가 워낙 김밥을 좋아해서 특별한 약속이 없다거나 심심할 때는 늘~ 김밥을 만듭니다.  특이하죠?

 

남들 앞에서 자신 있게 잘 만드는 음식이 "김밥"이라고 말할 정도로...

 

토요일 저녁에는 김밥을 말면서 시집간 언니 생각을 했습니다.

언니가 첫 째 조카(저를 호랑이로 승격 시켜 준...)를 임신했을 때 제가 만든 김밥이 먹고 싶다고 주말마다 전화를 했었거든요...

 

언니가 시집가던 날을 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약 6년 전!

언니가 시집갈 때 저희 집은 그 많은 손님 접대 음식을 모두 집에서 장만했습니다. (요즘은 집에서 하기보다는 뷔페에다 맞기거나 피로연 하는 음식점에 맡기는 집이 많습니다)

 

물론 한 음식 한다는 친척들이 모두 와서 도와주기는 했지만...

저와 저희 어머니는 밤을 새워 일을 했습니다.

초,중,고 12년을 모두 합치고 중요한 시험이 있는 날도 또 그 좋은 MT를 가서도 워낙 많은 잠 때문에 절대로 밤새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제가...

하나 뿐인 언니를 위해 날 밤을 샌 것이죠~ 으~ 그 때의 피곤함이란....

 

제가 새벽 3시쯤 자고 저희 어머니는 4시가 넘어서 결혼식 당일 잠시 눈을 붙였는데...

5시쯤 언니가 일어나더니 전날 저희가 언니를 위해 예쁘게 정리해 둔 짐을 마구 뒤지는 거였습니다.

 

그 소리에 선잠을 자던 제가 짜증을 내며 일어나

 "아니~ 언니야~ 지금 뭐해?  자꾸 시끄러운 소리를 내서 못 자겠어~

  나랑 엄마랑 얼마나 늦게 잤는데...

  그리고 그 짐들 우리가 어련히 알아서 차에 실어 줄까... 잠 좀 자자"

 

언니는 아무런 말없이 부스럭거리며 계속 뭔가를 찾았습니다.

 

 "언니야? 엄마 깬다... 시집가는 날까지 왜 그래??"

 

그런데 언니의 두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어! 뭔가 이상하다~  -.-

그리고, 찾던 것이 한복이었는지 한 복 상자에서 한복을 꺼내 입는 것이었습니다.

 

 "언니 화장하러 가는데 한복 입고 가게?  그게 뭐야?"

 "조용히 해 다른 사람들 깨겠다"

 "지금 언니가 시끄럽게 하잖아..."

 

언니는 한복을 입는 내내 울면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언니 그냥 편한 옷 입고가~"

 "작게 말해......"

 "언니~  버선까지 신어?"

 

한 참 말이 없던 언니가 우는 소리로

 

 "엄마 아빠한테 절하려고 그래..."  @.@   -_-;;

 

전 울기 시작했습니다.  

제 울음소리에 식구들과 친척들이 하나 둘 일어나고...

언니가 부모님께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서 절을 할 때 저희 가족 모두 언니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언니의 그 깊은 뜻(?)을 눈치로라도 알았다면 얼른 일어나 언니가 한복을 예쁘게 입을 수 있도록 도와 줬을 텐데...

 

언제나 그 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납니다. (지금도 찔끔..)

 

할아버지 오늘은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김밥 얘기하다 삼천포로 빠졌던 아녜스 올림

 

 

추신:  제가 할아버지께 은밀히 올렸다는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찬미예수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불광동의 김희정 아녜스입니다.

굿~뉴스 게시판을 이용하지 왜 e-mail을 보냈냐구요?

내용이 공개되면 안 될 것 같아서... ^^

 

다름아니라 저희 본당에  3월 1일(수) 시종직을 받는 학사님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꽃순이 (학사님은 결코 원하는 눈치가 아니지만...)를 하려고 3월1일 혜화동으로 뜰 건데... 지난번 할아버지께서 기회가 되면 SIGN을 언제든지 해주신다고 하셨던 말씀을 생각하고...

 

할아버지 시간이 괜찮으시면 소문 안 내고 조용히 할아버지를 뵙고 SIGN도 받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소문이 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할아버지 방 앞에 모일 것 같아서요 (서로 할아버지 얼굴 가까이서 보려고...)

 

물론 할아버지께 제 얼굴을 보여드리지 않는 것이 할아버지 건강에 (저를 보신 후 속이 갑자기 불편해 지실까 봐) 좋을 것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제가 신학교 정문에서 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

 

그럼 할아버지 건강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뭐~ 이런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제 은밀한 메일도 아니네요~  할아버지께서 "그래라~" 하셔도 걱정입니다.

너무 많은 할아버지 펜들이 모여들지 않을까 하는...

 

할아버지 짧게 짧게 쓴다는 것이 오늘도 긴~ 편지를...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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