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세가지 Episo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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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락준 [tutti] 쪽지 캡슐

2008-06-18 ㅣ No.9168

6월 15일 예술의 전당
 

+찬미 예수님
 
Gloria~  Gloria~
 
Episode 1
 
어느 화창한 6월의 일요일(6월 15일)
그날은 아시다시피 견진성사가 있어서 평소 보다
1시간 늦게 미사가 끝났다...
나는 같이 점심을 먹자는 약속도
같이 산에 가자는 꼬심에도
집에 가서 오랜만에 오침을 즐겨볼가 하는 유혹에도
절대 굴하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경주마 처럼
예술의 전당으로 냅다 줄달음질을 쳤다.
그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못가본 음악회가 많고
 또한 아프리카 어린이 돕기 자선음악회라
오늘은 기필코 가야지 하고 애초에 마음을 먹어었다.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듣는 라우스데오의 합창과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협연은 
너무 멋지고 아름다웠다..연주 곡은
"Giacomo. Puccini의 Messa di Gloria"
 
Intermision에 이어지는 제2부에서는 최호영 신부님의
오르간 연주가 있었는데 아마도 현역 신부님의
대중 공개 연주는 참 보기 드믄 장면이지 싶다
이어 제3부에서는 한국가곡과 오페라 아리아와
애창되는 합창곡을 불렀는데...
그중 저는 린다박의 열창에 고마마 넋이 나가삐릿다..
이쁜 사람이 노래도 잘하네 하며..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눈을 흘기며 한마디 한다..
 
"잘한다 잘해 아주 침을 질질 흘리시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든 나는 현실의 살벌함에 치를 떨어야했다.
흐르는 침을 연신 소매로 훔치며 속으로 생가했다
 
"내일 아침밥 얻어먹기는 다 틀렸네 아이고~"
"제발 아침밥 못 얻어먹는 걸로 끝나야 하는데."
"예수님 성모마리아님 제발 제발 저를 지켜 주소서"
 
(우리 성당에서 6월 27일 서울 챔버 앙상블 공연에도
린다박께서 출연을 하지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인사를 하는 독창자와 악장과 인사를 나누는 지휘자(맨 앞 드레스를 입으신 분이 린다박...^^*)

 
 
Episode 2
박수는 아무때나 치는게 아닌데..
 
오늘 참 좋은 공연에 사회자인 김병찬 아나운서의
재치있는 말솜씨가 더해져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옥에 티라면 연주회 분위기를 깨는 박수의 남발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사곡의 연주는 미사곡 전체를 한 곡으로 보기 때문에
자비송(Kyrie)으로 시작해서 하느님의 어린양(Agnus Dei)이
이 끝났을 때 비로소 박수를 치는 것이 중간 종지의 잔향을 즐기며
전체적인 곡의 흐름에 빠져있는 연주자의 집중력을
깨지 않고 끝까지 연주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심지여 영광송(Gloria)의 중간 종지에서 박수가 터져나오더군요.
지휘자가 순간적으로 당황하는 듯이 보였습니다.
 
또한 연주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종지의 화음을 길게 끌며
연주를 하고 청중은 와인의 향 같은 잔향을 음미하는데
느닷없이 너무 이른 박수는 이런 상황에서 코 끝에
후추가루를 확 뿌리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주 연주회를 가보지 않거나 관심이 없는 분들이
박수 타이밍을 잡기란 그리 쉬운일은 아닙니다.
 
가만히 보면
 
성악은 독창자가 같은 음을 길게 내며 팔을 위로
올리거나 두 팔을 옆으로 벌리다 긴장을 풀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면 끝난 것입니다.^^*
 
합창이나 오케스트라는 지휘자가 동작을 멈추고 지휘봉을
아래로 내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청중을 향해 돌아서려 하면 끝난 것입니다.
 
피아노나 오르간은 종지음을 약 10초 정도 누르고 있다
몸을 뒤로 제치며 손을 크게 위로 들어 올리면 끝난 것입니다..
물론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요...^^*
 
가장 좋은 방법은 헷갈리면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남들이 열심히 박수를 치면
그 때 따라서 박수를 치면 됩니다...하하
 
악장으로 구분된 대곡이나 미사곡이 아니라  
한곡 한곡 따로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가곡이나 오페라 아리아, 모데트 등은 
매 곡이 끝났을 때 마다 마지막 종지의 잔향을
즐기며 집중하던 마음의 긴장을 풀고
침을 꼴각 삼킨 후 서서히 시작하여 점점 열광하며
박수를 치며 되지싶습니다...
아마도 많은 연주자들이 열망하는 박수일 것이다.
 
이번 서울 챔버 앙상블의 연주는 한곡 한곡이
독립적으로 연주되는 형태를 취할 듯 합니다..
이런 경우는 한 곡이 끝날 때 마다 열열한 박수를
보내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Episode 3

 
 
어찌되었던 공연은 끝이났고
저희 부부는 몇몇 지기들과 함께
가까운 곳에 있는 백년옥이라는 두부를 잘한다는 집으로
자리를 옮겨 이른 저녁 겸 술 한잔을 나누며
인류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던 우리는

늦게 오신 또다른 분들과 낙성대 공원에서

시원한 맥주를 한 잔 더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여 어느분의 차로 낙성대를 향하고 있었고 그 안에서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 제가 말했습니다..
 
"그때는 레크레이션 자격증을 따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게임을 지도하고 싱어롱을 하고 해도
하나도 안떨렸는데..아 글쎄 한 12년 전쯤인가요
그 때 이종철 신부님 바단조 미사곡을 하는데
지휘자님이 저보고 베이스 솔로를 하라고 해서 미사중에
솔로로 노래하는데 무지하게 떨렸습니다...희안하죠?"
 
딱 요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바로 한 분이 나서며
 
"잉~아니 어느 정신없는 지휘자가 힐라리오를 솔로 시켜 그래.."
 
차안은 박장대소에 난리가 아닌데..
아내가 한마디 합니다..
 
"보세요.. 한눈파니까 바로 벌받지 아휴 고소해~"
 
 낙성대에서 마시는 맥주가 참쓰더군요....쩝~
 

 

낙성대에 있는 강감찬 장군 동상
 
 
 


2008년 6월 17일 행복하다 슬퍼진 Hilarius

 
  

 

 Giacomo Puccini ; Messa di Gloria in A flat major

(그날 라우스데오가 연주한 곡입니다.)

 
잠시 한눈 판 나를 용서해준 아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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