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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쳐버린 선 에대하여.(묵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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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원 [hying728] 쪽지 캡슐

2000-11-03 ㅣ No.1261

찬미 예수님!

 

고백합니다.

얼마전에 삼성동에 있는 한방병원에 갔었습니다.

함께했던 자매님과 병원길건너 악국 가는길 아파트앞에 먹음직스런 호떡집을 발견 했습니다. 날씨도 써늘하고 출출하던차에 얼른 하나 집어들었는데...

마침. 그곳에서 한눈에 보아도 노숙자인듯한 40대중반의 남자를 만났습니다.

세례명은 베드로이고 지금입은 양복도 성당에서 얻어입었고 부인이 아이데리고 전세돈 빼서 나가버리고 갈데가없고 속상해서 술만먹고싶고.....

술취한 끝없는 넉두리를 임자만난양 털어놓습니다.

듣다가...      겨우       한다는          말이.

"얼른 일자리를 찾아 열심히 살아야지요. 하느님 안에서 힘을 얻으세요..."

그러면서 마음속에 호떡이라도 사드릴까 어쩔까 갈등하는사이,

자매님 이끌림에 모른척 끌려나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주제에 그날 봉사를 한답시고 당당한양 꺼림직함을 애써 외면하면서....

그런데 몇일후.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던날.

노숙자인 베드로 형제께 호떡한봉지 전해주지 못한 부끄러움과 안타까움과 염려스러움에

웬일인지 진종일 마음이 불편함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메아리처럼 알량한 신앙인의 양심에 덜그락 소리가 부끄럽게 남겨져습니다.

그리고...한 열흘후에 다시 그 병원에 봉사차 갈일이 생기던날.

마구 달려간 호떡집 아저씨께 그 술취한 베드로 형제님 안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형제께 호떡 주라고 돈을 꺼내려는데...

호떡은 그냥주어도 안먹고 술만먹는데 요즘 통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 그날. 호떡이라도 손에 들려주며 손이라도 잡아드렸어야 하는거였는데...

사랑실천의 기회는 그때그때 주저하지도 망설이지말고 하라고 예수님이 누차 일러주셨건만. 전 그날 알면서도 모른척 마음의소리를 무시했던 거지요.  

 

시월 둘째주말에 친정인 대전에 갔습니다.

삼십여년전 초등학교적 선생님이 위암에걸려 성모병원에 입원해 계시는데 회복하시기가 어렵겠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엄마와 언니와 함께 병원에 찾아가기로 약속했습니다.

정작 당일이되니 예상했던 일정이 늦어지고 정말 찾아가 기도해드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무시한채 다음기회로 미루고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오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 기억속에 훌륭하신 선생님께서 11월 1일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안타까움. 뜻밖에 아릿한 슬픔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요...

그날 살아계셨을때 찾아가 손이라도 잡아드리며 기도라도 해드렸더라면 하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컸습니다. 어렸을적 그분은 우리집 자매들을 유독 사랑해 주셨는데 위암이라는 고통중에 이 세상을 떠나셨다니요. 하느님도 안믿고 그냥 가셨다니...

이제 다시는 그 선생님을 뵐수가 없게됬습니다.

남겨진것은 그날 상경길이 조금 늦더라도 병원에 찾아갔어야 했다는 엄청난 후회와 안타까움뿐.

 

놓쳐버린 선 에대하여 동동거린다는것은 그때그때 그리스도 음성에 민감하게 응답하지 못했다는, 신앙인의 양심에 부끄러움이자 안타까움 같습니다.

 

월요일날 관악산 등산. 화요일날 남양성모성지 미사겸순례.

수요일날. 미사후 레지오주회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환자 방문이 있었습니다.

어찌나 몸이 피곤하고 할일은 많은지 병원이 멀게 느껴지고 한순간 갈등이 왔습니다.

순간 (나 자신을 예수님께 내어드리자. 분명 하느님 큰 사랑이 필요한 그 어느생명을 위해 예수님대신 미소한 나를 보내시는거...

군소리말고 내일로 미루지도 말고 언제든지 맏겨드리자.

지금당장 따라나서자. 어짜피 예수님 사랑하기로 했으니...)

어찌 그리 기특한 묵상이 떠오르던지요...미소한자의 벅찬 뿌듯함 그것입니다.

찾아간곳은 암 병동. 유방암환자 스텔라자매님.

차라리 숙연 하리만큼 조심스런 기도로 육신의 아픔을 함께 나눠드릴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옆 침대에. 18년간 냉담했던 글라라자매를 만났습니다.

한달전. 난소암으로 시작 위암까지 전이되어 위를 100%절제수술하고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태국에서 오래살다가 부랴부랴 고국으로 돌아왔다는 글라라 자매.

냉담을 오래했다는 자책감과 고통스런 육신의아픔에 가녀린몸은 떨고 있었습니다.

지갑속에있던 예수님상본과 일단짜리 묵주를 전해받으며 끝내 눈물을 흘리는 손을

꼬오옥 잡아 기도해드리고 돌아왔습니다.

 

내가 여러분을 위해서 기원하는 것은 여러분의 사랑이 참된 지식과 분별력을 갖추어 점점 더 풍성해져서 가장 옳은 것이 무엇인지를 가릴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사도바오로의 필립비서1장9절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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