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살 맛 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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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1-09-11 ㅣ No.4968

오늘 아침에 아주 기분 좋은 메일을 받았습니다.

어떤 신부님의 글인데.......

함께 나누고 싶어서 옮겨 봅니다.

 

 

*******살 맛 나는 세상!

 

언젠가부터,

정확히는 세상 돌아가는 꼴에 슬슬 염증과

분노를 느끼기 시작할 때부터 꿈꾸던 세상입니다.

때때로 이해하기 어렵게 다가오는 ’하느님 나라’를

우리 식대로 정감 어리게 불러보자면

바로 ’살 맛 나는 세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살 맛 나는 세상!

 

뭐라고 딱 잘라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다들 나름대로 느낄 수는 있을 듯 싶습니다.

굳이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를 꼽으라면,

사랑, 믿음, 평화, 기쁨, 희망, 더불어 함께, 정, 웃음,

넉넉함, 따뜻함, 느긋함 등을 들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이러한 것들이 부족할 때,

세상 살 맛이 별로 나지 않을 것입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 가운데서,

복잡 미묘한 인간 관계 안에서 살맛을 잃어 가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무미건조한 세상살이 가운데서,

실타래처럼 얽힌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잃었던 세상사는 맛을 불현듯 되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나름대로의 원인이 있기 마련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 중에서 가장 커다란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사람들’,

즉 ’너’, 그리고 ’나’와 너’가 얽히고 섥혀 있는

’우리’가 바로 이 ’사람’이겠지요.

’나’든 ’너’든 ’우리’든,

사람들에게 치일 때 삶의 공간인 세상은 말 그대로 지옥처럼 다가오겠지만,

이와 반대로 사람이 있는 그대로 소중한 벗으로 다가올 때

세상은 살 맛 나는 곳일 것입니다.

 

살 맛 없는 세상에 다시금 맛을 돋구는 사람이 되라고,

음식의 간을 맞추기 위해 음식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완전히 녹여 없애는 짠 소금과 같은 사람이 되라고

예수님께서 부르십니다.

"여러분은 땅의 소금입니다." 참으로 매력적인 말씀입니다.

살 맛 나는 세상을 꿈꾸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살 맛 나는 세상이 되도록 세상 속으로 녹아 들어가라는 멋진 초대입니다.

"그러나 소금이 싱겁게 된다면 무엇으로 그것이 짜게 되겠습니까?"

세상의 맛을 내기 위해서 내가 고유하게 지니고 있어야 할 맛을

절대로 잃지 말라는 사랑 가득한 따끔한 충고의 말씀입니다.

 

요 며칠 동안, 함께 하고 있는 벗들로 인해

(전적으로 그들 탓만은 아닙니다만) 솔직히 조금 사는 맛을 잃었습니다.

다른 한편 저로 인해 그 벗들도 사는 맛을 잃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좀 더 내 자신과 내가 만나고 있는 벗들에 대해서

깊이 성찰해 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삶 안에 먼저 스며들어가

서로의 삶을 좀 더 맛깔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작은 만남에서 시작된 맛내기가 점점 커져 살 맛 없는 세상에

다시금 살맛을 내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작은 꿈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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