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낙엽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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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배 [amen1004] 쪽지 캡슐

2001-11-27 ㅣ No.5142

 

우 부제님 반갑습니다

 

지난해 우리 성당 입구에 11월 말까지만 낙엽을 쓸지 말아 달라고 용강 중학교 담장에 써붙였었던 것을 생각하며

 

 

[퍼온글]

 

 

오늘도 아저씨들은 낙엽들을 열심히 쓸어 모을 것이다.

 

 

 

누구는 청산이 말없이 살라 했다지만 나는 마당에 떨어져 쌓인 낙엽들이 말 없이 살라 한다.  봄에는 신록, 여름에는 진록으로, 생과 성장의 고행 길을 넘어 이제  멸의 길목에 선 "꿈의 껍질"을 밟으면서 듣는 낙엽들의 소리 ... 말 없이 살라 한다.

 

 

 

 부지런히 낙엽을 쓸어 모으는 아저씨들의 무심이 안스럽다. 아저씨들도 꼭 좋아서 그럴까만 비질소리가 낙엽들의 속삭임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비질을 않도록 부탁드리면 아마도 아저씨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마당에 뒹구는 낙엽들을 보시면 아마 저희들을 게으르다 하실걸요..."

 

 

 

 

 

교구장님!!!,그리고 주교님...

 

 

 

 

 

위령성월이 깊어가는 가을 한 가운데 있음은 우연이 아니라 생각됩니다.

 

 

 

낙엽을 밟으면서 끝내는 하느님 말씀대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우리의 원죄값에 대하여 그야말로 "말없는 깊은 묵상"에 잠겨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것이 참 좋을 것 같아서 건의 드립니다.

 

 

 

11월말까지만이라도 마당의 낙엽을 그대로 두도록 말입니다.

 

 

 

그 파릇파릇했던 어린시절, 푸르다 못해 검게 보였던 그 왕성했던 전성기가 이제 한낱 흙으로 돌아 가야 할 낙엽에도 있었음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람도 꿈에 부푼 어린 시절이 있었고  왕성하다 못해 거칠게 보였던 전성기의 날들이 있었음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만 하느님이 주신 자유와 지혜를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까닭으로 낙엽의 일생처럼 그렇게 깨끗하게 그렇게 순수하게 살아 오지는 못했다는 게 저의 솔직한 고백입니다.

 

 

 

"꿈의 껍질"인 낙엽들의 영결식을 뒤로 미루어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렸습니다.

 

 

 

 

 

교구장님,주교님,,,

 

 

 

11월말까지는 낙엽들이 마당에 제 멋대로 뒹글게 해 주십시요.. 살다가는 이곳을 마음껏 쓰다듬다 가도록 해 주시기를 청 드립니다.

 

 

 

아마도 해마다 꼭 같은 청을 올리게 될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성당 모퉁이에 퇴비장을 만들어 모아 보지만

건조할 때 위험물을 저장해 두는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한 낙엽 내년 여름 장마가 지나야 썩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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