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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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2-03-03 ㅣ No.5306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 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가슴 속에 후두둑 흘릴 눈물들이 많은 사람들은 동백꽃을 좋아하는 걸까?

어렸을 적 어느 날 엄마는 홑동백나무를 어렵게 구했다시면서  날 보구  

" 이 꽃 너무 이쁘지 않니? "  감탄하시던 생각이 난다.   

난 그 때 그 꽃이 왠지 촌스러운 거 같기도 하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그다지 감미롭지 않던 사춘기 시절이라서 우리 엄마의 그런 찬사가 조금은 지루하고 이상하게 느껴졌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난 어느 날 대중매체를 통하여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눈물처럼 후두둑......."

이런 가사의 유행가가  흘러 나오는 걸 들으면서 어린 날 편견처럼 묻어둔 동백꽃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씩 달리 갖게 되었다.

눈물처럼 후두둑 떨어지는 꽃이라니.........

그런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후둑 후둑 장엄하게 낙화하는 장관을 선운사라는 곳에 가서 꼭 보고 싶어졌었다.

그러다가 제작년 봄에 선운사에 갈 기회가 생겨서 선운사 뒷마당에 흐드러지게 핀다는 동백꽃에게 인사라도 하면 어린 날  나의 선입견에 대한 미안함을 달래기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붉은 꽃송이가 통째로 후두둑 하고 떨어지는 왠지 처연할 거 같은 광경까지 볼 수 있다면 하는 기대를 안고 그 곳을 찾아갔었다.

冬柏이라해서 겨울에 피는 꽃인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동백나무 서생지로로썬 최북단이라는 선운사에는 3월 말에도 아직 꽃몽우리가 맺혀 있을 뿐이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러 갔다가 무색해져 버린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상록수인 동백나무의 싱그러운 잎새는 짙푸른 녹색을 띤다.  

짙푸른 잎새에 붉은 꽃잎....그 안에 샛노란 수술 그리고 남쪽 섬 지방엔 한 겨울에 피어나는 꽃 무더기  위로 하얀 눈이라도 내린다면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그런 장관을 이나이 될 때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살았다니....씁쓸하기도 했다.

꽃잎 하나 상하지 않고 시들지 않은 채 낙화하는 동백의 아름다움이 완연하게 봄냄새를 풍기는 이즈음에 불현 듯 떠오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올 봄에는 날짜 잘 맞춰서 동백이 장렬하게 낙화하는 풍경을 보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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