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빨치산 대장의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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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목 [topology] 쪽지 캡슐

2000-02-26 ㅣ No.1254

안녕하십니까? 추기경님.

 

저는 서울대학교  FIAT 기도모임에 있는 이상목 마르코라고 합니다.

추기경님께서 아끼시던 빨치산 대장인 저희 기도모임 1대 회장 이광호 베네딕도 선배님이 아니 대장님이 오늘 석사과정 졸업을 하였답니다.

광호형에게 변변찮은 졸업선물하나 마련하지 못했던 저는 광호형의 졸업을 추기경님께 알려드리는 것이 형에 대한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렇게 용기를 내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 광호형의 졸업은 쉬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도모임의 각종 일들을 주선하고 신경쓰느라 광호형은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 항상 밤을 새야 했습니다. 그리고도 모자라 이젠 우리학교만이 아니라 서울의 대학 모두를 복음화해야 한다고 하면서 명동의 다락방 기도모임도 맡아서 이끌고 있습니다. 사실 이것만도 무리였을 터인데, 광호형은 아끼던 우리 기도모임의 2대 회장이었던 조선우 가브리엘라 누나의 죽음을 보아야 했고, 여름에는 컴퓨터 고장으로 오랬동안 준비했던 논문자료를 모조리 날려 이를 새로 뽑느라 한참 고생을 했습니다. 사실 광호형이 논문자료를 날렸을 때는 이번 겨울 졸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광호형은 꾸준히 기도하며 성모님께서 분명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하였습니다.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자료를 제대로 다시 뽑을 기회가 생겼다고 좋아하셨지요. 제가 여름동안 광호형과 함께 국문과 연구실에서 자료를 뽑던 생각이 납니다. 밤낮을 같이 보내며 광호형은 시간날 때마다 저에게 대학선교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였습니다. 세 달을 꼬박 자료를 새로 뽑는데 쓰고 나서야 광호형은 논문을 다시 쓸 수 있었고, 그 논문은 (주제를 정할 당시 많은 분들이 연구할 가치가 낮아 연구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지만) 발표후에 박사논문보다 낫다는 교수님들의 호평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추기경님께서 서울대 명예박사 학위를 받으실 때 광호형은 논문마감에 쫓겨 일분일초가 아까울 때였는데도, 만사 제쳐두고 추기경님 박사학위 수여식에 참석하였답니다. 그 때 추기경님께서 광호형을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치 광호형은 형이 박사학위 받은 것처럼 좋아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광호형은 박사과정 입학시험에 합격하였지요.

 

한 알의 씨앗이 썩으면 그 씨앗마저도 썩지 않고 살게 되고 큰 나무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저희 기도모임도 많은 결실이 있었습니다. 기도모임은 나날이 성장하여 주소록 작성을 맡은 제가 주소록을 매번 개정할 때마다 주소록이 길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추기경님께서 98년 3월 미사집전해 주셨을 때에 비해 기도모임 회원은 거의 배로 늘어났습니다. 방학인데도 회원의 반정도는 꾸준히 기도모임을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제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이 수는 더욱 늘어날 예정입니다. 이러한 과정에는 물론 광호형과 또한 광호형과 뜻을 같이한 이들의 헌신이 있었습니다.

 

99년 한 해동안 기도모임에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이를 계기로 저희 기도모임 회원들은 더욱 신앙이 성장하여 지금은 다들 열심히 기도하며, 무엇을 하든지 주님의 영광을 위해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졸업한 선배분들도 고스란히 기도모임에 남아 여전히 대학선교를 주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알고 계속 활동하려고들 합니다.

작년부터는 매주 목요일에 하는 저녁 기도모임 외에 매일 아침마다 성서를 읽는 아침기도모임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제자를 양성하기 위한 로고스 프로그램도 운영중입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로 인해 저희 기도모임 회원들은 매일의 생활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있습니다.

 

1월에는 저희 기도모임의 봉사자들이 9일기도를 하고 기도모임을 성모님께 봉헌하였습니다. 그 이후 성모님께서는 저희 기도모임에 계속 선물을 주시고 계십니다. 저희들에게 영적 선물을 많이 주셔서 기도모임의 분위기가 더욱 성숙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구속주 수도회에 입회하셨던 기도모임 선배님인 홍석현 수사님께서 기도모임에 다시 나오셔서 영성적 지도를 하시게 되었습니다. 또한 꽃동네 피정에 참석하고 많은 이들이 쇄신되어 더욱 주님을 섬기며 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신입생이 입학하기 전 방학이라 가장 새 회원이 적을 때인데도 새 회원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기도모임의 전 회원이 9일기도을 실시하여 2월 22,23 이틀동안 피정을 하면서 기도모임을 성모님께 새로이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봉헌을 한 이후 기도를 그 이전의 3배나 하게 되는 은총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진로에 대한 강한 응답을 얻게 되었습니다.

 

광호형이 항상 강조하시지만, 대학선교는 한국의 복음화를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저도 최근들어 강하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대학생이야말로 이 사회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나갈 사람들이요, 아직 신앙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한 사람들이며, 큰 일을 할 수 있는 젊음과 패기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졸업식을 하는데, 졸업은 시작의 의미도 있다는 이야기를 기도모임의 어떤 누나로부터 들었습니다. 서울대 기도모임의 창설자의 졸업이 어쩌면 서울대 기도모임이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기도모임도 더 큰 성장을 위해 제 2의 탄생이 필요할 때입니다.

 

이런 중요한 때 한국 가톨릭의 큰 기둥이신 추기경님께서  저희 기도모임을 위해 저희 기도모임이 생각나실 때마다 화살기도라고 해 주시면 정말 저희 기도모임의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추기경님께서도 대학선교의 중요성을 많은 분들에게 강조해 주십시오. 이것이 오늘 졸업한 광호형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더 큰 졸업선물이 될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헌신하여 무신론과 이기주의로 가득찬 서울대를 기필코 복음화하여 성모님의 영토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추기경님 안녕히 계십시오.

저희들도 추기경님께서 건강하시고 항상 주님의 은총 가운데서 사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2000년 2월 26일

서울대 기도모임 이상목 마르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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