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나해) 마태 28,16-20; ’21/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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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5-16 ㅣ No.4670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나해) 마태 28,16-20; ’21/05/30

 

 

  

 

 

 

언젠가 한 번 드라마에서 아침부터 출근하는데 왜 돈 이야기야?” 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왜 자신이 힘들어 벌어온 돈을 나눠줄까?’ 아버지는 아버지가 살기도 바쁘고, 아버지가 하고 싶은 것도 많으실 텐데, 왜 그런 것들을 다 포기하면서까지 자식을 먹여 살리고, 자식이 하고 싶다는 것을 해주기 위해 자신의 돈을 나눠주는 것일까?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식은 부모의 짐일까? 부모 삶의 의미이며, 행복일까? 자식에게 있어 부모는 자신의 미래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발판에 불과한 것일까? 오늘 내가 자라난 우리 가정을 되돌아보면서, ‘나는 부모님의 짐이었을까, 기쁨과 보람이었을까?’ 성찰해 봅니다. 아울러 오늘 나의 자녀들은 내 기쁨과 보람인지, 아니면 짐으로 여겨지는지?’도 자문하게 됩니다.

 

이런 성찰을 하면서, ‘하느님께서는 왜 인류에게 가정이라는 제도를 설정하셨을까?’ 하는 주제도 묵상하게 해줍니다. 아울러 하느님께서는 왜 세상을 동시에 한 번에 다 만들지 않으시고, 부모와 자식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위아래의 내리사랑으로, 씨와 종의 유전제도 통해 세대 대대로 자연이 아우러지도록 만드셨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아 저는 이러한 모습들을 성가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자 합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세상에 파견하셨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아들 예수님이 세상에 나가서 하느님께서 얼마나 사람들을 사랑하는지 알리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들 예수님은 세상에 오셔서 아버지 하느님께서 주신 사명을 실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세상에 파견하신 아들 예수님에게 세상사에서 활동하는 데 필요한 모든 권한을 주셨습니다. 아들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의 권능을 가지고, 지상에서 행하는 모든 일의 결과를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리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우리는 이런 점검을 해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하느님께 있어서, 아버지 하느님은 모든 권한을 주고서 파견하신 아들 예수님이 하는 행동을 어떻게 바라보셨을까?

아버지는 아들이 대견하고 행복하게 느끼셨을까?

아니면, 아버지는 아들이 하는 행위가 아치 물가에 보낸 아이처럼 불안하고 안쓰러웠을까?

 

또는 아들 예수가 아버지의 권능을 가지고 하는 행위가 때로는 월권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 위험천만한 외줄 타기처럼 경계선을 밟고 있다고 보이는 등 다소 거북하고 불편하셨을까?

아버지 하느님께서 볼 때에, ‘저놈이 내려가서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제멋대로 하다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된 것은 아닌가?’라고 부담스러우셨을까?

 

아니면, ‘진정 저 아들은 내 뜻을 제대로 알아듣고 그 일을 실현하여, 십자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랑을 완성하는구나!’하고 기뻐하셨을까?

 

아들 예수님께 있어서, 예수님은 아버지 하느님께서 주신 모든 권한으로 세상에 내려오셔서 아버지의 뜻을 펼치는 데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셨을까?

 

아니면, 아들 예수님은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권한을 받아 내려오셨는데, 세상에 막상 와서 보니,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순수하게 전하고 실현하기에는 세상의 상황이 너무나 상이하고 낯선 감이 없지 않아서, 아버지 하느님의 방법대로만 하기에는 안 먹혀들어가서 아버지의 방법대로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으셨을까? 아들 예수님은 세상에서는 아버지의 방식대로 하는 것보다는 예수님이 느끼고 판단한 방법대로 하는 것이 옳다고 여기지는 않으셨을까?

 

우리는 이 시점에서 천사 루치펠의 문제 제기가 떠오릅니다. 루치펠은 하느님의 인간 구원 방법은 하느님께서 사람의 죄와 잘못을 사랑으로 용서하고 덮어 주시면, 사람이 하느님 사랑에 감동하여 스스로 회개하여 하느님께 다시 돌아오게 하시는 것임은 잘 압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자꾸 용서해 주시니까, ‘지금 자기가 하는 대로 계속해도 되는구나!’라고 여깁니다. 그래서 회개는커녕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듯이 점점 죄악만 더 커지므로 무조건 용서하고 덮어 주시면 안 되고, 다시는 그렇게 살지 않도록 따끔하게 훈계하고 벌을 주셔야 합니다.”라면서 스스로 하느님의 무한한 자비의 사랑을 거부한 악마가 되어버립니다.

 

과연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과 지상에 파견되어 오신 아들 예수님은 이러한 차이를 어떻게 해결하셨을까? 이러한 성찰은 오늘 우리 가정이, ‘부모와 자녀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으며, 또 어떻게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지?’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복음서 곳곳에서, 주 예수님께서 아침 일찍 일어나 남몰래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셨음을 잘 압니다. 그리고 기적을 행하시고는 사람들이 왕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피해 홀로 떨어져 기도하셨음도 압니다. 예수님은 뭐라고 기도하셨을까? 기도하시면서 어떻게 아버지 하느님과 자기 뜻을 주고받고 소통하며 관계를 맺으셨을까?

 

우리는 삼위일체 하느님의 제1위이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느님과 제2위이신 땅에 파견된 아들 예수님을 연결해주고 일치시켜 주시는 제3위이신 성령님에 대해 잘 압니다. 성령님은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의 기도 중에 서로를 하나되게 해주십니다. 사실 이렇게 하나되고자 하는 의도와 하나되도록 하는 시도와 과정 자체를 기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령님은 하느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과 아버지 하느님을 따르고자 하는 아들 예수님의 지향과 의지를 방향과 정도 면으로, 예수님께서 지상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 상황에 조화롭게 맞추시고, 아들 예수님이 땅에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시는 데 함께하시면서 힘을 보태 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을 일치시켜 주심과 동시에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이름으로 세상에서 펼치시는 하느님 나라에 대해 우리에게 일깨워 주십니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 가족은 구성원끼리 서로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함께하면 편하고, 행복한가?’

어떤 분들은 신혼 초에나 서로 좋아서 미칠 때나 그렇지 지금 뭐 사랑이 있습니까?

어릴 때 예쁠 때나 그렇지, 지금 다 커서 어른이 되었는데, 뭐 그렇게 사랑하겠습니까?

 

정말 그럴까요? 오히려 신혼 초에 서로 맞추느라고,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치열하게 싸우지 않았던가요? 오히려 어린 아기 때 우리 아이들이 칭얼거리고, 자기 달라는 대로 주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안 해주면, 갖은 심술을 다 부리고 속을 썩이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사랑하기에 싸우기도 했고, 칭얼거리고 귀찮고 짜증 나게 해도 사랑하기에 마치 눈에 흰자위가 덮어져 있는 듯 넘어가 주고 들어주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루빨리 주 예수님께서 일러주신 대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하신 그 사랑을 살기로 합시다. 주님께서 우리를 구하기 위해, 먼저 다가오시고 자신을 희생하시면서 우리를 구하실 정도로 사랑하신 그 사랑을 회복시켜 주시기를 청합시다.

 

오늘 이 시점에서 우리 가정을 되돌아보고 점검해 보면서 성령께 청해야 할 것입니다.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을 일치시켜 주시는 같은 성령께서 우리 가정의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사이도 일치시켜 주시고 힘을 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우리를 세상에 내시고, 세상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을 받으며 주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고자 노력하면서,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심어 주신 그 사랑을 가족과 형제자매들과 특별히 어려움에 처해있는 이들과 나누기로 합시다. 그렇게 우리 가운에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 참으로 편하고 행복하기 위하여, 성령께서 우리 가운데 오셔서 우리에게 사랑을 회복시켜 주셔서, 우리를 하나되게 해주십사 청합시다.

 

하느님의 영의 인도를 받는 이들은 모두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성령께서 몸소,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임을 우리의 영에게 증언해 주십니다.”(로마 8,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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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위일체 대축일 꽃꽂이

https://bbs.catholic.or.kr/home/bbs_view.asp?num=1&id=183331&menu=frpeterspds2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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