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2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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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0-09-12 ㅣ No.4388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루카 9,23-26; ’20/09/20

 

 

 

 

 

 

우리 나라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101위 한국순교성인과 아울러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복자 주문모 야고보 신부와 122위 순교복자 이외에도 많은 순교자들이 계십니다. 전년도에 우리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에서 시복을 추진하고 있는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 순교자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근·현대 신앙의 증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분들은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위와 주로 덕원 성 베네딕토 수도원에서 돌아가신 신상원 보니파시오 아빠스와 동료 37위 순교자분들이 계십니다. 이분들은 신상원 보니파시오 아빠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한국전쟁 중에 순교하셨습니다. 특별히 올 해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는 해에 이분들을 기억한다는 것이 더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제가 지난 201310월에 서울교구 신부님들과 함께 독일 수도원으로 사제 피정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 독일 성 베네딕토회 오틸리엔 연합 수도회는 1884년 독일 보이른 지역 15개 수도원 소속 1,806분의 수도자들이 설립하였습니다. 성 베네딕도회의 영성을 바탕으로 안으로는 수도승, 밖으로는 선교사라는 이상을 표방하며, 자신들이 파견된 해당 교구에 가서 수도원을 설립하고 수도원을 중심으로 학교 및 예술 활동 등을 통해 문화적으로 교구 전체의 사목을 도왔습니다.

 

그 수도원은 아프리카 우간다에 선교사를 파견하다가, 19092월 당시 서울대교구장 뮈텔 대주교님의 간곡한 초청으로 우리나라에 사우어 신부등 2분의 선교사를 파견하였습니다. 이분들은 지금 서울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즉 서울 대신학교가 들어서 있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백동)에 처음 자리를 잡고 1911년 수도원을 세우고, 1913년에는 교황청으로부터 아빠스좌 수도원으로 승격되었습니다. 1910년에는 숭공기술학교를 세워 목공, 칠공, 원예 등 7개 작업분야를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1911년에는 숭신사범대학을 세웠지만, 일제의 탄압으로 폐지되었습니다.

 

교황청에서는 1921년 사우어 신부를 원산교구의 주교로 성성하고, 1927년 원산교구 자치를 위임하자, 우리나라 베네딕도 수도회는 함경도 덕원으로 수도원을 옮기고 신학교도 세웠습니다. 1925년부터는 투칭의 포교 성 베네딕도회 수녀들의 협조를 받아 활발한 사목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1928년에는 원산교구로부터 독립 설립된 연길지목구에 1922년부터 수도원을 세워 활동하기 시작한 연길 베네딕도 수도원은 193111월부터는 스위스 캄의 올리베타노 수녀회 수녀들의 도움을 받아 사목활동을 펼쳤습니다. 19348월 아빠스좌 수도원으로 승격되고, 같은 해 95일 브레허 신부가 초대 아빠스로 성성되고, 19374월 연길 지목구가 대목구로 승격되면서 주교로 성성되었습니다.

1940년 교황청으로부터 덕원 수도원 자치구는 덕원 면속구로 승격되고, 원산교구는 함흥교구로 개명하여 12개의 본당과 89개의 공소 신자 11,000, 신부 34, 수녀 33명의 교세를 갖추게 되었고, 1946년 연길 대목구는 교구로 승격되어 중국교회로 소속을 달리하게 되었으나 공산당의 탄압을 받았습니다.

 

1945년 해방 후 덕원에 있던 베네딕도 수도원은 소련군에게 모든 재산을 빼앗기고, 195010월에는 독일 신부 6명과 우리나라 신부 5명이 처형되었고, 사우어 아빠스 주교를 비롯한 신부, 수도자 18명이 포로 수용소에서 사망하고, 많은 수의 수사 신부님들이 외국으로 추방당합니다.

 

19517월 피난길에 나섰던 한국인 수도자들은 대구 주교관으로 이사해서 공동생활을 시작하였고, 19519월 베넥딕도회 오틸리엔 연합회는 교황청의 재가를 받아 미국 뉴튼 수도원에 체류하던 이성도 디모테오 신부를 덕원 면속수도원과 함흥교구장 서리로 임명하여 19526월 경북 왜관읍 왜관 성당과 낙산 성당에서 왜관감목대리구장으로 착좌하고 수도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1954년에는 한국에서 추방되었던 비테롤리 신부와 21명의 수도자들을 왜관 수도원으로 다시 파견하여, 2007년 현재 사제 48명을 비롯한 종신 서원자 108명등 139명의 수도자들이 본당과 지역에서 선교와 교육, 사회사업과 문화 예술 및 피정의 집 등에서 활동하고 있고, 2009925일에는 한국 진출 10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하였습니다.

 

아울러 1949년부터 1952년 공산치하에서 덕원과 연길, 보이른 수도원과 원산 수녀원 및 함흥 교구 소속으로 순교하신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와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 36에 대한 시복시성 절차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수사들을 파견했던 독일의 오틸리엔 수도원 소속의 뮌스터 슈바르작 수도원 대성당의 입구 왼쪽에는 덕원 수도원에서 순교하신 독일과 우리나라 신부, 남녀 수도자, 신학생 38위를 모신 소제대가 있습니다. 저는 신부님들과 함께 피정을 가서 독일 수도원 성당에 모셔져 있는 그 소제대를 바라보면서 부끄럽고 감사하고 창피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까지 와서 헌신적으로 봉사했지만 정작 저를 비롯한 한국 교회에서 제대로 기억해주지도 못하고 있는데 반해, 그곳에선 먼 나라에까지 가서 순교한 이들을 위해 소제대를 마련하고, 그분들 한 분 한 분의 영정을 마련하여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은 우리나라 신앙의 순교 선조들에 이어 피와 땀을 흘려 한국 교회의 자양분이 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루카 9,23-24) 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 본당에 사목하시던 신부님들 중에서도 6.25 한국전쟁 중에 납치되고 실종되어 돌아가신 두 분의 주임신부님들이 계십니다. 19237월부터 19266월까지 봉직하셨던 제4대 이순성 안드레아 신부님과 19329월부터 19351월까지 봉직하시며, 1866년 병인박해 전후 충청도 박해사를 기록한 실화소설 은화를 집필하셨던 제6대 윤의병 바오로 신부님은 민족상잔의 비극인 1950625일 남북전쟁 때 각각 황해도 정봉과 은률에서 북한 공산당 정치보위부에 연행된 후 행방불명되어 현재 한국천주교 근현대 신앙의 증인 하느님의 종 홍용호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주교와 동료 80로 선정되어 시복절차 중입니다. 우리가 정성 어린 마음으로 기도를 올려 드려야할 분들입니다. 이분들의 시복을 기리며, 오늘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 겪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기로 합시다.

 

아무도 특별히 봐주지 않아도, 인정해 주지 않아도, 기억해 주지 않아도, 오직 한 분 주님만을 주인으로 모시고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상 곳곳으로 나아가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불태우신 신부님들과 수녀님들, 평신도들 그리고 선교사분들께 감사와 존경 그리고 희망을 보탭니다. 당대 사람들에게 인정은커녕 버림받고 배척받으며, 이상한 사람과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심지어는 죽음으로 제거당한 분들이 오늘 우리에게 성인으로 다가오십니다.

 

우리는 가끔 복음 선교와 인류 사회 형제자매들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짊어지는 희생에는 소극적이면서도, 인류 공동체에서 인정받고 부각되는 영광은 부러워합니다. 오늘 형제들에게 기억되기 위해 이리저리 애써도 내일이면 잊혀지고 말지만, 오늘 부각되지 못해도 복음에 대한 열정과 형제들의 구원을 위한 희생으로, 어머니처럼 두고두고 생각나는 사람이 되어, 먼 훗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납시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루카 9,23)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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