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바보같은 엄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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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어머니가 저에게 보낸글입니다. 나누면 좋을 것같아.
아이들이 어릴 때는 모든 것이 괜찮았습니다.최소한 겉모습은 <home,sweet home>의 그림에 근접해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요. 아이가 학교라는 집단 사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림에 상채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엄마로서의 갈등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지요. 제 큰 아이가 7살 때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저는 혹시 이 아이가 나쁜 아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아이를 불러앉혀놓고 "너는 다 예쁜데 입이 미우니까 입을 맞아야겠지?"하면서 입을 때렸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친구와 싸우기도 하고 여자아이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하는 등 가끔씩 개구장이 짓을 했지요.때리기도 하고 맞기도 하고,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요.그런데 아이에 대한 제 태도는 인정머리도 없고,그렇다고 공정하지도 않았습니다.친구를 때리고 온 날 제 아이는 엄마로부터 호되게 혼이 났습니다.그것이 설사 장난 끝에 한대 때렸다고 하더라도 저는 아이에게 매를 들었습니다.명분은 <절대 다른 사람을 때려서는 안되고 폐를 끼쳐서도 안된다>는 것이었지만 아이는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습니다.아이가 맞고 왔을 때는 "괜찮아.친구와 놀다보면 맞기도 하고 그러지뭐"하면서 달래주었지만 아이는 억울해서 어쩔줄 몰라했습니다. 아이의 심정은 정말이지 손톱만큼도 헤아려주지 못했습니다.
오늘 두 아이와 영화<천국의 아이들>을 보고왔습니다.많은 사람들이 가족들과 함께 왔더군요.아마도 영화가 끝난 뒤 부모들은 "엄마 아빠 어릴 때도......" 혹은 "너희들은 얼마나 좋은.......", "이제부터 형아랑,언니랑 사이좋게......" 등등의 이상적인 가르침을 아이들에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내내 눈물이 흘렀습니다.부자고 가난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단지 어리다는 것 때문에 변명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것,부모의 고통을 아이들은 자신들의 잣대로 가늠할 수밖에 없기에 어쩌면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른다는 것이 마음 아팠습니다.
제 아이도 아마 몇 번인가,아니 여러 수십번 변명할 기회를 잃었을테지요.엄마의 바보같은 사랑과 정의 앞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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