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타버린 꼬리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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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7-01-22 ㅣ No.206

어제 점심때 아들신부에게 낚지복음과 고등어 조림등 바리바리 어머니가 들고 오셨다.

 

고등어 조림하시다가 전화받다가 깜박해서 80%는 타버렸다고 아쉬어하셨다.

 

내일아침에는 꼬리 곰탕해 주신다고 오늘 저녁에 고신다고 해서

 

노인네 흥이나셨다. 새벽에 오신대서 괞찮다고 그럼 내일 택시타고 어머니댁에 간다고 했다.

 

아침미사 오늘 마치고 목발을 짚고 한손에는 냉동실에 있던 옥돔한솔을 들고 택시타고 갔다.

 

초인종을 눌렀다. 대답이 없었다. 새벽미사를 가셨나?

 

집에 가보니 난리였다.  탄내가 났다.

 

어제 고등어 조림이 타서 그런가보다하고 방을 열어보니 어머니는 주무시고 계셨다.

 

거실은 냉골

 

도대체 얼마를 아끼려고 늘 말을 안들으시는지? 전기료!

 

한 30분 기다리니 어머니는 상기된 얼굴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큰일을 냈어. 불이 났었어 태웠어 꼬리곰탕!"

 

"옆집에서 초인종을 마구 눌러서 알았어 ........"

 

다시 목발을 짚고 사제관으로 왔다. 속이 상했다.

 

늦은 아침을 지어먹고 사제관 식복사를 어머니 댁으로 보냈다.

 

어머니는 우시면서 전화하셨다. "내가 빨리 가야 허신부 신경안쓸텐데!"

 

내 마음이 자책되었다. "그냥 간단한 걸 부탁드릴것을 몇시간을 고는 곰탕을 하신다고 했을때 말릴것을!"

 

"이젠 아들 한끼 밥도 못해주다니!"

 

그런데 정신과 수녀님께 문의 하였더니 깊은 수면은 노인에게 건강의 표시란다.

 

요즈음들어 잠이 잘온다고 좋아하시던 어머니!

 

타버린 꼬리곰탕보다 더 시꺼멓게 타버린 어머니의 마음!

 

오늘 어머니를 모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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