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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기도1 주님 모시기 - 하느님 현존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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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0-06-03 ㅣ No.387

 

 

 

주님과 정 쌓기 - 성체조배의 이론과 실제

 

 

 

 

I 성체조배1 주님 모시기 - 하느님 현존 체험

 

1. 기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속죄제사와 희생제사를 봉헌했습니다. 레위기에 보면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 죄를 씻기 위해 희생제물의 피를 제단에 뿌려 죄를 씻는 제사를 바쳤습니다. 자기 죄를 씻기 위해서는 죄의 정도와 각자의 신분이나 경제적 처지에 따라 흠 없는 황소나 양 한 마리, 산비둘기 등을 희생제물로 바쳤습니다. 이러한 제사를 지내던 이스라엘 사람들의 문화 속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 사람들의 죄를 씻어주기 위한 희생제물이시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박히시기 전에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하시면서, 십자가상의 제사가 세상 사람들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돌아가신다는 것을 분명히 밝히셨고, 주님 십자가상 제사의 예형으로 성체성사를 세우셨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성체성사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신 주님 십자가상 제사의 기억과 재현이며, 주님은 성체성사를 통해 오늘 우리를 다시 찾아오시고 우리와 늘 함께하시며 우리 삶에 생명을 주십니다. 성체 안에 살아계시는 주님 대전에 여러분 삶의 갈증과 희노애락을 말씀드리고,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주님의 위안과 힘을 받아 우리의 삶을 영적으로 풍요롭게 영위하시길 바랍니다.

  성체조배는 부모님께 자식이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시는 부모님께 문안을 드리고, 즐겁고 기쁠 때 또는 어렵고 힘들 때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상의드리는 것으로 여겨도 좋습니다. ‘고해소의 성인’, ‘성체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님은, 한 본당 신자가 매일 성체 앞에 앉아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날 그 할아버지에게 “매일 무엇을 그렇게 기도하십니까?” 하고 물었답니다. 그랬더니 그 신자가 “‘뭐, 특별한 것 없이, 내 생애를 지켜주시고 나의 전부를 아시는 주님께 그냥 문안드립니다. 나와 함께해 주시는 주님, 몽땅 받으세요!’ 라고 기도합니다.” 라고 대답했답니다. 이렇게 “그냥 주님 앞에 앉아서 주님과 함께 있다 갑니다. 그러면 편안해져요.” 라는 이 대답들이 성체조배의 이유와 의미를 가리키는 실천적인 답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님께도 친구에게도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일이 있고, 말을 한다 해도 누구 하나 나의 갈망과 갈등을 채워줄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십니까? 그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 하고, 세상 그 누구도 세상 그 어느 것으로도 채울 수 없는 나의 갈망을 채워주실 수 있는 분이 바로 주님이십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어린이는 기도할 때 특별히 할 말이 없어서, 그냥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하고 성호 긋고는 “몽땅!” 하고 나온 답니다. 이 말은 어린이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나와 함께하시면서 나의 모든 것을 다 아시는 주님께 새삼 특별히 무슨 말씀을 드리기보다 그냥 성체 안에 살아 계시는 주님 앞에 나오는 것, 주님의 현존 앞에 머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편한 기도의 기초입니다.

  기도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이렇게 기도에 여러 가지 방법과 종류가 있는 것은 기도하는 주체인 신자들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들을 똑같이 만들지 않으시고 각기 다른 얼굴 모습과 각기 다른 성격을 주시고 한 사람 한 사람씩 사랑하십니다. 우리는 인간이라는 명사 안에 다 같이 평등한 인간이지만 동시에 우리 인간은 서로 다른 성격과 기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로 다른 우리 인간은 서로 다른 기도의 방법을 통해 하느님께 나아갑니다. ‘성체조배’는 성체 안에 살아계신 주님 앞에 나아와 기도하는 하나의 기도 방법입니다. 전통적으로, 기도하기 위해서는 조용한 자리를 잡도록 권합니다. 그런 이유는 기도할 때 다른 일에 방해받지 않고 하느님께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에 기도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물론 성체가 모셔져 있는 성당이며, 성체조배를 드릴 수 있는 경당입니다. 그런데 매일 성체 앞에 나아와 기도할 수 있는 조건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고, 또 설사 다른 조건의 삶을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성체조배하기 위해 다른 모든 조건들을 포기하고 성체 앞에 달려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그리고 하루 일과를 다 마친 다음에 홀로 아버지 하느님과의 시간을 가지시고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후에 아버지 하느님과 일치하여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 뜻을 이룰 힘을 얻는 기도 시간을 가지셨습니다. 사회와 가정생활을 바쁘게 해나가야 하는 현대인들 중에는 매일 성당에 오거나, 일상의 삶의 환경 안에서 기도에 집중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찾기에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루 일과 시작 전에 또는 하루 일과를 마친 후 자기 전에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또는 밤에 자면서 미리 내일 묵상할 구절을 읽고 자면서, 일어나면서, 출근하면서, 하루 일과 중에 순간순간 기도하십시오. 짤막짤막한 순간을 나중에 종합하더라도 하루 종일 성경구절을 염두에 두고 토막시간을 내서 기도하시다 보면, 갑자기 하루의 어느 순간에 주님 말씀과 업적에 대한 깨달음이 불현 듯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하느님의 현존 가운데 살아가는 것입니다. 하느님 현존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뜻을 깨우치고 그 뜻을 실현하는 가운데 우리와 함께하시면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께 의지하고 맡기며 나아가는 것이 기도의 목적이며 신앙생활에서 얻게 되는 기쁨과 평화입니다. 성체조배가 되었든 다른 어떤 형태나 어떤 종류의 기도가 되었든, 하느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도록 마치 습관처럼 자주 기도하면서 주님께 자주 안테나를 맞추고 관심을 기울여 주님과 차근차근 정을 쌓아나가 언제나 주님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기도의 전통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성체조배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 안에 들어가는 기도를 배우도록 합시다.

 

 

2. 기도에 들어가기 위하여 - 성령청원기도

  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님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과 주님을 모시고 살고 싶은 갈망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갈망이 내게 생겨나게 하고 나를 하느님께로 인도해 주시는 성령의 도우심을 청해야 합니다. 기도는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없이는, 성령의 도우심이 없이는 우리는 기도를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기도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먼저 이 선물을 청해야만 합니다. 물론 오늘의 내 삶에서 풀어지지 않고, 감당하기 어려운 갈등과 답답하고 목마르기까지 한 인간의 갈망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더 기도의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 내 기도를 이끌어 주님께 연결시켜 주시고 마침내 주님을 만나 뵈올 수 있도록 청하는 ‘성령청원기도’는 아래의 것 중 하나를 바쳐도 됩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 마음을 성령으로 가득 채우시어

저희 안에 사랑의 불이 타오르게 하소서.

주님의 성령을 보내소서. 저희가 새로워 지리이다.

또한 온 누리가 새롭게 되리이다.

기도합시다. 하느님, 성령의 빛으로 저희 마음을 이끄시어 바르게 생각하고 언제나 성령의 위로를 받아 누리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또는, 성령께서 오셔서 우리를 주님께로 이끌어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아래와 같이 자유롭게 기도해도 좋습니다.

 

저희 안에 계시면서

저희에게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시고,

그 일을 하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 일으켜 주시고,

실제로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시는 주님!

 

저희가 주님의 뜻을 깨우쳐 알게 하소서.

주님의 탄생에서 겸손을,

주님의 공생활에서 사랑을,

주님의 성체성사에서 봉헌을,

주님의 십자가상 제사에서 희생을,

주님의 부활에서 하늘나라의 영광을,

주님의 승천에서 희망을,

성령강림에서 그리스도교 사도직을 체득하게 하소서.

 

저희가 살면서 예상치 못한 일을 겪을 때마다,

주님의 말씀과 교회의 전승을 통해 주님의 뜻을 헤아려,

저희의 일상에서 그 뜻을 실천하게 하소서.

 

저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주님의 뜻 안에 있게 하시고,

저희의 뜻을 정화시켜 주님의 뜻과 하나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저희가 머무는 가정과 사회에서 주님의 뜻을 이루어,

이 땅에 하늘나라를 이루고, 주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게 하소서.

 

주님의 성인님,

주님을 뵈옵고 주님의 뜻을 이루려는 저희의 열망과 열정이

저희의 나약과 부족으로 그치지 않고

마침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전구해 주소서.

주님은 세세에 영원히 살아계시고 다스리시나이다. 아멘.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또는,

예수님, 감사합니다.

예수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여기 이렇게 왔습니다.

예수님, 예수님을 믿습니다.

예수님, 예수님을 사랑합니다.

예수님, 예수님을 원합니다.

예수님, 예수님과 같이 지내고 싶습니다.

예수님, 예수님을 알고 싶습니다.

예수님, 저희에게 가까이 오셔서 예수님을 알려주십시오.

예수님, 저희 마음속에서 주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는 장애를 몰아내시고

예수님, 주님을 모시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기도하고 싶습니다.

예수님,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르는 저를 가르쳐 주십시오.

예수님, 저희에게 예수님을 선물로 주십시오.

예수님, 저희 마음 깊이 기도의 씨앗을 심어주십시오.

예수님, 제가 하고 싶은 기도를 하도록 해 주십시오.

예수님, 예수님께 말하고 싶습니다.

예수님, 저에게 가까이 오십시오.

예수님, 예수님께서 제 가까이 와 계신 것 알지만 현존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아무런 부끄럼이나 겁도 없이, 용감히 예수님과 대화하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예수님을 모시고 예수님의 일을 하고 싶습니다.

예수님, 저희를 예수님의 도구로 써주십시오.

예수님, 예수님의 영광을 위하여 저희를 받아주십시오.

예수님, 찬미 받으십시오.

 

어머니, 어머니께도 감사합니다.

어머니, 어머니도 저의 약함을 아시죠.

어머니, 제가 얼마나 예수님의 도우심이 필요한지 아시죠.

어머니, 저희를 인도해 주십시오.

어머니, 예수님의 얼굴을 보여주시고 그분께 가는 길로 인도해 주십시오.

어머니,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니, 저희를 도와주시고. 가르쳐 주십시오.

어머니, 어머니도 아기 예수님께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죠.

어머니, 저희에게도 기도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어머니, 어머니도 기쁘시죠.

어머니, 어머니께서 느끼신 그 기쁨을 저희에게도 전해 주십시오.

어머니, 저희에게 예수님을 주십시오.

어머니, 주님의 얼굴을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그분을 직접 만날 수 있도록 저희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어머니, 오늘 하루도 예수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시는 현존 안에 지내게 해 주십시오.

어머니, 부드럽고 어머니다운 사랑에 감사합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마음과 원의를 주님께 자유롭게 바치면서 주님께 간절히 다가가십시오. 여러분 각자가 지금 주님께서 오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성령청원기도나 자유기도를 마음속으로 바쳐보십시오. 3분 드리겠습니다.

 

  좋으셨습니까? 이렇게 기도하면, 주님께서 오시도록 간절한 마음으로 청하게도 되고 동시에 간절한 마음이 솟아나기도 합니다.

 

 

3. 주님 현존 체험

1) 준비기도 - 주님께 집중

  주님께 집중한다는 것은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성령청원을 통해 주님께서 내 앞에 계심(신 것처럼)을 느끼게 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마치 부모님께 말씀드리듯이, 직접 말씀드리고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가장 쉽고도 확실한 방법은 감실 안에 모셔져 있는 주님을 두 눈으로 바라보며 집중하는 성체조배, 특별히 주님의 성체를 직접 바라보는 성체현시입니다. 주님 앞에 직접 나아와 주님께 청하고 또 그렇게 기도하는 이들을 주님께서는 직접 이끌어주십니다.

 

  주님의 현존을 느끼기 위해서는 먼저 내 마음을 가라앉혀야 합니다.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은 자신의 숨을 고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 그것은 자기가 숨쉬는 것을 느끼고 들으며 의도적으로 숨을 고르게 하는 호흡법입니다. 한 번 해 보겠습니다. 자기 숨을 느껴보십시오.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자기 몸을 관찰하고 느껴보십시오. 그렇게 하다 보면 자기 숨은 자기가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듯이 고르게 되고 깊어지게 되며 그래서 자기 몸이 편안해 집니다.

  자세도 중요합니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기도할 때 졸음이 오거나 환각, 환상, 환청에 빠질 수 있습니다. 엉덩이를 의자 뒤로 꽉 붙이고 허리를 세우십시오. 허리를 꼿꼿이 편 다음에는 몸에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누워서도 서서도 기도할 수는 있습니다. 자기가 졸거나 자지 않고 몸의 움직임으로 주님께 대한 집중이 흔들려 침묵 안에서 만나게 되는 주님의 현존을 깨뜨리지 않는다면 어떤 자세도 괜찮습니다.

  눈은 감아도 되고 뜨셔도 됩니다만, 처음 집중할 때는 눈을 감아 다른 것들을 바라보면서 자기의 초점이 다른 곳을 향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손은 자연스럽게 펴서 다리위에 살며시 올려놓으시면 됩니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시 한 번 숨고르기를 해 보겠습니다. 약 5분간 해 봅시다.

 

2) 주님께 집중하여 하느님 현존을 느끼기 위하여

① 용서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도할 수 없습니다. 미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기도할 때 그 사람이 주님과 나 사이에 나타나 내가 주님께 나아갈 수 없게 합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깊이 기도할 수 없습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주님과 깊은 친교를 맺을 수 없습니다.

  용서의 기도를 바칩시다. 십자가 위나 감실 안에 계신 주님 앞에서 용서의 기도를 바칩시다. 내가 주님께 나아가기 위해 용서해야만 할 사람들을 하나씩 하나씩 떠올리면서 용서의 기도를 바칩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 ), 당신을 용서합니다. 저도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기도하십시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을 다 용서하고 난 다음, 더 이상 용서하고 용서를 청할 사람이 없으면, “내가 지금까지 용서하지 못한 사람들도 용서하고 용서를 빕니다.”하고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죄책감이나 죄의식에 빠져 신음하거나 실망하고 좌절하지 말고, 주님께 용서의 기도를 바치십시오. “주님,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미워하고, 원망하고, 욕심부리며 투정부렸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오셔서 주님 사랑을 가득 채워 주시어 주님을 다시 뵈옵게 하소서.”

  지금부터 약 5분 동안 용서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② 통회

  하느님 현존을 느끼기 위해 집중하는 데 어려운 두 번째 것은 죄와 자꾸만 죄악으로 기우는 내 마음입니다. 기도 중에 자꾸만 어떤 순간이 떠오르고 그에 대한 수많은 반대와 합리화가 내 안에서 솟아오른다고 해도 스스로 자기의 죄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기 전까지는 계속 그 죄가 나를 괴롭혀 기도하기 힘들게 합니다. 기도를 시작하면 그 죄들이 떠올라 자꾸 되뇌고 되뇌게 됩니다. 그 때 그 순간이 떠오를 때마다, ‘그 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 때는 누구 때문이었고, 그 때는...’ 하고 억울해 하고 스스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스스로와 씨름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나의 죄를 합리화 한다고 해도 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다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 때 그 순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내가 내 죄에서 해방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지난 죄 뿐만 아니라, 자꾸만 죄의 유혹에 솔깃하고, 마치 술이나 도박, 마약 등 중독처럼 되풀이 하는 삶의 잘못된 습관과 경향이 우리가 주님께 온전히 나아가는 것을 방해합니다

  우리가 죄를 뉘우치는 이유는 미안하거나 답답해서가 아니라, 주님을 다시 사랑하고 주님께 다시 사랑받기 위해서입니다. 실제로 그러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고요. 우리의 잘, 잘못을 다 알고 계시면서도 우리가 다시 돌아와 새롭게 살 것을 믿고 기다리고 계시는 주님께 다시 돌아가기 위해, 우리 죄를 인정하고 주님께 용서를 청하며 새로 태어나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도록 합시다. 죄책감이나 열등감에서 헤어나서, 마치 작은 아들이 죄를 깨닫고 뉘우쳐 되돌아오기를 매일 매일 문 앞에 나와서 기다리고 계시는 아버지처럼 우리를 기다리고 계신 주님께 돌아갑시다. 우리를 믿어주시고 우리를 용서해 주시며, 연약하고 부족하기 그지없는 우리에게 기대를 걸고 계시는 주님께 다시 돌아가 그 사랑 안에 머물며 주님 사랑을 받고 주님을 사랑하며 살아갑시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또는 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중독과 같은 나의 잘못과 악습에 대해 뉘우치고 새로 시작하고자 하는 통회의 시간을 약 5분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통회를 하면서 주의하실 점은, 자신의 죄를 보고 죄책감이나 무기력에 빠져 방황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주님을 믿고 의탁하며, ‘지금부터 다시 태어나 새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하고 간절히 청하십시오. 주님께서는 여러분께 희망의 빛을 비춰주실 것입니다.

 

3) 하느님 현존 체험 실습

  이제 자기 숨이 느껴지면 의도적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면서 짧은 문장이나 단어를 되풀이하면서 기도해 봅시다. “주님, 어서 오십시오!” “주님, 사랑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하고 숨을 들이마시고, “어서 오십시오!” 하면서 숨을 내뿜으셔도 좋습니다. 또는 “주님, 어서 오십시오!” 하면서 숨을 들이마시고, 또 “주님, 어서 오십시오!” 하면서 숨을 내뿜으셔도 좋습니다. 자기 숨이 가빠지거나 불편해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편안하게 주님을 모시면 됩니다. 또는 “예수님,” “주님,” 하고 짧게 부르면서 주님을 느껴도 됩니다. 주님께서 자기에게 오시는 것을 연상하면서 기도해 보십시오.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도 주님의 현존을 느낄 뿐만 아니라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와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주님을 바라보고 느끼는 이들과 함께하시기 때문입니다.

 

  자기 숨결을 따라 마음속으로 주님을 부르시면서 주님께서 오시기를 기다려보십시오. 약 10분간 기도 하겠습니다.

 

  이렇게 짧은 문장이나 구절 또는 단어를 되풀이하면서 주님의 현존을 느끼기 위해 바치는 기도를 ‘만트라’ 또는 ‘화살기도’ 라고도 합니다. 동방 정교회에서는 많은 순례자들이 이런 기도를 바치면서 순례를 했습니다. ‘순례자의 기도’ 라는 책에 그 내용이 잘 나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는 묵주기도도 묵상기도이지만, 분심을 멀리하고 주님께 집중하여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좋은 준비기도일 수 있습니다(주님의 현존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주님께 집중하는 방법은 숨쉬기와 호흡법 그리고 ‘만트라’ 라고 하는 화살기도 외에도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소리듣기, 오감으로 느끼는 감각하기가 있습니다. 나중에 각자에게 편안한 방법을 선택하셔서 기도에 몰입하시면 됩니다. ‘그대’ 라는 책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만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지금은 도서관에서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기도하시면서 잘 안되거나 이상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 하십시오.

 

 

※ 이제 오늘 우리가 배운 주님께 집중하여 하느님의 현존 안에 머무는 기도를 종합적으로 해 봅시다. 제가 안내하는 대로 한 번 따라 해 보시기 바랍니다. 모두 눈을 살며시 감으시고, 기도합시다. 20분 정도 기도하겠습니다. 기도하기 어려우신 분은 계속 ‘주님의 기도’를 바치셔도 좋습니다.

 

① 오늘 이 기도시간에 주님을 꼭 만나 뵐 수 있게 해달라고, 성령께 간절한 마음으로 ‘성령청원기도’를 바치십시오.

② 숨을 고르시고, ‘예수님’이나 ‘주님’을 부르시면서 준비기도를 바쳐 ‘하느님 현존 안에’ 깊이 들어가십시오. 계속 주님의 이름을 부르십시오. 그러면 주님을 느끼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주님이 느껴지시면 놓치지 않도록 계속 주님을 부르시며 다가가십시오. 성급하게 다가가셔서 깨지지 않도록 하시고, 천천히 차분히 주님을 모시겠다는 진실한 갈망으로 깊이 깊이 기도하십시오.

③ 주님의 품 안에 안기셔도 좋고, 주님과 함께 주님의 현존 안에 잠겨 편안히 머무르십시오.

 

 

다음 시간까지 매일 한 번씩 가능하시면 성체 앞에서 기도 연습을 해오시기 바랍니다. 성체 앞에서가 안 되더라도, 홀로 조용히 주님의 현존을 느끼는 연습을 하셔서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적어도 매일 한 번씩,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아침, 오후, 저녁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하시고, 시간적 여유가 적으면 짬짬이 시간을 내셔서 주님의 현존에 집중하는 연습을 해오시기 바랍니다.

 

 

4) 주님 현존 안에 들어가기 위한 팁

① 어둔밤

  자기가 주님을 만나기 위해, 자세도 잘 잡고, 마음도 잘 가다듬고, 준비 기도도 잘했는데도 주님의 현존이 느껴지지 않고, 노력하고 노력해도 기도가 다 끝날 때까지 아무런 감흥이나 위안을 받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도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기도하는 사람의 노력과는 관계없이 주님께서 그냥 주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방법으로 기도자에게 개입하시기 위해 다음을 기다리고 계신 경우입니다. 그것을 십자가의 성 요한을 비롯한 영성가들은 ‘어둔밤’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러므로 기도 속에서 아무런 감흥이나 위안을 얻지 못했다 하더라도 또 기도의 그 때 그 순간에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느껴도, 기도가 잘못되었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주님께는 다음 기도 때 또는 기도를 마치고 나서서 현실에서 다른 방법으로 감흥과 위안을 주실 것이므로 낙담하지 말고, 주님께 의탁하며 꾸준히 기도하면서 주님께서 원하시는 때에 원하시는 방법으로 응답하시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② 상처받지 않고 중단 없는 믿음

  가끔 “누구 때문에, 마음이 편할 때가 없다든지,” “무엇 때문에 안정이 안 된다” 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누구’ 때문이거나 ‘무엇’ 때문이 아니라, 그것들에 자기 마음을 맡기기 때문에 그의 어떤 행동이나 그 무슨 일의 반응에 따라 스스로 흔들리고 상처 입는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현실의 어떤 누구의 반응에 따라 상처받거나 흔들리지 않도록 인간에게 자신의 감정을 맡기지 말고, 나를 사랑해 주시고 나를 구원해 주시는 주님을 굳게 믿고 주님께 의탁하며 주님께서 이끌어주시는 대로 굳세게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③ 무관심

  매일의 삶에 바빠서 주님께 관심을 기울이지 않거나, 기도하고 또 기도해도 쉽게 주님의 현존을 느끼지 못하거나, 기도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다하고 그 말에 대한 주님의 응답을 충분히 기다리지도 않은 채 그냥 기도의 순간을 나가버리는 경우이거나, 주님은 응답을 주셔도 주님을 향한 자기 일과 의지에 몰두하여 주님의 응답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기도의 순간을 떠나버리는 경우이거나, 기도해도 자기나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포기해 버리는 경우입니다.

  흔히 기도를 하느님과 기도자의 대화라고 합니다만, 기도 중에 진행되는 이 대화는 우리가 일상에서 직접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는 형식의 대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다면 정신과적인 진단을 받아야 할지 모를 정도로 아주아주 특별한 주님의 선택으로만 가능한 것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마치 영화에 나오는 텔레파시처럼, 우리와 우리 주변의 사건과 상황을 침묵 중에 떠올리거나 힘주어 집중함으로써 주님께 말씀드리게 되고, 우리 기도에 대한 답장을 우리 사건과 상황에 적절한 성경말씀에 대한 지성적인 깨달음이나 우리의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에 기도자도 모르게 스며든 심리적이고 감성적인 평화와 위안 그리고 일상과 현실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의 쇄신이나 변화에서 주님의 뜻을 바라보고 읽게 됨으로써 주님의 말씀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만일 주님께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데만 몰두한 나머지 자기 뜻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거나, 주님께 자신의 뜻을 고하고 나서, 자신의 뜻이 주님의 뜻 안에 있는지, 그리고 주님께서 자신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이시고 응답하시는지에 대한 충분한 성찰 없이 기도를 중단하게 되면 자신만의 이성적인 사색이거나 심리적인 독백으로 그칠 수 있습니다. 묵상을 통해 이성적인 활동, 쉽게 말해서 ‘생각’이랄 수도 있는 자기 기도의 대화 속에서, 활동은 자신이 하지만 그 활동을 통해 우리와 교류하시는 주님과 친교를 이룰 때 비로소 기도 중에 대화했다고 말하게 됩니다. 기도 중에 내려주신다고 하는 주님의 응답은 일반적으로 기도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 즉 40분 기도한다면 38분이나 39분에 다다라서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40분이나 1시간으로 정한 기도시간을 어림잡아 마칠 때 ‘영적 게으름’에 빠져 충분한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도 표현합니다.

 

④ 영적 게으름

  기도 중에 겪게 되는 가장 큰 방해물은 자기 자신입니다. 기도해도 주님께서 주시는 감흥이나 위안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고 기도 시간을 줄이거나 그냥 의무적으로 잠깐 기도하고 마는 영적 게으름이 기도를 통해 주님과 온전히 친교를 누리는 것을 방해하는 장애입니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 이정도면 되었다고 여기거나 한 두 번의 기도로 주님의 응답을 충분히 얻었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의 진보를 포기하는 경우입니다.

 

⑤ 분심

  분심이야말로 기도의 최대 장애물입니다. 그런데 분심은 어떻게 보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미움이나 원망, 또는 마치 중독처럼 자신의 이성으로는 부정하거나 이겨낼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도 실제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반복적인 악한 습관 등 기도 전에 마땅히 했어야할 일과 상황에 대한 숙제이자 죄책감일 수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또 기도 후에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새로운 일과 상황에 대한 상상이나 두려움입니다.

  분심을 지우는 방법은, 그 분심이 처리해야 할 일이라면 메모를 하고 기도에 계속 들어가거나, 기도 거리와 연관된 상상이거나 두려움이라면 주님께 더욱 더 깊이 의탁하고 주님의 위로와 힘을 청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기도의 분심거리가 미움이나 원망이라면 앞에서 한 방법처럼 기도 중에 스스로 용서하고 용서를 청하며 이겨나가고, 마치 중독처럼 자신의 이성으로는 부정하거나 이겨낼 수 있다고 다짐하면서도 실제로는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하는 반복적인 악한 습관이라면 계속되는 기도를 통해 매 번 주님께 깊이 의탁하고 매달려 주님의 도우심으로 이겨내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 외의 잡다한 생각들이나 감정들은 “내가 지금 분심을 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만으로도 쉽게 벗어날 수 있다고 영성가들은 말합니다. 분심을 떨쳐버릴 수 있는 또 다른 한 가지 방법은, 분심이 계속 들거나 기도에 집중이 안 되고 그냥 막막하거나 계속 산만할 때는 묵상이나 관상하고자 하는 성경구절을 계속 반복해서 읽음으로써 말씀이 나를 휘감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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