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 일용(日用)할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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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05-11 ㅣ No.42

* 일용(日用)할 양식

 

중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이다.

 

한 젊은 선원이 정박한 배위에서 여유로운 낮잠을 자고 있었다.

 

지나가던 부자가 한심하다는 듯이 그를 깨우면서 말을 걸었다.

 

“자네는 지금 뭐하고 있나?”

 

선원이 대답했다.

 

“하루의 일을 열심히 하여 일찍 끝내고 여유로워서 쉬고 있습니다.”

 

“자네는 내가 누구인줄 아는가?”

 

“그럼요! 우리 동네의 자린 고비 부자어른신이시지요!”

 

“맞아! 자네는 나처럼 부자가 되고 싶지 않은가? 내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일러 주지!”

 

“부자가 되면 뭐가 좋은데요?”

 

 “음! 만약에 자네가 이렇게 한가히 낮잠을 자지 않고 좀 고생을 더하여 밤까지 열심히 일하면 돈을 많이 모아 부자가 될 수 있어. 그러면 그 돈으로 사람들을 사서 그 사람들을 일시키고 자네는 편히 쉴 수 있지!”

 

그 부자는 평생 고생하여 생긴 많은 주름가에 미소를 띠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 젊은 선원은 웃으며 말했다.

 

“보십시오. 전 지금도 잘 쉬고 있었습니다! 전 사람을 부리지 않아도 이렇게 잘 쉽니다.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영감님 절 깨우지 마시고 오히려 영감님이 좀 쉬십시오. 피곤해 보이십니다. 안색이 안 좋으신데 ......“

 

 

다음날 그 부자는 생을 마쳤다.

 

언젠가는 푹 쉬고 여유롭게 만들어 주리라 믿었던 돈을 남기고 그는 무덤에서 영원히 쉬게 되었다.

 

 

주님의 기도를 보면 ‘일용(日用)할 양식을 주시고’ 라고 기도한다. ‘일용(日用)할 양식’ - 즉 하루에 쓸양식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내 자신부터 주님의 기도를 받치거나 혹은 로사리오 기도를 하면서 나의 머릿속에는 일용한 양식보다는 한평생 쓸 풍족할 영적인 물질적인 양식을 오늘 미리 좀 당겨 주셔서  쌓아놓고 살길 원한다.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위의 부자 영감의 생각처럼 말이다.

 

어느 부자가 곡식 창고를 만들고 가득히 곡식을 쌓아 놓고 흐뭇해 하지만 바로 그 날밤이 자신의 초상날인줄 모른다는 성서의 말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또한 ‘그날의 걱정은 그날로 족하다.’는 예수님의 말씀도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예수님께서 제시하는 삶은 바로 위의 예화에서 여유있는 선원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 5세에서 8세의 어린 유아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탈모증이 심하게 증가한다고 한다.

머리카락이 한옴쿰씩 군데 군데 뽑혀있는 어린 아이들의 머리 사진이 오늘날 일용한 양식에 만족 못하는 우리의 성급한 마음의 결과이다.

한참 신나게 뛰놀며 자연과 벗삼고 친구들과 함께 여유로움을 만끽해야할 그들이 영어 조기 교육이니 영재교육이니 하며 하루에 몇 개나 되는 학원을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빨리 빨리”의 한국의 부작용도 모자라서 우리는 지금 “미리 미리”라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비단 어린 아이들의 경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들의 영혼안에 깊게 자리 잡았을 지도 모르는 이러한 성급함과 욕심은 경계해야할 제11계명의 규율이 아닌가 생각된다.

 

빵도 매일 아침 나오는 신선한 것이 더 좋다는 것을 알면서 왜 우리의 휴식과 여유는 지금의 신선한 것을 누리지 않고 그것들을 희생하면서 미래의 여유를 위해 욕심이라는 무리수를 던지는 것일까?

 

어렸을 적에는 푸른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천국이며 천사를 생각하며 구름에 이름도 지어보고 한참이나 시간을 지낸적도 많았다.

 

얼마전 유학가는 동창신부가 남긴 글에서 우연히 성당 밴치에 누워 고개를 드니 하늘이 하도 파랗고 넓어서 구름을 찾아 여행하다가 나도 모르게 수단을 입은체 잠이 들었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나 역시 요즈음 푸르른 하늘을 애써 바라보며 여유라는 글씨를 마음으로 하늘을 칠판삼아 구름으로 써본다.

 

풍랑속에서도 그물을 베게삼아 주무시던 그 여유와 믿음의 예수님처럼 망중한(忙中閑)이라는 작은 피정을 내 생활안에 실천해 보아야 겠다.

 

남을 부리지 않아도 쉴 수 있는 저 선원처럼 하루를 살고 하루를 쉬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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