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정리안된 나의 상념- 추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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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3-23 ㅣ No.69

나는 햇 포도주보다 늘 묵은 포도주를 먹는다.

 

 하지만 난 늘 새로운 잔에 그 포도주를 담는다.

 

 그래서 그렇게 잔이 많다.

 

 

 

 나는 늘 오래된 이들을 맞이하면서 늘 새로운 대접을 하고싶다.

 

 

 

 그것이 바로 자유다.

 

 

 

 

 

 휴가를 다녀왔다.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다니면서 옛날 추억보다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자 노력했다.

 

 

 

 추억만 많으면 왠지 사람이 늙고 나약해 보인다.

 

 

 

 젊은이는 늘 추억을 만들고자 도전하지만 늙은이는 추억만을 먹고산다는 속담이 있다.

 

 

 

어머니께 나는 추억을 나누는 시간보다. 추억을 만드는 시간을 드리고 싶다.

 

 

 

 

 

 

 

 

 

 얼굴도 보지 못한 영혼분들을 장례미사를 통해 하느님께 보내드리면서 나는 마지막 절차로 성당 입구에서 그분의 관 얼굴부분에 내왼손을 대고 기도한다.

 

 

 

 관을 씌운 그 천은 늘 싸늘하다. 그리고 내손은 따뜻하다.

 

 

 

 조금이나마 그 관을 대워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사랑은 그런 것이다. 내가 할수 있는것은 그뿐이다.

 

 

 

 

 

그분의 영혼이 살아계시다면 작고 따뜻한 추억이 되길 바라며......

 

 

 

 

 

 

 

 "사랑은 만지는 것이다."라는 말이있다.(love is touch)

 

 

 

 미사때 성체를 만지면서 나는 참 커다란 기쁨을 느낀다.

 

 우리가 성체를 나의 입술로 영하고 내손으로 만질수 있다는 이 놀라운 사랑의 관계를 나는 결코 잊지 않고 싶다.

 

 

 

 우리는 하느님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 만지고 먹는 그런 사랑을 하는 사람이다.

 

 

 

아마 내가 나의 관속에 들어가 누웠을 때 가장 기쁘고 따뜻한 추억은 무엇인가?질문 받는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은 "빵과 포도주를 성체와 성혈로 만들고 나누어 주고 내가 먹은 그 식탁에서의 즐거운 요리 시간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싶다.

 

 

 

또한 이추억은 늘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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