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구타사고(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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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4-12-16 ㅣ No.11349

새벽의 집단구타로 인한 후유증은 심각했다.

대부분의 장병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절뚝거렸고 일부 병사들은 내무반에 누운채

거동조차 힘들어했는데 그중에서도 신일병의 상태가 가장 심각했다.

이병장의 지휘하에 조를 나눠 인근병원으로 통원치료를 받았고 몸상태가 양호한

사병들이 파스나 연고를 수시로 사다 날랐다.

물론 부대내 장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럴듯한 부상이유까지 만들어 놨으며

출입은 정문이 아닌 테니스장으로 향하는 개구멍을 주로 이용했다.

나는 이병장의 옆에서 수시로 환자(?)들의 수발을 들면서도 새벽의 탈출에 대해서

처벌받을까봐 전전긍긍했다.

그런데 탈출에 대해 뭐라고 하거나 체벌은 내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상하다!내가 탈출한것에 대해 모르나?아님 겨를이 없는건가?”

맞지않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언제 터질줄 모르는 일이라 파스를

붙이거나 연고를 발라주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성병장은 내무반에 누워있는 장병들을 보면서 처음에는 황당해하다가 이병장의

얘기를 듣고 얼굴을 부여잡으며 심하게 자책했다.

성병장은 이병장에게 제대할때까지 투명인간으로 있겠다라는 약속과 함께 이사태를

잘 수습해달라는 당부를 했고 다친 장병들을 찾아가며 용서를 빌었다.

특히 심하게 다친 신일병에게 다가가 나좀 살려달라고 애원까지하며 눈물짓자

그는 고통스런 표정을 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흐르며 장병들의 몸은 점차 회복되면서 줄빠따의 상처도 거의 아물어 갈무렵

남상병이 자신이 근무하는 군수과 사무실로 나를 불러냈다.

“신병!!용감하게 도망갔다메!!”

“죄송합니다!”

“잘했어!잘했어!그런 말도 안되는 구타는 맞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

나도 도망갔쟎아!!”

남상병의 예상치못한 격려와 웃음소리에 다소 마음은 놓이면서도 민망함에 어쩔줄

몰라 하는데 그가 나의 어깨를 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병!! 바로위 고참들이 자네를 구타한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엄명했어!!

내가 왕고참되면 구타를 전부 없애버릴거야!분명히!!확실하게!!”

진실로 죽은듯이 생활하던 성병장은 3개월후 그흔한 전역회식도 없이 쓸쓸하게 제대를 했고

막강한 권한은 이병장과 남상병에게 자연스레 넘어갔다.

우리는 성병장의 줄빠따사건으로 촉발된 부대의 따뜻한 봄날이 이병장과 남상병이

권한을 잡으면서 영원할줄 알았고 그런 기대감으로 px가서 조촐한 자축연까지 열었다.

그러나 그 평화는 새로운,예상치못한,뜻밖의 괴물이 나타나면서 오래 가지를 못했다.

바로 남상병이라는 괴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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