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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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6-04 ㅣ No.104

저것은 벽

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때

담쟁이는 서두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징이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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