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5주일(다해) 요한 13,31-33ㄱ.34-35; ’22/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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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2-05-06 ㅣ No.5020

부활 제5주일(다해) 요한 13,31-33.34-35; ’22/05/15

 

 

 

 

 

 

 

예전에 어느 한 신부님께서 요한 복음을 쓰면서 평생 안 보이던 눈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셨습니다. 그 신부님은 평생 한쪽 눈이 안 보여서 글을 읽어도 대강 훑어보고, 글씨를 써도 그냥 대강 쓰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한 복음에 주석서들을 다 펴놓고 한 글자씩 읽고 묵상하면서 한구절 한구절 쓰다 보니 눈이 보이기 시작하셨답니다. 지금은 눈이 처음보다 네 배는 좋아졌고, 글씨를 쓰는 손에 힘이 들어가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운동도 안 나가고 앉아서 요한 복음을 쓰면서 주님 안에서 살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 신부님은 고희를 맞으셨는데 미국에서 친 형제자매들이 축하해 주러 오셨답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가족들에게 눈이 보이게 되었다고 말했답니다. 그래서 누님들이 한쪽 눈을 가리고 글씨를 써보라고 하기에, 글을 쓰기 시작하니까 누님들이 눈물을 흘리시며 하느님께 찬미의 노래를 불렀답니다. 의학적으로는 어떻게 풀이할지 모르겠지만, 그 신부님은 요한 복음을 묵상하며, 주님의 말씀을 깊이 파고들며 기도하다 보니, 자기 몸에 기적이 생겼다고 기뻐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제 사람의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또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도 영광스럽게 되셨다.”(요한 13,31) 라고 말씀하십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 예수님에게 하느님의 권능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아들 예수님은 아버지의 뜻을 따라 그 권능을 실현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실현하고자 하신 아버지의 뜻은 바로 세상 사람들을 구하시기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십자가상 제사입니다.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들 예수님의 모습은 정말 영광스러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그런 아들의 모습은 아들을 바라보는 아버지는 물론이요, 그런 아들을 두신 아버지가 영광스럽게 드러냅니다.

 

땅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권능을 받아,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아버지로부터 받은 권능을 행하시는 아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의 권능이 발휘되어 일어난 기적을 보고 감탄하는 이들에게, 그 모든 공을 아버지 하느님께로 돌리십니다. 아버지께서 주신 권능을 수행함으로써 아들이 영광스럽게 되었고, 그런 아들의 모습과 아들이 돌려드리는 영광으로 아버지 하느님께서 영광스럽게 빛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사람의 아들을 통하여 영광스럽게 되셨으면, 하느님께서도 몸소 사람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이제 곧 그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32) 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상에 못 박혀 돌아가시면서까지 아버지의 뜻을 따라 사람들의 구원을 위한 희생제물로 자신의 생명을 바치셨습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을 죄악으로부터 구원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아들의 노고와 희생을 무위로 돌리지 않으시고, 아들에게 새 생명을 주셔서 부활시켜 주십니다. 그래서 아들 예수님은 예수님의 희생으로 구원하신 우리 모두의 주님이 되시며, 오늘 부활의 영광을 누리며 우리 앞에 나타나십니다.

 

우리 모두는 정도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다 주님을 믿고, 주님의 말씀을 자신의 일상 속에서 실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은총을 잘 쓰면 쓸수록 주님께서는 영광스럽게 되실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주님을 영광스럽게 모시고 삶으로 드러내는 우리를, 주님께서는 영광스럽게 해주실 것입니다. 요한 복음을 묵상하며 쓰시는 그 신부님께 내려주신 기적처럼.

 

그렇게 놓고 보면, 오늘 우리의 모습은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여러분, 여러분의 모습이 영광스러워 보인다고 자부하실 수 있으십니까? 여러분 주위의 사람들에게 여러분의 얼굴과 여아분의 인생을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게 드러내실 수 있으십니까?

 

여러분은 주님께 어떤 은총을 받으셨습니까?

여러분은 주님께 받은 은총을 어떻게 발휘하시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계십니까?

여러분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일로 인하여, 주님께서는 여러분을 어떻게 영광스럽게 해주고 계십니까?

 

그래서 주님께서는 결정적으로 우리에게 명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34)

 

우리는 우리 마음속에 주님께서 심어주신 사랑을 담고 있습니다. 그 사랑이 말하는 대로, 그 사랑이 이끄는 대로 나아갈 때, 우리는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제자됨의 영광된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35)

 

여러분 각자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내려주신 은총을 육성하고 계발하여, 가정과 교회와 사회 형제자매들에게 봉사함으로써, 여러분 삶에 커다란 기적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우리 중에 어떤 사람은, ‘나는 하느님께 아무것도 받은 것이 없다.’라고 하거나, ‘무엇을 받았는지 잘 알지 못한다.’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주 하느님께 대한 아무런 신앙 감각이 없거나, 신앙 감각이 있기는 해도 그냥 그렇게 바쁘게 하루를 살아가기 때문에, 주 하느님 체험을 하지 못한 채 넘어가기도 하고, 체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그때마다 기억의 저장 창고에 저장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무의식 속에서 지나쳐 버린 경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없었던 것이 아니요,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해서, 우리를 향한 주님의 현현이 없었던 것이 아닙니다.

 

내가 죄를 지을 기회를 피하고, 가족과 내가 속한 교회, 사회 공동체가 내게 기대하고, 또 내게 맡겨진 역할과 일을 충실히 채워나가고, 내 일을 수행하면서 될 수 있는 대로 어려운 형편에 처한 동료들과 이웃도 돌본다면,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주님의 거룩한 사람들이 될 것입니다. 아니, 이미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100% 다 믿고, 다 따르고, 다 실현하지 못해도, 늘 가슴에 새기고 기회가 되는 대로 실현하려고 노력하여,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주님의 거룩한 제자요 사도들입니다.

 

우리가 비록 나라와 민족을 구할 정도의 공을 세우지는 못했더라도, 순교성인의 뒤를 따라 복음을 실천하기 위하여 나 자신을 온전히 희생하지는 못했더라도, 이웃의 성인처럼, 일상의 성인처럼, 자신의 삶에서 매일 아침 기도하고, 미사 참례하고, 때맞춰 성사보고, 주 예수님의 복음을 읽고 실천하면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에 성인·성녀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 가슴 속에 숨겨져 있는 복음의 빛이 우리의 일상을 통해 보이지 않게 드러나고 있으며 빛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주님과 교회와 형제들 사이에 영광이 될 수 있도록 살아갑시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내려주시는 새 생명으로 새로 태어나서, 우리도 창조 때 아버지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심어주신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도록 합시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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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5주일 꽃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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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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