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구타사고(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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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진석 [ryu4337] 쪽지 캡슐

2014-12-12 ㅣ No.11347

 

11월 초의 새벽공기는 생각보다는 차가웠다.아니 그보다 밥을 푸는 삽을 빙빙 돌리고

있는 성병장의 모습에서 살을 에는듯한 살벌한 냉기마저 느껴졌다.

취시장앞에 2열 횡대로 집합해 서있는데 미아리고개에서 돈암동 달동네를 걸쳐 불어오는

칼바람이 등뒤를 심하게 때렸다.

“방패!병장 이**외 59명 집합끝!”

“쉬어!고참의 얼굴을 라이터 불로 지지려 하지를 않나?고참에게 대놓고 개기지를

않나??너희들이 군기가 개판이야!!엎드려!!지금부터 줄빠따를 실시한다!!”

줄빠따는 고참순으로 맞는것으로 같은 동기라도 입대가 하루라도 빠르거나

같은 입대일이라도 나이가 더 먹었거나…등등 서열을 엄격히 나눠 한대씩이

증가하는 구타행위다.

가령 처음에 5대로 시작했으면 45번째 졸병은 5+45,즉 50대의 빠따를 엎드린채

맞아야 비로소 일어설수가 있고 그에게는 다음 졸병을 51대 빠따를 칠수있는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다.

성병장이 엎드린 이병장의 히프를 밥삽으로 5대를 때리자 이병장이 일어나서 곧바로

밑의 졸병인 노병장의 히프를 6대 때렸더니 힘없이 쓰러졌다.

“이것도 병장이라구 나가 죽어라!!”

성병장이 달려들어 노병장을 사정없이 발로 찼으나 술이 취해서인지 헛발질이 많았고

지쳤는지 숨을 헐떡거렸다.

졸병들의 줄빠따를 지켜보며 화를 내기도 하고 웃기도 하는 그의 얼굴에서 촞점을

잃은 눈동자를 발견했고 나는 그가 지금 이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필름이 끈긴

상황임을 어렵사리 눈치챌수 있었다.

술꾼은 술꾼이 알아본다했다.기억이 안날정도로 폭음을 자주하는 술꾼들의 결론은

항상 자기가 전날 저지른 만행에 대해 후회를 한다.

성병장도 후회하고 나도 후회하는 일을 굳이 당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줄빠따는 둔탁한 삽의 소리와 장병들의 신음소리가 어우러지며 12대까지 불어났고

남상병의 차례에 와서 갑자기 소리가 멈췄다.

“니는 내가 직접 빠따를 하사한다”

“사양하겠심니더!!”

“와?”

“고참이 고참같아야 말이죠!!”

“이 자식이!!”

성병장의 삽이 허공을 가르며 남상병의 얼굴로 향하자 그는 잽싸게 밑으로 피한다음

성병장의 등을 밀었고 그는 비틀거리다 그만 잔밥통에 얼굴을 쑤서박았다.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음식쓰레기를 양손으로 훔치며 성병장은 미친듯이 날뛰었고

이병장이 눈치를 주자 남상병은 잽싸게 비오큐 건물쪽으로 도망을 가버렸다.

“저 시키 잡아!!내가 죽여버린다!!”

성병장이 입에 거품을 물며 이병장을 밀치고 쫒아가려하자 이병장이 그를 두 팔로 강하게

안으며 제지했다.

“안됩니다!지금 그를 쫒으면 초소근무 서는 방위들이 알것이고 이는 곧 일직사령

(당직근무장교)의 귀에 들어갑니다.남상병은 내일 혼내십시오!!”

“그래??”

이병장의 조리있는 설득에 그의 흥분은 다소 수그러들었고 담배한대를 피우면서

방금전의 광기가 완전히 없어진듯 웃기까지 하던 성병장이 갑자기 우리쪽으로 고개를

돌려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것들이 빠따 안치고 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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