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판공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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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3-10 ㅣ No.6

옛날 왕자들은 매를 댈수 없어서 매 맞는 아이를 두었다.

 

왕자가 게으르거나 잘못을 하면 왕자의 스승은 왕자가 보는 앞에서 매맞는 아이를 매질했다.

 

 

 

판공성사를 집전하면서 매우 슬픔을 느낀다.

 

부활과 성탄 판공의 의미는 매우 슬프게 나에게 다가오고 자존심까지 상할때도 있다.

 

 

 

나의 주님께서 바로 우리를 죄없는 거룩한 왕자되게 하기 위해 우리를 위해 매맞는 아이로 태어나셨다.

 

죄를 지을때 이 죄때문에 나대신 고통당하시는 그분을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유혹에 넘어가지않을 것이다.

 

 

 

나는 로마 전례학중에 이콘에 대하여 배우면서 놀라운 것을 발견한 적이 있다.

 

성탄 이콘 중에 아기 예수를 싼 포대기는 바로 수의라는 점이다.

 

 

 

즉 죽기 위해 태어난 아기인 것이다.

 

 

 

임마누엘의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매맞는 아이는 바로 다름아닌 당신의 아들이셨다.

 

 

 

자신의 외아들을 버리고 우리를 택하셨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를 택하시고 그분을 매질하신다.

 

 

 

"그는 우리 대신 매을 맞아 주었고 그의 상처로 우리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었다. 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털을 까기우는 어미양처럼 그렇게 죽어갔다."

 

 

 

"그는 그 매을 맞고도 입한번 열지 않았다."

 

 

 

나를 위해 매맞아줄 이가 있다는 것 그분이 성자이다는 것 그분이 함께 계신다는 것이 임마누엘의 뜻이다. 내 입장에서는 죄인의 입장에서는 다행이고 기쁨이지만, 매맞는 아이에게는 슬픔이다.

 

 

 

나는 사제다. 임마누엘의 하느님이 불쌍하다. 좋은 산부인과도 아니고 개밥그릇보다 못한 말밥그릇에 태어난 내 주님을 생각하면 나에게는 성탄이 기쁜 것만은 아니다.

 

 

 

지금도 우리 주님은 어디서 우리대신 매를 징하게 맞고 계시겠지. 판공성사 그 긴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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