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나해) 요한 20,19-31; '24/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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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3-29 ㅣ No.5717

부활 제2주일, 하느님의 자비 주일(나해) 요한 20,19-31; '24/04/07

  

 

 

  

하느님의 자비 주일인 오늘, 우리가 미사를 봉헌하는 지금 이 시각에도, 세상 곳곳에서 긴장과 갈등, 전쟁과 분열로 수난당하는 이들에게, 주님께서 자비를 내려주셔서, 평화와 안녕을 허락해 주시기를 간구합시다.

 

1. 나이지리아 중부 무슬림 유목인과 기독교 농경인 분쟁,

북부 정부군과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고하림,

남부 정부군과 반정부군과 분리주의자

2. 미얀마 군부와 민주화세력,

다수와 소수민족, 이슬람 로항아족의 위기

3. 멕시코 정부군과 마약 카르텔

4. 소말리아 정부군과 아프리카 연합(AU), 평화유지군(ATMS), 이슬람 극단세력(IS)

5.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6. 예멘 이슬람 시아파 세력 후티 반군과 아랍 연합군

7.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정부군과 반군 세례카와 반 발레카

8. 콜롬비아 정부군과 무장혁명군(FARC), 민족해방군(ELN)

9. 니제르 정부군과 투아레그족반군, 국제테러조직 보코하림, 알카에다, 디에시

10. 레바논 내전, 이스라엘과 반이스라엘 헤즈블라(시아파 무장세력)

11. 말리 정부와 군부 쿠테타, 북부 분리주의, 급진 이슬람주의

12. 시리아 정부군과 반정부군 아랍의 봄 연장선, 수니파와 시아파

13. 아프카니스탄, 텔레반 아프간 장악, 텔레반과 이슬람급진세력(IS)

14.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15. 인도와 파키스탄 중국간 영토 분쟁, 카슈미르내 분리주의, 이슬람과 힌두교

16. 이라크 친이란 진영과 반외세 민족주의 진영

17. 필리핀 반정부 무장 폭동

18. 중국과 대만

19.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좁은 땅에서 영토 분쟁을 벌이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20. 아프리카 수단 정부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령관이 이끄는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

21. 에티오피아의 정부군과 민병대

 

주님의 자비로 이분들에게 평화를 허락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언젠가 어떤 분이 술에 잔뜩 취해서 물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와 엘리야와 예수님께는 나타났는데, 왜 저에게는 나타나지 않으십니까?” 주님을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주님의 사랑 안에 푹 잠겨 살아가고 싶지만, 잘 느껴지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으로 하소연한 것이었습니다. 마음 속으로만, 머리 속으로만, 허상처럼, 현실을 떠난 영처럼, 기도 속의 신비체험으로만 주님께 잠기고 싶은 마음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고민 속에서 몸부림치며 탄원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생전에 여러 번 여러 방법으로, 예수님께서 사람들의 시기와 증오 속에 돌아가시리라는 것을 제자들에게 알려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반드시 예루살렘에 가시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셨다가 사흗날에 되살아나셔야 한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밝히기 시작하셨다.”(마태 16,21)

 

예수님께서는 왜 죽으셔야 하는지 그 이유도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 10,45) 예수님께서는 결정적으로 성체성사를 세우시면서 주님께서 왜 죽으셔야 하는지, 예수님 죽음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알려주셨습니다. “모두 이 잔을 마셔라. 이는 죄를 용서해 주려고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마태 26,28)

 

그러나 제자들은 자신들이 믿고 의지하던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모두 실의에 빠졌습니다. 그들은 예수님 죽음의 의미와 죽음에 이어지는 영광스러운 부활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니, 처음부터 예수님의 말씀은 제자들의 마음 속에 들어 있지 않았고, 그저 제자들의 마음 속엔 예수님께서 영광 속에 오르실 때에 그 밑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부귀영화를 언제 어떻게 누리게 될 것인가 하는 일념만이 새겨져 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주님, 지금이 주님께서 이스라엘에 다시 나라를 일으키실 때입니까?”(사도 1,6)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예수님을 증거해야 할 사명은 망각한 채, 계속 예수님 부활의 확신과 부활 이후에 이어지는 영광 속에 참여할 공과논쟁과 자리다툼 그리고 이익추구에만 골몰하는 제자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하소연하십니다. “그때와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너희에게 내리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 그리고 땅 끝에 이르기까지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7-8)

 

오늘 우리 중의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온전히 믿지 못하는 제자들과 같은 어리석음을 재현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우리 중의 어떤 이들은 주님의 자녀로서 주님께 자신을 봉헌하고 형제들을 위해 봉사하여야만 할 우리 자신의 본분은 망각한 채, 토마처럼 계속 자신의 마음만을 채워달라고 탐욕스럽게 외칩니다. ‘주님, 저희에게 나타나소서!’ ‘주님, 저희를 구하소서!’ ‘주님, 저희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주님, 이러 저러한 것들을 주소서!’

 

오늘 우리 중의 어떤 이들은 자식으로서 부모의 말씀을 존중하고 효도해야만 할 자신의 의무를 망각하고, 배우자와 가족을 돌보며 살펴야만 할 자신의 의무는 망각한 채, 토마처럼 자기 개인의 편의와 아집에 빠져 외칩니다. ‘내 생각에 맞춰주세요.’ ‘내가 하자는 대로 해주세요.’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오늘 우리 중의 어떤 이들은 하느님께서 이 땅에 우리를 내보내시면서 각자에게 이루도록 하신 서로 다른 소명은 무시한 채, 세상의 부귀영화를 추구하라고, 하느님의 요구와 초대보다 세상의 요구대로 살아가라고 요구하며 외칩니다. ‘넌 내가 낳고 내가 기른 내 자식이니까, 내가 펼쳐주는 세상에서 내가 준비해주고 내가 열어준 대로 살아야 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서 살아야 해!’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에게 잡혀 죽을까 봐 두려워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예수님께서는 주님 곁에 다가서서 영광을 누리려고 하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21)

 

예수님께서는 서로 경쟁하며 상대를 밟고 올라서려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22-23)

 

예수님께서는 토마처럼 자신을 봐달라고, 자신을 사랑해 달라고 투정을 부리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십니다.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29)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내려주시는 은총과 평화가 토마처럼 빠지고 제외되는 이 없이 여러분 모두에게 주어지기를 바랍니다. 아니, 토마처럼 자신에게 다가오는 축복과 평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기만의 세계로 숨어들면서, 자신을 왜소하게 만들고 스스로 소외시키고 고립시키는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 우리에게 내려지는 주님 사랑과 은총을 느껴 빛과 행복의 나라로 들어가시길 빕니다.

 

눈 앞에 닥친 어둠과 시련 앞에서 두려움에 떨지 말고, 주님 부활의 힘으로 살아나가시길 빕니다. 지금 당장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기에, 오늘의 어려움과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신앙의 힘으로 여러분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시련을 이겨내실 수 있게 되기를 간구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휘감아 주님의 사도로 만들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에서 벗어나 형제자매들과 세상의 구원을 위해 복음을 선포하고 구원의 희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시도록 기도합니다.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요한 20,2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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