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21/06/28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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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1-06-10 ㅣ No.4699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21/06/28 월요일

 

이레네오 성인은 130년 무렵 소아시아의 스미르나, 오늘날 터키의 이즈미르에서 태어나셨습니다. 로마에서 공부한 그는 프랑스 리옹에서 사제품을 받고, 뒤에 그곳의 주교가 되셨습니다. 이레네오 주교는 특히 프랑스의 영지주의의 오류를 거슬러 가톨릭 신앙을 옹호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았습니다. 2세기 교회의 중요한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활동한 그는, 영지주의 이단의 오류를 낱낱이 지적한 이단 논박이라는 유명한 저서를 남겼습니다. 성인은 200년 무렵 순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예수님의 제자가 갖추어야 할 자격과 자세에 말씀하십니다. 관직과 자리에 관심이 많은 율법학자가 예수님께 다가와 스승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마태 8,19) 라고 청하자,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아무런 자리도 보장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씀하십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20)

 

다른 제자가 또 예수님께 다가와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좋은데, 예수님을 따라가기 전에 집안을 정리하고 가겠다고 말합니다.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21) 그런데 쾌히 허락하실 것만 같은 예수님께서는 뜻밖에도 거절하십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22) 예수님께서는 집에 가서 장례를 치르러 가겠다는 제자를 왜 이렇게 야박하게 잘라내실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그런데 또 생각해 보면,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치르러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 제자는 왜 허락을 맡으려고 했을까 하는 생각도 떠오릅니다. 아마도 예수님께서 보시기에는 그 제자가 단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려는 인지상정이 아니라, 자신이 예수님을 따르면서 뒤에 남겨진 가족과 재산에 대한 처리를 염두에 두고 청하는 것으로 여겨지셨나 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는 그 제자가 예수님을 따르다가 도중에 만족스럽지 못하면 집으로 돌아가서 살 것을 미리 준비하러 가시는 것으로 여기시고, 온전히 따르고 싶은 자세가 아니라면 포기하라고 하셨는가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디든지 따르겠다는 율법학자에게 하신 말씀을 통해, 우리에게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길이 상류사회에 진입하는 계기나 더 좋은 사회적 삶을 향한 첫걸음이 아니라, 지금 누리고 있는 삶의 질조차도 버려야 할지 모르는 전면적이고 통합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이르시는 듯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뒷자리를 마련해 놓고 한 발만 걸치려는 제자에게 하신 말씀을 통해, 우리가 봉사활동을 하는 등의 일정 시간만 또는 성당과 같은 일정 장소에 있을 때만, 예수님의 말씀과 정신을 갖고 사는 것을 원치 않으시고, 우리의 전 생애의 매 순간에 예수님의 말씀을 적용하며 따르라고 하시는 듯합니다. 예수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지금 당장 우리의 가족과 직업을 버리고 종교 생활에 헌신하라고 하시는 것이 아니라, 내 삶 전체를 주님께서 내게 베풀어주신 사랑을 느끼고 감사드리며, 주님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을 아낌없이 나누면서, 주님을 따르도록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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