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12월 주일 어린이 강론

인쇄

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11-28 ㅣ No.318

 

대림 제 1주일(마태 24,37-44)

 

어린이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갑자기 무슨 새해 인사냐고요? 오늘은 교회 전례력으로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대림 제 1주일이에요. 교회는 오래 전부터 구세주께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기를 기다려왔고, 그 기다림이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성탄절에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교회는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을 예수님의 성탄을 기다리고, 다시 오실 주님을 맞을 준비를 하는 대림 제 1주일에 시작하는 것이에요.

 

대림시기가 되면 달라지는 것들이 있어요. 어떤 것들이 있나 볼까요? 먼저 전례력이 다해에서 가해로 바뀌죠. 그리고 미사 중에 대영광송을 하지 않고 신부님의 제의도 보라색으로 변해요.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으로 제대 앞에 4개의 초를 꽂아 둔 대림환이 있어요. 이 4개의 초는 매 주 하나씩 불을 밝히면서 구세주의 오심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어요.

 

노아의 방주에 대해 알고 있지요? 예수님께서는 노아 때의 홍수를 예를 들면서 그 날과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미리미리 평소에 잘 준비하라고 하셨어요. 사실 노아 때 사람들은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던 날까지도 먹고 마시고 하다가 홍수를 만났어요. 또 도둑이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늘 깨어 있으라고 하셨어요. 그만큼 성탄과 재림을 기다리는 우리의 자세는 내일로 미루는 것이 아니라 오늘 잘 준비하라는 말씀이에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참 다행이에요. 이미 예수님께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셨고, 또 미사 중에 대림초를 보면서도 '아, 더 열심히 기도하고 준비해야겠구나' 하며 새롭게 마음을 다질 수 있으니까요.

 

 

대림 제 2주일(인권주일, 마태 3,1-12)

 

2천년 전 유다 광야에 한 사람이 나타났어요. 그는 낙타 털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띠를 두르고 메뚜기와 들꿀을 먹으며 살았다고 해요. 누구일까요? 바로 세례자 요한이었어요. 세례자 요한은 유다 광야에서 큰 소리로 "회개하여라. 하늘 나라가 다가왔다!" 하고 선포했어요. 예수님께서 오실 때가 머지 않았으니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예수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 호소였어요.

 

또 요한은 별로 뉘우치지 않고 세례를 받으러 오는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을 보고 "너희가 회개했다는 증거를 행실로써 보여라" 하며 따끔하게 꾸짖기도 했어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고 '남들이 하니까' 하면서 요르단강에 와서 세례자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려고 했어요. 그러나 세례는 그렇게 받는 것이 아니에요.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하느님의 말씀대로 충실히 살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해요. 요한은 바로 그것을 요구한 것이에요.

 

요한은 또한 겸손한 선구자였어요.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따르고 세례를 받기 위해 요르단강으로 몰려왔지만 요한은 결코 자만하지 않았어요. 그는 오히려 자신은 앞으로 오실 분,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예수님의 신발을 들고 다닐 자격조차 없다며 자신을 낮췄어요.

세례자 요한의 자세를 잘 보고 배우도록 해요. 우리도 자신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겸손하게 주님의 오심을 준비한다면 더욱 기쁜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에요.

 

 

대림 제 3주일(자선주일, 마태 11,2-11)

 

옛날, 어떤 왕이 매일 여러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눈부신 의복을 입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며 뽐냈어요. 백성은 어떻게 살든지 왕은 자기만을 생각했어요. 어느 날 시종이 왕이 매일 들여다보던 거울을 치워버렸습니다. 다음날 왕이 자기의 모습을 보려고 거울을 찾았으나 거울은 보이지 않고, 거울이 있던 자리의 창문을 통하여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어요.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지치고 굶주린 모습이었어요. 창백한 여인과 굶주린 아이를 보았고, 먹을 것을 찾으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이들과 허리가 구부러진 노인들도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왕은 자기의 화려한 의복을 벗어버리고 평민들이 입는 소박한 옷으로 갈아입고 백성들 가운데로 나아가 그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었어요.

 

오늘은 대림 제 3주일이자 한국 교회에서 제정한 자선주일이에요. 자선은 부자들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무리 부자라 해도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의 처지를 알지 못한다면 아무런 도움도 될 수 없어요. 마치 왕이 매일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몸을 치장하느라 거울 뒤 백성의 고통을 몰랐던 것처럼 우리도 그럴 수 있어요.

 

예수님께서는 자선을 통해 당신과 만날 수 있다고 하셨어요. 이 세상에서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당신에게 해 준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어요. 어때요? 예수님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나요? 지금 내 주위의 가난한 이웃을 위해 무엇을 나눌 수 있는지 안다면 예수님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을 것이에요.

 

 

대림 제 4주일(마태 1,18-24)

 

제대 앞의 대림초를 보세요. 몇 개에 불이 들어왔나요? 예, 4개 모두에 불이 붙여졌어요. 오늘이 바로 대림 제 4주일이고, 이제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성탄절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어요. 어때요? 성탄절이 더욱 기다려지지 않나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어요. 친구들도 잘 알고 있듯이 예수님은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의 사이에서 태어나셨어요. 하지만 마리아는 요셉과 결혼하기도 전에 성령으로 말미암아 예수님을 잉태했어요. 그래서 요셉은 이 일이 알려질 경우 사랑하는 약혼녀 마리아가 사람들에게 맞아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조용히 파혼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주님의 천사가 요셉의 꿈에 나타나 그 동안의 모든 일을 알려 주고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예수'로 정하라고 했어요. 또한 그 '아기 예수'가 백성을 죄에서 구원할 구세주이심을 알려 주었어요. 결국 요셉은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였고, 천사의 말대로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예수라고 불렀어요.

 

거리에는 성탄 트리의 불빛이 빤짝거리고 여러 가수들이 부른 귀에 익은 캐롤들이 울려 퍼지고 있어요. 정말 성탄절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음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해요.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위해 어머니 마리아와 아버지 요셉이 얼마나 힘든 결정을 하고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는지를 말이에요. 이것을 잘 기억하면 우리는 더욱 더 기쁘고 의미 있는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에요.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마태 2,13-15. 19-23)

 

어린이 여러분! 오늘은 우리 모든 가족들의 축제인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이에요. 나자렛 성가정의 모범을 본받아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살아갈 것을 다짐하는 날이기도 해요.

 

나자렛 성가정은 오늘 복음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많은 어려움을 겪었어요. 베들레헴의 한 마굿간에서 초라하게 태어나신 아기 예수님, 탄생의 기쁨을 채 맛보기도 전에 헤로데의 박해를 피해 멀리 에집트까지 피난을 가야 했어요. 또 성서에 보면 예수님의 아버지 요셉은 목수이셨고, 요셉 성인께서 돌아가신 다음에는 예수님께서 직접 목수 일을 해서 사셨다고 해요. 이렇듯 넉넉하지 않은 가정이었지만 나자렛 성가정은 하느님을 믿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구보다 풍요로운 가정이 되었어요.

 

요즘 여기저기서 가정이 파괴되어 간다고 얘기들 해요. 가족간의 대화가 없어지고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우다가 심지어는 싸우는 경우도 있어요. 또 어떤 사람들은 왜 우리 집은 다른 집보다 가난할까 하며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해요. 하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어요. 바로 나를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사랑이에요. 부모님의 사랑은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모님만큼 나를 사랑해 줄 수 없기 때문이에요.

 

우리 가족이 성가정이 되느냐 안되는냐 하는 것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에요. 아빠는 아빠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나는 나대로 가족을 위해 기도하고 먼저 사랑을 실천하려고 노력할 때 예수님을 본받는 성가정이 될 수 있어요.

 

<소년, 2001년 12월호에 쓴 글입니다>



243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