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눈- 추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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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4-28 ㅣ No.88

그는

 

그는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때

조용히 나의 창문을 두드리다 돌아간 사람이었다.

그는 아무도 나를 위해 기도하지 않을때

묵묵히 무릎을 끓고

나를 위해 울며 기도하던 사람이었다.

내가 내 더러운 운명의 길가에 서성대다가

드디어 죽음의 순간을 맞이했을때

그는 가만히 내 곁에 누워 나의 죽음이 된 사람이었다.

아무도 나의 주검을 씻어주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촛불을 끄고 돌아가버렸을때

그는 고요히 바다가 되어 나를 씻어준 사람이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자를 사랑하는

기다리기 전에 이미 나를 사랑하고

사랑하기 전에 이미 나를 기다린

 

그는 아름다운 분이었다.

 

 * 돌아가시기전 어머니의 기도는 열매를 얻었다. 30년간 기도하셨다. 외할아버지가 세례를 받도록 손자가 신학교가는 것을 그토록 싫어하셨는데 ......

 

일찍돌아가신 큰 삼촌을 너무나 많이 닮아서 많이 사랑해 주셨는데.......

 

삼촌을 너무나 닮아서 나의 길을 이해하려 하지 않으신분!

 

젋은 아들을 잃기전 이병이 낫기만하면 나는 하느님을 믿게다던 분이

 

이젠 그 젊은 아들을 너무나 닮은 손자 신부에게 모든 것 맡기고 젊은 아들에게 가셨다.

 

이시에서 그분은 아마 하늘나라에 먼저가신 삼촌일것이다.

 

나의 기도보다 어머니의 기도보다 그 삼촌이 바로 늘 할아버지를 위해 하늘에서 그리고 할아버지 곁에서 성모님께 기도드렸다고 생각한다.

 

할아버지 그토록 그리워하던 삼촌을 이제 만나게 되셔서 기쁘시겠어요!

 

늘 맑은 내눈이 총기 있다고 맑다고 사랑해 주셨는데

 

국민학교 4학년 때 첫안경을 씔때 나는 겉멋이 들어 "할아버지 나 어때요?"하니까 언짠아 하시던 모습

 

 그때는 왜 할아버지가 언짠하 하셨는지 몰랐다.

 

"윤석아! 너는 참 돌아가신 삼촌과 닮았지만 눈이 참 많이 닮아서 할아버지께서 네가 안경쓴것이 좋아 보이지 않으신거란다."

 

오늘 라식수술을 했다. 할아버지께 몇일뒤 안경벗은 나의 모습으로 인사드리려 하였다. 어버이날 어머니와 함께........

 

어제 연도를 하면서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눈이 나와 참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이토록 지나도록 할아버지의 마음을 알지못하고 왜 나를 이해 하지 못하시는지 원망했다.

 

결국 내눈속의 삼촌의 모습을 통해 그분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셨다.

 

나는 아마도 할아버지께 당신의 먼저가신 아들이었나보다.

 

내눈은 할아버지와 삼촌이 만나는 호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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