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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 묵주기도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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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3-10-09 ㅣ No.48

18.3 묵주기도 5단을 바친다.

 

 벡실리움이 로마 황제의 깃발을 응용한 성모님의 깃발로서 레지오 마리애의 깃발이라면, 묵주는 뗏세라의 그림에서 보여지듯이 진군하는 성모님 군단의 무기인 것이다. 군인이 자신의 총검을 잘 간직하고 사격술을 매일 연마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군인이 전쟁에서 사명을 완수할 수 없음은 너무나 당연하다. 총과 검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군인으로서의 자질을 입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묵주기도를 소홀히 생각하는 레지오 마리애의 행동단원은 성모군단의 군사로서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전쟁터에서 군인의 총과 검은 바로 그의 생명이나 다름없다. 즉, 단원이 묵주기도를 받치는 것은 성모님의 군사로서의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척도와도 같은 것이다.

 

 묵주기도는 레지오 마리애와 그 단원들을 성장시키는 영적인 영양분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그 탄생부터 묵주기도의 영성과 은총이라는 영양분을 통해 성장해 왔다. 그러므로 우리 단원들이 묵주기도의 참 맛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그러한 무관심하고 평범한 신자들의 구성체인 레지오 마리애는 결국 자기만족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친교단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위험마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한마디로 레지오 마리애는 묵주기도를 생활화하고 묵주기도를 받치는 것을 삶의 기쁨이요 근본으로 아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만큼 레지오 마리애의 요람은 바로 묵주기도이다.

 

 일반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도 기도 없는 활동은 영혼이 없는 육신이며, 활동 없는 기도는 우물 안 개구리들의 합창에 불과하다. 그리고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있어서 기도와 활동의 조화와 손쉬운 결합은 바로 묵주기도를 통해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우리 한국 레지오 마리애의 당면 과제 중 하나가 이것이다. 단원들이 묵주기도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소홀히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쁘레시디움 주회합에서 습관적으로 지각하는 단원들을 보라. 그러한 단원들이 과연 묵주기도에 대하여 바르게 인식하고 있긴 하지만, 매번 불가피한 사정 있어서 항상 쁘레시디움 주회합에 늦는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일인가? 심지어는 묵주기도가 이미 시작되었는데도 밖에서 서성거리거나 시작기도가 끝이 나야 주회합실에 들어오는 단원도 있다한다. 이러한 단원들은 주회합에서 바치는 묵주기도의 중요성과 그 은총의 풍요로움에 대한 인식이 너무나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스스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행동은 본인의 영혼 뿐 아니라 다른 단원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며, 기도에 대한 경시풍조를 조성하게 되어  쁘레시디움 주회합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킨다. 주회합에 대한 충성은 곧 바로 총사령관이신 성모님께 대한 충성심과 직결됨을 그들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묵주기도는 바로 성서의 요약이기 때문에 하느님 구원역사를 묵상하는 현장감과 예수님과 성모님의 생애와 마음이 우리의 것과 하나 됨으로써 그분들을 닮아가도록 자연스레 이끌어준다. 그렇기 때문에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 있어서 묵주기도는 활동의 지침이며 본보기가 되는 것이다.

 

 교본은 아래와 같이 역대 교황님의 묵주기도에 대한 평가를 인용함으로써 묵주기도의 중요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기도드리는 여러 방법 중에서 묵주기도보다 더 뛰어난 기도는 없다. 이 기도는 우리가 성모님께 드려야 하는 모든 공경을 한데 모아 놓고 있다. 이 기도는 우리의 모든 악을 치료해 주며 또한 모든 축복의 근원이다.”(교황 레오 13세) “모든 기도 가운데 묵주기도는 가장 아름답고 은총이 가장 풍부하며 지극히 거룩하신 동정 성모님을 가장 기쁘게 해 드리는 기도이다. 그러므로 묵주기도를 사랑하고 날마다 열심히 바치기 바란다. 이것이 나의 유언이니, 이로써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성 비오 10세)“ 그리스도인에게는 성서가 으뜸이며, 묵주기도는 실제로 성서를 요약해 놓았다.”(라코르데르)

 

 실제로 필자 역시 신학공부를 하고 사제생활을 하면서 성서의 내용과 역사 그리고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일수록 묵주기도를 하면 정말 머리로써 이성으로써만 애써 이해하려던 나의 좁은 이해의 폭이 은총의 빛 안에서 넓어지고 경험하지 못한 감동과 지혜가 나의 영혼 안에서 성장함을 느꼈다. 신앙과 이성은 상반된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의 관계이고 함께 도우며 성장한다. 위대한 대신학자들도 그들의 이성을 많이 사용하지만 대부분 단순하면서도 깊은 묵주기도의 반복을 통해, 소가 여물을 반추(反芻)하듯이, 성서의 내용을 바르게 소화하여 영적인 성장을 거듭했던 것이다. 즉, 이들에게 묵주기도는 성서와 하느님 진리를 소화시키는 소화액이었다.

 

 침과 기타 여러 소화액이 음식을 분해하고 나누는 행위를 하는 것처럼 묵주기도는 성서의 내용을 우리 자신의 모습 안에서 비추고 반성하게 하여 개선하도록 이끈다. 하지만 이렇게 묵주기도의 참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이론적인 주장과 필요성에 대한 운동보다는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어느 정도는 꾸준히 지속되어야한다. 마치 비행기가 활주로를 달리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창공을 날 힘을 얻듯, 단순히 몇 번의 묵주기도를 받쳤다고 묵주기도가 성서의 요약이니 영성의 보고니 하는 말을 실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묵주기도를 전파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묵주기도의 모범을 보이고 전파하고 싶은 대상을 위해서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동료 단원들이 묵주기도를 제대로 바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기도는 기도를 통해 가르치고 전파시켜야 한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예수님께 왜 자신의 기도지향을 들어주시지 않느냐고 예수님께 여쭈었더니,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의 어머니께 기도 하였느냐? 하지 않았다면 나의 어머니께 먼저 기도하여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필자는 성모 발현지인 루르드를 방문하여 감명 깊은 성모님 발현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알게 되었다. 성모님께서는 묵주기도를 우리와 함께 하실 때 성모송을 암송하시지 않고 성모송을 할 때는 손가락으로 묵주알만 굴리시며 머리를 조아리신다고 한다. 성녀 벨라뎃다와 묵주기도를 하실 때 그렇게 하셨다는데, 그 이유를 물으니 자신을 칭송하는 성모송을 어찌 당신 자신이 스스로 바칠 수 있겠느냐고 대답하시면서, 다만 머리를 숙이시는 깊은 겸손을 보여 주셨다 한다. 이 말을 듣고 성모님은 참으로 겸손하시며 그 말씀과 발현의 모습이 역사적으로 참되다는 뿌듯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또한 성모님은 묵주기도를 통한 기적과 치유는 은혜를 받는 수혜자보다는 기도하는 자의 믿음의 결과임을 말씀하셨다. 성모님은 참으로 묵주기도를 받치는 모습 하나하나에서부터 천천히 정성을 다해 바치셨다고 한다. 우리도 묵주기도를 바칠 때 성모님의 모범을 따라서 성호경부터 서두르지 않고 정성스레 바쳐야 할 것이다.

 

 묵주기도는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에게는 습관, 즉 덕이 되어야 한다. 마치 양치질과 같이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아무리 바쁘고 어려운 일이 내 앞에 있어도 묵주기도는 습관처럼 항상성을 유지하며 봉헌되어야 한다. 나는 매사에 있어서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과 더불어 기도에 있어서는 ‘시작이 곧 완성이며 지향의 응답이다.’라는 말을 강조한다. 피곤하고 바쁜  현대 생활에서 기도는 의무가 아닌 휴식의 의미로서 우리가 삶 안에서 영혼의 휴식처로 삼아야할 기쁨의 안식처이다.

 

 모든 천주교 신자들은 선종하여 관을 닫을 때 빈손으로 온 우리의 육신과 더불어 우리 기도의 도구로 사용한 묵주를 손에 걸고 마지막 천국여행을 떠난다. 나는 죽음이 임박한 신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묵주기도를 받치며 선종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다. 그들은 암으로 혹은 다른 질병과 노환으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손에서 묵주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바로 그 묵주! 숨은 다하고 마지막 성모송이 끝날 때, 그들의 얼굴은 마치 다시 태어나는 아기와 같았다.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이여, 명심합시다. 그대가 임종 때 부르게 될 이름은 결국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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