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산의 보름달이- 최민순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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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4-14 ㅣ No.84

******  니산의 보름달이

 

니산의 보름달이 목련 흰 송이을 피우는 밤, 진달래 매화 살구꽃 꺽어다 조촐한 봉안대 꾸며 놓고 성체 성혈 우러러 눈물 짓는 마음이 있습니다. 마지막 밤이었던 밤, 띠 띠고 허리 굽히시오 제자들 발을 씻으시던 밤.

 님은 그밤에 새로운 계명을 주셨습니다. 내 너희를 사랑함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고

 밀물처럼 죽음이 쳐들어 오고, 섬모양 님은 외로워져 가시던 밤. 날이 새면 그 목숨 끊으실 줄을 빠안히 알으시던 그밤에 님은 나를 못잊으시어 사랑을 남기셨습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아래 오롯한 당신을 남기시었습니다.

빵과 포도주의 형상아래 오롯한 당신을 남기시었습니다.

"이는 내몸이니라. 이는 내 피이니라."고

 

그날밤 당신의 몸과 피를 손수 나누어 주시던 그때 님은 끝까지 고이시던 제자들 등 너머로

돌벽을 뚫고 아득한 세기를 꿰뚫고 가엾은 이몸을 보셨으리라.

 

전지의 눈에 비친 그때의 나는 당신 가슴에 기대어 비밀을 들을수 있던 정녕코 그런 영혼이 아니었습니다.

도리어 그렇듯 시퍼렇던 장담끝에 세번이나 당신을 모르노라 한 그이였는지 모릅니다.

 

진리보다는 차라리 카이사르가 두려워서 정의를 죽음에 부친 빌라고, 아니 그 보다도 당신의 피를 짓밟고 입맞춤으로 당신을 팔아먹은 멸망의 자식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루치펠 처럼 무거운 손 내 죄악에 금방 사해에서 더한 깊이로 도려 빠졍할 땅이 이때도록 꺼지지 않음을 엄청난 자비의 기적 씻어 주소서.

더러운 죄인 오늘밤 첫 닭이 울기 전에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온 몸을 말끔히 씻어 주소서. 벌리소서. 당신 그 전능의 팔을 둘다 벌리어 안아 주소서.

실바람에도 떠는 갈 잎, 내영혼이오니, 두팔을 다 벌리어 안아 주소서.

 니산의 보름달이 목련 흰송이를 피우는 밤

성체 성혈 우러러 이렇듯 눈물짓는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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