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11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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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10-29 ㅣ No.308

 

연중 제 31주일(루가 19,1-10)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요? 예리고에 사는 자캐오라는 사람은 '돈'이 최고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보며 돈밖에 모른다고 손가락질하고 무시해도 자캐오는 상관하지 않았어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돈주고 마음대로 사고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자캐오는 행복하지 않았어요. 돈은 많았지만 자기를 진정으로 사랑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늘 외로울 수밖에 없었어요.

 

그 때 죄인들의 친구 예수님의 소식을 듣게 되었어요.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지만 사람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가까이 갈 수도 없었어요. 그래서 미리 나무 위에 올라가서 예수님께서 지나가실 때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저 멀리서 예수님의 얼굴만이라도 한 번 보고 싶은 마음으로….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예수님께서 자캐오를 부르신 것이에요. "자캐오야, 어서 내려 오너라. 오늘은 내가 네 집에 머물러야 하겠다." 순간 자캐오는 너무나 놀랐어요. 예수님께서 직접 자기 집에 오시겠다니! 사람들도 모두 놀랐어요. 참으로 훌륭한 분께서 저런 나쁜 사람 집에 가신다니 하며 못마땅해했어요.

 

그 때 더 놀라운 일이 또 일어났어요. 돈밖에 모르던 욕심쟁이 자캐오가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에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예수님의 관심과 사랑이 자캐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에요. 누구한테도 사람대접 받지 못했던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비로소 자신도 사랑받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돈'이 아니라 '사랑'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연중 제 32주일(루가 20,27-38)

 

1년 중 가장 큰 축일은 예수 부활 대축일이에요. 예수님의 부활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 구원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부활을 믿지 않고 있어요. 예수님 시대에도 죽음 이후 부활을 믿지 않는 사두가이파 사람들이 있었어요. 오늘 복음이 들려주는 말씀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할 듯이 예수님께 죽음 이후의 문제를 여쭈어보았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죽음 이후의 부활에 대해 분명히 말씀해 주셨어요. 죽음 이후 부활한 모든 사람들은 하느님의 자녀가 되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처럼 장가들거나 시집가는 일도 없다고. 물론 지금 우리가 그 모든 것을 다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하느님과 함께 살게 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부활은 죽음까지도 이겨낼 수 있는 희망과 기쁨의 표징이에요.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미국의 한 추기경님께서 어느 날 비서를 불러 한 장의 카드를 주며 자신이 죽은 후 부쳐달라고 했어요. "사랑하는 친구들, 행복한 성탄을 맞이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이번 성탄은 내게 각별하다는 느낌입니다. 이 땅에서 맞는 마지막 성탄일 것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다가올 세상에서 주님과 더욱 친밀히 일치될 것을 생각하면 기쁘고 기대되기도 합니다. … 내가 본향에로 마지막 여행을 시작할 때 여러분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우정과 친절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결국 추기경님을 알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세상을 떠난 분으로부터 성탄 카드를 받았어요. 추기경님이 자신의 죽음을 이렇듯 잘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부활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에요.

 

 

연중 제 33주일(평신도 주일 / 루가 21,5-19)

 

영국의 웨스트민스터 대성당 지하 묘지에 있는 한 영국 성공회 주교님의 무덤 앞에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어요.

 

"내가 젊고 자유로워서 상상력에 한계가 없을 때 나는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꿈을 가졌었다. 좀더 나이가 들고 지혜를 얻었을 때 나는 세상이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내 시야를 약간 좁혀 내가 살고 있는 나라를 변화시키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혼의 나이가 되었을 때 나는 마지막 시도로, 나와 가장 가까운 내 가족을 변화시키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그러나 아아, 아무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자리에 누운 나는 문득 깨닫는다. 만약 내가 내 자신을 먼저 변화시켰더라면, 그것을 보고 내 가족이 변화되었을 것을. 또한 그것에 용기를 얻어 내 나라를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었을 것을. 그리고 누가 아는가, 세상까지도 변화되었을지!"

 

한 주교님께서 죽음을 앞두고 느낀 것인데,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창한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 변할 때 가능하다는 뜻이에요. 우리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침 오늘이 평신도 주일인데, 평신도의 사명은 바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에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세상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날이에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명은 꼭 어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에요. 한 주교님의 무덤에 써 있는 글처럼 우리 어린이들도 자기 자리에서 작은 일부터 실천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킨다면 하느님의 나라를 더 빨리 건설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연중 제 34주일(그리스도 왕 대축일 / 루가 23,35-43)

 

어느새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인 그리스도왕 대축일이 되었어요. 비오 11세 교황님께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을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정하셨는데, 그 이유는 시간과 역사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다시 오실 날을 기다리며 우리가 살아 온 한 해의 모든 시간을 봉헌하고 복음을 전할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되새기기 위함이에요.

 

그런데 참된 왕이신 그리스도를 본받아 세상을 복음화해야 하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십자가를 통해 이루어져야 해요. 사실 십자가는 가장 잔인한 처형 도구였어요.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셨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더 없는 조롱거리가 되었어요. 그래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보고 사람들이 "네가 유다인의 왕이라면 자신이나 살려 보아라" 하며 빈정거렸어요.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어요. 세상의 왕들은 힘으로 백성을 다스리지만 참된 왕이신 예수님께서는 총칼의 힘이 아닌 십자가를 통한 사랑의 힘으로 다스리신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셨어요. 그래서 십자가는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실패와 치욕의 상징이지만, 사랑의 힘을 믿는 우리에게는 승리와 영광의 상징이 된 것이에요.

 

보통 한 해의 마지막이 되면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을 갖지요? 오늘은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주일이니까 지난 한 해 동안 예수님의 뜻을 실천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나 조용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월간 소년, 2001년 11월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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