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스테파노 추기경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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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석 [ohci] 쪽지 캡슐

2000-02-19 ㅣ No.1218

사랑하는 김수한 추기경님.

 

저는 대한민국 남자로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대한 육군 일병 오재석 스테파노입니다. 지금 제가 있는 곳은 영월이구요..

 

추기경님...

제 자신이 너무나 약해지고 있습니다.

군 생활이란게 너무나 힘들어지는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만 되어야 하는지..

저의 한국 천주교에는 군인을 위한 군종교구가 있습니다. 정말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많은 군종 신부님들께서 너무나 수고 하시고 계시지요. 지금 저는 이곳 영월에서는 원주교구에 있는 영월성당으로 미사를 드리곤 합니다. 논산훈련소에 있는 연무대 성당을 다니다 이곳 원주교구 영월성당을 다니니. 너무나 생소한것 같습니다.

 

군에 오기전.. 사제가 되려는 저의 이마음.. 이 소망이.. 변치 않고.. 군에서 변할 제가 제일 무서웠습니다. 이제는 돌이킬수 없이 제 자신이 너무나 변해가는것 같습니다. 무엇이.. 저를 힘들게만 하는겁니까.? 이젠. 주님께 기댈 그 여유도 잃어가고만 있는것 같습니다.

 

존경하는 추기경님...

감히 제가 부탁을 드려도 될련지 모르겠습니다.. 한번만이라도 좋습니다.

제가 있는 이곳 영월에. 군종 신부님이 오셔서 군인을 위해 미사를 집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너무나도 황폐해져가는 마음을 군종 신부님이 이해해 주시고 저희의 이 더럽혀져가는 영혼을 따뜻하게 적셔 주시면 합니다.

 

외박 나와서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내일 다시 부대에 복귀를 해야 겠지요.. 답장도 못 받구요...

제 주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월우체국 사서함1호 기동중대 화기소대 일병 오재석

우) 230-800

 

추기경님.. 제가.. 너무 주제 넘게 나선게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나... 군인이라는 이 현실이 저를 슬프게 합니다.

예전처럼 아버지께 이웃을 위해 기도를 드리기도 싶고 열정적으로 떼제기도를 드리기도 싶습니다.

 

이렇게... 나약한 제가.. 제대후.. 수도원에 가서.. 사제의 길을.. 걸을수 있을지...

너무나... 막연하기만 합니다...

 

추기경님... 이 나라를 지키는 군인을 위해..

기도드려 주십사 합니다...

 

그리고.. 이곳.. 8087 부대에도.. 천주교 군종병이 있었으면.. 합니다..

바램일뿐입니다...

 

행복하십시요... 그분의 평화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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