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10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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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10-04 ㅣ No.302

 

연중 제 27주일(군인주일/루가 17,5-10)

 

 

백범 김구 선생님이 상해 임시정부에 있을 때 한 젊은이가 찾아왔어요. 그 젊은이는 조국의 독립운동을 위해 자신의 몸을 바치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일본에서 온 그 젊은이가 일본말과 한국말을 섞어 쓰는 것을 보고 비서가 김구 선생님께 그 젊은이를 만나지 말라고 했어요. 혹시 일본 첩자가 아닐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에요.

 

하지만 김구 선생님은 그 젊은이를 만나 주었어요. 그 젊은이는 독립운동을 위해 일본에 갔다가 가난과 병 때문에 고생만 하다가 겨우 상해로 왔다고 했어요. 김구 선생님은 그 젊은이의 숨겨진 사람됨을 알아보고 앞으로 독립운동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일단 필요한 것들을 마련해 주었어요. 그 젊은이가 훗날 일본 왕을 저격하고 일본 형무소에서 순국한 이봉창 의사였어요. 결국 한 젊은이에 대한 김구 선생님의 작은 믿음이 커다란 열매를 맺은 것이에요.

 

사도들은 예수님께 "저희에게 믿음을 더하여 주십시오" 하고 청했어요. 사실 우리도 사도들처럼 "예수님, 저에게 더 큰 믿음을 주세요!" 하고 기도 드릴 때가 많지요.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너희에게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이라도 있다면…" 그 어떤 일이라도 다 이룰 수 있다고 하셨어요.

 

예수님의 말씀대로 더 큰 믿음을 구하기에 앞서 작은 믿음도 소중하게 간직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어요. 김구 선생님처럼 말이에요. 지금 당장 큰 믿음을 위해 분명한 무엇인가를 보여주시기를 청한다면 우리의 믿음은 결코 자라지 못할 것이에요. 어린이의 순수한 믿음과 기도를 예수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것을 알고 있죠?

 

참, 오늘은 군인주일이에요. 지금 이 순간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생하는 군인 아저씨들을 위해 정성껏 기도해요.

 

 

연중 제 28주일(루가 17,11-19)

 

 

하늘 나라에 갓 도착한 영혼들이 베드로 성인의 안내로 하늘 나라를 두루 구경하게 되었어요. 많은 천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곳에 이르렀을 때 베드로 성인은 그곳이 하느님께 올리는 온갖 기도를 접수하는 곳이라고 설명해 주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 방문한 곳 역시 천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곳은 기도를 청한 사람들에게 보내 줄 은총과 축복을 포장해서 보내주는 곳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마지막으로 간 곳은 놀랍게도 천사 한 명이 별로 할 일 없이 빈둥거리고 있었어요. 그러자 베드로 성인이 설명해 주었어요. "이곳은 확인처라네. 지상의 사람들이 자신이 부탁한 축복을 받고 나서 확인서를 보내면 그것을 처리하는 곳이지." 영혼들은 축복을 어떻게 확인하는지 물어보았어요. 베드로 성인은 짧게 대답했어요. "간단하다네. 그저 '주님, 감사합니다' 하면 된다네."

 

사실 하느님께 이런 저런 은총을 많이 청하지만 정작 받은 은총에 대해 감사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적다는 이야기예요. 오늘 복음도 같은 내용입니다. 나병환자 열 사람이 있었어요. 그들은 모두 예수님께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청했고, 예수님께서는 기꺼이 그들의 병을 모두 고쳐주셨어요. 모두가 바라보기조차 꺼리는 그래서 세상 사람들과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는 비참한 생활을 하던 그들이었지만, 정작 자신들의 몸이 깨끗해진 다음에 예수님께 다시 와서 감사의 인사를 드린 사람은 사마리아 사람 한 명밖에 없었어요.

 

예수님께서 이미 병이 다 나은 그 사마리아 사람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일어나 가거라.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물론 모두 병이 나았지만 사마리아 사람 한 명만이 몸과 마음의 모든 병을 치유받고 참으로 건강한 사람이 될 수 있었어요. 왜냐하면, 그는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연중 제 29주일(전교주일/마태 28,16-20)

 

 

영국의 한 가난한 시골 소년이 공부를 하기 위해 런던으로 왔어요. 일도 하고 책도 볼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어느 큰 교회의 도서관에서 잔심부름을 하게 되었어요. 소년은 틈나는 대로 보고싶은 책을 마음껏 보았어요. 어느 날 우연히 두껍게 먼지가 쌓인 책 한 권을 발견했어요. 아마 아무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어요. 소년은 먼지라도 털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가 그만 그 내용에 깊이 빠졌어요. 그 책은 페브리에의 "동물학"이었어요. 소년이 그 책을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장 뒷면에서 이런 메모를 보게 되었어요.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곧 런던 법원으로 가서 1136호 서류를 가지십시오." 어리둥절한 소년은 법원으로 갔고 그 서류에는 놀랍게도 400만 달러의 유산을 상속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그 서류에는 또 이런 유언장도 있었어요. "당신은 나의 저서를 처음으로 읽어주신 분입니다.  나는 평생을 바쳐 동물학을 연구하고 책을 썼지만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권의 책만 교회 도서관에 기증하고 나머지 책은 모두 불살랐습니다. 당신이 내 유일한 저서를 읽어주셨으니 내 전 재산을 드리겠습니다." 소년은 페브리에의 뜻을 이어받아 상속받은 유산으로 영국 전역에 많은 도서관을 세웠어요.

 

책 한 권이 한 소년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은 사건이었어요. 전교주일에 한 번쯤 생각해 볼 이야기지요?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어요. 복음은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진리의 말씀이에요. 그 진리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까요? 물론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한 권의 책을 선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거예요. 한 권이 책이 한 소년의 인생을 바꾼 것처럼, 예수님에 관한 한 권의 책이 내 친구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연중 제 30주일(루가 18,9-14)

 

 

어느 수도원 원장이 자신의 성덕을 자랑하고 다니는 수도자를 불렀어요. "수사님, 당신이 자신의 성덕을 공동체에 자랑하고 다녔다는 것이 참말입니까?" 그러자 수도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공동체에만 자랑한 것이 아닙니다, 마을에 가서도 자랑한 걸요." 하고 대답했어요. 그래서 수도원장이 "당신은 당신의 성덕이 높다는 데 대해 정말 자신 있습니까?" 하고 물었어요. 물론 수도자는 자신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수도원장은 그 수도자를 데리고 강가로 갔어요. 그리고 두 손으로 물을 잡아보라고 했어요. 몇 번이나 물을 잡아 보려 했지만 어느새 물은 손가락 사이로 다 빠져나가고 말았어요. 그 때 수도원장이 말했어요. "성덕이란 바로 그와 같은 것입니다. 당신이 성덕을 손에 넣었다고 믿는 그 순간 성덕은 당신에게서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기도도 마찬가지예요. 하느님 앞에서 자기가 얼마나 잘났는지 광고하는 듯한 기도는 참된 기도가 아니에요. 참된 기도는 자기가 해야 할 바를 충실히 하고 먼저 하느님께 감사하며 겸손하게 자신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바쳐야 해요. 예수님께서 바리사이파 사람의 기도와 세리의 기도를 예로 들어 설명하시면서 하느님께 정말 올바른 사람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바로 죄많은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기를 간청했던 세리였다고 하신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이 세상에 완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옛날 어느 성인께서는 당신 스스로 적어도 하루에 세 번은 죄를 짓는다고 하셨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만하기보다 겸손하게 자신의 죄를 뉘우칠 줄 아는 사람만이 더 값진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것이에요.

 

<소년, 2001년 10월호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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