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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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8-26 ㅣ No.133

 

힘들고 지칠 때마다

 

기쁘고 즐거울 때마다 찾곤 하던

 

교정 한구석

 

어느 나무가 있습니다.

 

 

 

그 나무에 올라 가지에 기대어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그 나무가지에 달려있는 많은 나뭇잎들이

 

사각사각 서걱서걱

 

무언가에 의해 나부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보이지 않은 무엇은

 

나뭇잎들을 한껏 흔들어 대고

 

다시 내게 다가와

 

나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건드려주고

 

내 손가락과 발가락 마디마디를

 

슬쩍 눙치듯 감싸주었습니다.

 

 

 

보이는 것만 볼 줄 아는

 

진정한 장님인 나는

 

보이지 않는 그것이 무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바보같고 어리석은 저이지만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무언가

 

내 머리칼을, 내 손가락과 발가락을,

 

그리고 내 온 몸과 온 맘과 온 삶을 감싸는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보이는 것만 보는 눈이 멀게 되는 날,

 

그래서

 

오로지 보이지 않는 것만 보게 되는 날,

 

 

 

난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푹 젖도록 비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무제의 시를 선물하셨다.

 

                                                                                                        내가 제목을 붙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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