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인쇄

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0-15 ㅣ No.71

이렇게 좋아도 되는지

이렇게 사랑받아도 되는지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항상 외롭다는 생각으로

그래도 그분만을 향해 가야한다고 꼽씹으며

살아온 시간들과

때로는 나 아닌 모습으로 나를 규정하는 소리들로

마음이 아프고 지쳐갔었는데

 

지금 아무것으로도 가리려 하지 않아도

부족한 채로 남아 있어도 긴장되지 않을 자유로움

 

애써 되새기며 챙겨야만 사랑할 수 있고,

사제로서 살 수 있을 것 같은 시간들의 막막함을 지나

여기 이렇게 마음의 선들을 지우고

이렇게 있어도  그냥 받아주고

모자라도  그냥 이해하고

흠있어도 그냥 안아주는 형제들의 살가움

 

저,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거저 받아도 되는 것인지...

이렇게 좋아도 되는 것인지....

 

함께 가지고 손잡았을때의 그 뜨거움이

저녁먹고 산보하는데 성령의 입김처럼 불어와

다시 저를 들뜨게 합니다.

그래서 정말 조심스럽게 고백합니다.

형제들 모두를 사랑하겠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안아주었듯이

저도 마음을 열고 사랑하겠습니다.

 

이제는 애써 되새기지 않고도

긴장하지 않고도

뒤돌아서서 후회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을 것같습니다.

 

저, 정말 죽을 것같습니다.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지....

 

어쩌면 내 기억속에 형체만 있고

내용은 부실했던 사랑이

뚜렷한 온기로 채워져

저를 이토록 죽을 것같게 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속에서 행복합니다.

저의 벗이 되어주신 형제들 모두를...                  * 의정부 교구의 어느신부님이 쓰신 감동의 진솔한 편지

 



210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