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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장 레지오의 기도문 "더불어 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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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1-14 ㅣ No.73

 

교본 해설 48


제22장 레지오의 기도문


더불어 한길!


로마에 있는 시스틴 성당의 제대벽화는 너무나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ꡐ최후의 심판ꡑ이다.

이 그림에 교회의 우주관이 잘 나타나 있다. 맨 윗층은 예수님과 성모님, 사도들과 천사들 그리고 무수한 성인성녀들이 있다. 이곳을 천국이라 부른다. 이곳을 또한 개선의 교회, 천상의 교회, 빛의 교회라고 부른다.

그 아래층은 연옥이다. 연옥에는 살아생전 다 채우지 못했던 보속을 하는 영혼들이 있다. 또 그 아래층은 악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지옥이다.

수년 전 필자가 이탈리아에 가서 ꡐ최후의 심판ꡑ을 보았을 때 가장 눈길을 끌어던 부분은 연옥이었다. 천국에서 한 남자가 연옥을 향해 무슨 꾸러미 같은 동아줄을 내려주고 있었고 연옥에 있는 영혼들은 서로 엉키어 그 구슬이 박힌 동아줄에 매달려 하늘로 오르려 하였다.


나는 그 그림을 가리키면서 안내해 주시던 신부님께 여쭈어 보았다.

ꡒ신부님, 저 연옥 영혼들이 매달려 오르고 있는 저 장면은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저 줄은 무슨 줄이지요?ꡓ

ꡒ네! 신부님, 좋은 발견입니다. 저 구슬이 달려 있는 줄은 동아줄이 아니라 묵주입니다. 묵주기도로 연옥 영혼들을 천국으로 올리는 것이지요. 묵주기도의 힘은 연옥을 천국으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커다란 것입니다. 어찌 보면 가장 보편적인 연옥 영혼을 돕는 기도인 연도가 바로 묵주기도이며 동시에 성모송입니다. 우리는 성모송에서 성모님께 ꡐ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주소서!ꡑ라고 기도하지 않습니까? 사실 모든 이들이 받아들여야 하고 준비하여야 할 것은 궁극적으로 죽음이며 부활입니다.ꡓ

연옥 영혼들의 그 애타는 표정에 가슴 뭉클하여 지금도 묵주기도를 할 때면 너무나 생생히 떠오른다. 그리하여 내가 지금 드리는 이 묵주기도 역시 어느 연옥 영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기도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사도신경에서 ꡐ성인들의 통공(通功)을 믿으며ꡑ라고 기도한다. 통공이란 바로 공로가 서로 통한다는 말이다. 조금은 어려운 말이다. 나는 이 말을 ꡐ더불어 한길!ꡑ 이라고 쉽게 표현하고 싶다.


오래 전부터 알던 수녀님이 편지를 보내주셨다. 반가웠다.

수녀님은 마침 인사로 다음과 같이 사인을 하셨다.

ꡒ더불어 한길!ꡓ

ꡐ더불다ꡑ는 순 우리말 ꡐ데다ꡑ와 ꡐ불다ꡑ의 합성어이다.

ꡐ데다ꡑ는 ꡐ함께, 같이ꡑ라는 뜻이고 부사형으로 ꡐ데리고ꡑ라고 쓰인다.

ꡐ불다ꡑ는 ꡐ부르다ꡑ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나는 장남이고 세 살 아래 남동생이 있다. 어렸을 때 어머니는 늘 동생을 데리고 놀라고 하셨다. 그것이 나에게는 기쁨이면서 동시에 고통이었다.

동생이 없는 친구들은 어린 동생이 귀엽다고 부러워했지만 사실 동생 때문에 친구들에게 미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솔직히 귀찮았다고 철없던 때를 고백해야 하나?

나만의 고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 동생이 있는 형이라면…….

동생은 형의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했다, 어렸기 때문에 자기 친구를 찾기 어려운 그 기간에.

ꡒ형아, 같이 놀아도 돼?ꡓ 늘 친구와 놀고 있는 나에게 눈치를 보며 질문을 던지는 어린 동생에게 ꡒ그래! 끼워 주자ꡓ 하고 나와 친구들이 말하면 동생은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도 동생은 힘든 일이 있으면 가끔 자신을 끼워 주었던 나의 친구를 찾아간다.

우리 모두 어렸을 나이! 우리도 어리면서 동생을 무척 어리다고 귀찮아했던 나의 모습이 담긴 흑백사진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동생을 떼어 놓으려고 도망가는 나의 모습, 그리고 같이 놀자고 쫓아오는 어린 동생.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친구들….


아마도 ꡐ더불어ꡑ라는 말은 바로 동생과 함께 놀던 그 시절의 언어인 것 같다.

ꡐ더불어 함께하자ꡑ고 받아들이려고 불러준다는 뜻!


나이와 성별과 경험과 개성이 다른 사람들을 계속 만나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우리 구교신자들은 매일 연도를 바쳤고,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오래 전부터 식사 후 기도 때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름다운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죽음이라는 경계선으로 나누어졌지만 산 이와 죽은 이가 정말 더불어 사는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부족한 무엇인가를 채워드려서 연옥 영혼들을 천국이라는 목표를 향해 보내드리는 개념보다는 ꡐ통공ꡑ이라는 말을 ꡐ더불어 한길ꡑ이라는 순 우리말의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ꡐ죽음ꡑ이라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바다 저편에 있는 분들까지도 기도와 선행을 통해 함께 더불어 갈 수 있다는 것이 ꡐ통공ꡑ의 의미가 아닌가?

레지오 마리애의 기도문인 묵주기도와 시작기도, 끝기도 전반에 흐르는 정신은 바로 ꡐ성인들의 통공ꡑ이다. 이 세상에 있는 레지오 마리애뿐만 아니라 천상에 계신 성인성녀 천상군대와 더불어 우리는 기도하며, 연옥 영혼들을 위해서 늘 기도한다. 따라서 레지오 마리애의 기도문을 열심히 바치는 것은 바로 우리 조상들의 영혼들을 위한 통공이기도 하다.

레지오 마리애의 기도문은 바로 ꡐ더불어 한길ꡑ을 가는 함께함의 기도이며 나눔의 기도라 칭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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