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사순 제5주간 금요일 '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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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4-03-09 ㅣ No.5701

사순 제5주간 금요일 '24/03/22

 

우리말에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소귀에 경을 읽어주듯이 아무리 말해도 들으려고 하지 않거나 못 알아듣는 이들을 가리켜 하는 표현입니다. 그런가 하면 마이동풍’(馬耳東風)이란 표현도 있습니다. 아무리 이야기해도 개의치 않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가끔 우리들은 주님께서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때로는 원망까지 합니다. 결국 하느님은 내 말을 들어주시고, 내가 청하는 것을 해결해 주셔야 하는 나만의 하느님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럼 그분은 우리의 하느님이 아니라 미신이거나 내 필요를 채워 주셔야 하는 담보처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주님을 믿지 않는 이들을 향해 안타까워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0,37-38)

 

다른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너희가 기도할 때에 믿고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다 받을 것이다.”(마태 21,22) 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 말씀에는 전제가 있는 듯합니다. 아마도 그 전제는 너희가 청하는 것이 주님의 뜻 안에 있다면’, 또는 주님께서 너희가 이루기를 바라는 것을 너희가 청한다면일 것입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청하라고 하시면서 너희가 악해도 자녀들에게는 좋은 것을 줄 줄 알거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야 당신께 청하는 이들에게 성령을 얼마나 더 잘 주시겠느냐?”(루카 11,13) 라고 결론을 내리신 것으로 추측합니다.

 

주님을 믿고 기도한다는 것은 비단 주님께서 내 청을 들어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일러주신 진리의 길, 우리 모두를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십자가의 길을 걸음이 구원이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나를 버리고 주님께서 내게 원하시는 사랑의 희생과 수고를 수행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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