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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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11-10 ㅣ No.5584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23/11/27

 

예전에 사제서품 받고 4년차쯤 되었을 때, 하루는 새벽 미사를 끝내고 기도하고 올라왔는데, 누군가 사제관 문을 두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문을 열어 보니, 할머니 한 분이 손에 검은 비닐 봉투를 내미셨습니다. 그래서 이게 뭐에요?” 하고 여쭈었더니, 그분이 바나나입니다.” 하셨습니다. 제가 저는 선물 받지 않습니다.” 했더니, 할머니가 갑자기 화를 내면서 아니, 할머니가 주는 선물이라 안 받는 것입니까? 보잘 것 없는 바나나라고 안 받으시는 것입니까?” 하는 항의성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오늘 주 예수님께서는 복음에서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예물로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루카 21,3-4) 라고 말씀하시며, 가난한 과부의 정성을 높이 사십니다.

 

그때는 그냥 저 혼자 겸손하고 검소하게 살면 된다고 여겼기 때문에, 선물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의 바나나 선물을 받으면서부터, 상대의 성의를 잘 헤아려 겸손히 받고, 좋은데 쓰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베푸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 비굴해 보일지 몰라도, 겸손히 상대가 베푸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오늘 과부의 헌금을 칭찬해 주신 주 예수님 앞에, 우리의 부족하기 그지없는 일상을 봉헌하면서, 주님 나라를 세우는 데 일조하기로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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