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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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23-11-10 ㅣ No.5582

연중 제33주간 토요일 ’23/11/25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서울 시내에는 아직 하수도 정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 비가 오면 물이 하수구에서 역류하여 집안으로 들어차곤 했습니다. 카타리나라는 한 빈첸시오 미혼 여성회원이 있었습니다. 카타리나는 낮에는 공장에 가서 일하고 저녁에는 회원들과 함께 매일 미사를 봉헌하고, 함께 기도하고 자기보다 어렵게 사는 이들을 돕기 위해, 함께 활동을 나가곤 했습니다.

 

하루는 카타리나가 월세를 들어 있는 집주인 여성 신자가 카타리나에게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단다. 네 방은 높이가 낮아, 비가 오면 늘 물이 역류하여 잠기곤 했으니, 나가기 전에 하수구물에 젖으면 안 되는 것들을, 우리 마루에 올려놓고 가면 좋겠다.”라고 했답니다. 집주인은 냉장고나 TV등을 옮겨오리라고 예상하고 말했는데, 정작 카타리나가 가져온 것은 십자가와 성모상, 성경 등이었답니다. 집주인 신자는 잘했다고 해야 할지, 어째야 할지 몰랐다고 합니다. 한쪽으로는 어이가 없기도 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감탄스럽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하루는 카타리나가 일하러 나갔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져 점점 하수구 물이 카타리나의 방문간까지 차오르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카타리나의 하느님, 우리 착한 카타리나의 하느님, 카타리나도 없는데 저렇게 물이 차오르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 때 마침 비가 그치고, 물이 차오르는 것이 멈췄다고 합니다. 빈첸시오 회합 중 복음 나눔 중에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게 무슨 15세기 성인전에 나오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아니고, 한쪽으로는 감격스러웠고 다른 한쪽으로는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모세도 떨기나무 대목에서 주님은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말로 이미 밝혀 주었다. 그분은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사실 하느님께는 모든 사람이 살아 있는 것이다.”(루카 20,37-38) 라고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믿으면서 단지 성현들의 이름을 부르며, ‘그분들과 함께하시면서 지켜주셨던 것처럼 저희도 지켜주십시오.’ 하고 청하기만 하는 데, 그 청을 그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하느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지, 자신이 하느님을 믿는 이로써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되새기고 실현함으로써, 자신의 삶 속에 주 하느님께서 살아 계시도록 모셔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그렇게 주 하느님을 모심으로써, 스스로 주 하느님 앞에 살아있는 신앙을 사는 자녀가 되도록 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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