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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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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홍기 [cccc1944] 쪽지 캡슐

2010-02-19 ㅣ No.1199

 

 

  이 글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신 직후, 제가 평화방송 TV에 기고하여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추모의 시간' 마지막 프로의 사연으로 방영된 글입니다.
 
 저는 지금도 추기경님과의 동행을 계속하며, 저의 부족함을 채우고 있고 죄악의 유혹에 휩쓸려 비틀거릴 때마다 추기경님의 영성적 가르침에 따라 몸을 가누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추기경님을 존경하고 추모하시는 우리 교우 가족에게 추기경님을 위하여 함께 기도드리는 마음으로 묵은 글을 게시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
 
 

                                                    동행

나는 나이에 비해 새내기 신자다.

내가 처음으로 성호경, 천주경, 성모경을 외우고, 천주교 요리문답을 배웠던 때가 1953년이고, 2005년 12월 24일에야 세례를 받았으니, 예비자로 50년 넘게 십자가 앞에서 머뭇거린 셈이다.

이렇게 굼뜬 초보 신자인 내가 교회의 큰 어른,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과 특별한 추억이 있을 리 없고, 그분에 대해서 말할 만한 사연이 있을리 없다.

그런데 지난 2월 16일 오후 6시 12분,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께서 선종하셨다. 나는 그분의 부음이 전해졌던 순간부터, 20일 용인 천주교 묘지 성직자 묘역 하느님 품에 누우실 때까지, 평화방송 TV를 통해 그분과 동행하였다. 선종하신 직후부터 묘지에 모신 때까지 장례기간 닷새 동안이었다.

이것이 성령께서 이끌어 주신 그분과 나의 인연이다. 나는 이 동행을 통해서 그분과 관련된 추억이 생겼고 그분에 대해서 말할수 있는 사연도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내가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바로 그 닷새 동안의 아주 짧지만 영원한 이야기다.

나는 장례 기간 중, 울다가 웃다가, "추기경 스테파노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위령기도를 하기도 하고, 조문 행렬에 섞여 명동성당 제단 앞에 누워 계신 추기경님께 두손을 모으고 몸을 굽혀 인사를 드리기도 하였다.

경상도 군위, 사시던 댁 툇마루에 앉아 어머니를 기다리던 소년과 함께 석양을 바라보기도 했고, 소신학교 시절 신학생 김수환의 동전 음모에 가슴 졸이기도 했고, "1.나는 황국신민이 아님. 2. 따라서 소감이 없음." 이라고 썼던 시험 답안 의거(?)에 가슴 후련하도록 쾌재를 부르기도 하였다.

또 대중가요 "애모"를 함께 부르기도 했고 "등대지기"를 따라 부르기도 하였다. 착취 당하는 노동자, 거리로 내몰린 철거민, 감옥살이하는 수감자 등의 손을 잡아 주며 용기를 주던 그현장에도 따라갔었다.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이런저런 일이 있었던 시절을 넘나들었고 추기경님의 역사가 남아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좇아 다녔다.

나는 이러한 추기경님과의 동행을 통해서,우리 가톨릭 교회는 물론, 정치 ,사회, 종교, 성별, 신분을 초월해서 온 나라, 온 국민이 그분의 선종을 애도하고 그분의 삶을 추모하는지 그 까닭을 알았다. 딱 한 마디로 그것을 말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사랑!" 이렇게만 말하겠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라고 하면 "인간 사랑!", "하느님 사랑!" 이 두 마디로 설명하겠다.

아버지 닮아 못생기신 추기 경님 ---이시대에 가장 아름다웠던 사람.

쌈 못하고 순하디순한 소년 김順漢--- 유신정권, 군부독재가 가장 두려워했던 사람.

신부되기 싫었던 신학생 김수환--- 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 서울 대교구장 30년의 대사제.

핍박받고 가난한 순교자의 자손---가난하고 힘없어 소외된 이들의 큰 벗.

이렇게 추기경님 당신이 지니신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것에 대조되는 아름다운 성과를 이루신 것은 그분이 겸손한 자리로 내려가 모든 인간의 존엄을 회복시켜 주려고 평생 노력하신 그 인간 사랑의 결정이요, 사제가 되신 후,우리나라의 복음화를 위해 하느님께 순명하며 예수님의 삶을 따라 사신, 하느님 사랑의 그 창조적 신비가 아니고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다.

그분의 사랑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이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사랑한다. 그리고 그분의 바보 자화상에서 본 그 평화스런 표정과 모든 이 들을 따뜻하게 해 주셨던 그 웃음을 그리워한다.

추기경님은 지금 " 저~기" 계실 것이다. 바로 그분의 고향, 아니! 우리들 모두의 본향인 천국에서 그 표정으로 계실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처럼 두 눈이 다 감기는 그런 웃음을 가끔 웃기도 하실 것이다. 아멘

 

 

 

 

첫사랑처럼 주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주님! 가장 귀하시지만
첫사랑처럼 주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언제나 그리워
마음 설레이고 가슴 저미게 하소서.

더러는 창문을 열고 먼 데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기다리게 하소서.

어떤 때는 잠 못이루고
밤 꼬박 새워 생각하게 하소서.

우러러도 기도해도
마음 속 허전하여 주님 찾게 하소서.

좋은 것 보고 맛있는 음식 먹을 때
드리고 싶어 하게 하소서!

제가 가진 모든 것, 다 바쳐도
모자라 아쉽게 하소서

언제나 어디서나
함께 하길 바라며 보고 싶게 하소서.

너무나 좋아, 정말로 좋아
목 터져라 사랑한다 외쳐보게 하소서.

잘못 한 일,저지른 죄 고백하고
마음 후련하게 하소서.

홀로 외로우면
주님 부르며 목놓아 울게 하소서.

터무니없는 질투로 속태우며
순결을 지키리라 맹세하게 하소서.

주님 사랑, 긴가민가 애닳아
주님께 더 깊이 빠지게 하소서.

사랑하기 어렵고 힘들어도
세상 아름다워 보이게 하소서.

주님! 가장 소중하시지만
첫사랑처럼 주님을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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