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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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3-12 ㅣ No.49

후회할 일을 하고 싶다.

 

하느님 믿고 따르려고 사제가 되었지만

 

이처럼 후회할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기전에

 

나는 정말 후회할만한 결정을 했었다.

 

사춘기의 영웅심리도 아니고

 

 

동생과 나의 같은 날 같은 내용의 꿈하나에 내인생은

 

정말 후회하지 않아야 하는 길로 치달았다.

 

세속의 가치에 정말 후회할일이 아니라 나의 가치에 후회할일을 하고 싶다.

 

 

늘 후회하는 고통과 늘 후회하지 않는 고통중에 어느것이 더클까?

어려서 부터 후회하지 않는 힘을 쌓아오는 생활안에서

 

가끔 나는 후회하고 싶다는 욕구를 떨칠수 없다.

 

신자들은 말한다.

 

"신부님이니까!"

 

고개사가 가장 듣기 싫은말 곡예사니까! 떨어지지 않겠지!

 

그러면서도 곡예를 돈주고 보러 온다.

 

써커스가 끝나고 다들 돌아가면 허름한 안전그물 아래에 떨어진 긴장과 노력에서

 

흘러내린 곡예사의 눈물과 땀을 보아주는 이는 없다.

 

 

다만 써커스 곡예단의 청소부가 되어버린 늙은 곡예사 선배의 주름만이 그 땀의 소중함을

 

알수 있다.

 

내손의 굳은살을 바라보며 오늘도 나는 미끄러지지 않게 내손에 분을 바른다.

 

오늘 따라 다 끝난 서커스장의 땀이 바닥에 더 고여 보인다.

 

나는 후회할 일을 하고 싶다.

 

 

사제가 되어 고백성사를 보기가 더 힘들어 진다.

음식 장만하는 아낙들이 진작 음식상의 음식을 못먹는다고 들었다.

 

교만해져서겠지!

 

성사를 보고 차를 몰고 나왔다. 신학교에서 마음은 후련하나!

 

영혼은 극도의 빈혈증세를 보인다. 피곤하였다.

 

죄에 대해서만 늘 묵상하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왜 후회할 일을 하고 싶어하는가? 이것을 아는 것이다.

 

 

 나는 정말 후회할 일을 하고 싶다.

 

 

* 해설: 나는 늘 고백성사보기 전에 로마서 7장 15절에서 25절까지를 생각한다.

 

        인간만이 후회할수 있다. 신도 인간이외의 어떤 피조물도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다.

          나약한 인간임을 고백할 때 우리는 죄를 사함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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