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5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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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04-26 ㅣ No.257

부활 제 4주일(요한 10,27-30)

 

아름다운 계절, 5월이 되었어요. 우리 주위의 예쁜 꽃과 푸른 나무들이 한결 더 자신을 뽐내며 계절의 여왕인 5월을 자랑하고 있어요. "나 예뻐?", "나 멋져?" 만약 아무도 꽃과 나무의 자랑을 몰라준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꽃과 나무는 실망해서 금방 시들어 버릴 거예요.

누군가 나의 참모습을 알아준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넌 정말 대단해", "넌 정말 착해", "넌 정말 좋은 친구야", "넌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될거야", "난 너를 믿어" 아마도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가 있다면 세상에 부러운 것이 하나도 없을 거예요. 오히려 더 큰 목소리로 "나는 정말 행복해!" 하고 외칠 수 있을 거예요. 또 그 친구와는 정말 멋진 우정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 친구 예수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내 양들은 알고 그들은 나를 따라 온다." 정말 예수님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계세요. 그리고 우리가 당신을 잘 따라 갈 것 역시 알고 계세요. 왜냐하면 나를 가장 잘 알고 사랑해 주는 분을 따라갈 때, 가장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이 될까? 궁금한 어린이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잘 들어봐요. 특히 오늘은 성소주일이랍니다. 성소주일은 "예수님께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실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는 날이에요. 멋진 엄마 아빠가 되길 원하실까? 아니면 착한 신부님, 수녀님, 수사님이 되길 원하실까? 예수님께서 우리를 알고 계시는 것처럼 우리도 예수님을 점점 더 많이 알아가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나한테 딱 맞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때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예수님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사랑하기로 해요.

 

 

부활 제 5주일(요한 13,31-33a. 34-35)

 

늙고 병든 그러나 마음씨 좋은 왕이 있었어요. 왕은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한테 왕위를 물려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나라 안에서 왕이 되고 싶은 젊은이는 누구나 왕궁에 와서 왕을 만나보라고 했어요. 왕이 될 수 있는 조건은 단 하나 '하느님과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어요. 이런 왕의 뜻이 알려지자 각지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왕이 되고자 왕궁으로 왔어요.

 

어느 시골에 가난하지만 하느님과 이웃을 아주 사랑하는 피터라는 젊은이가 있었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피터가 왕궁에 갈 수 있도록 옷과 신발을 사주고 여행비도 마련해 주었어요. 그런데 피터가 궁전 앞에 도착했을 때 한 거지 할아버지가 다가왔어요. 마음 착한 피터는 추운 날 얇은 옷을 입고 떨고 있는 할아버지를 위해 옷을 바꿔 입고 신발도 바꿔 신었어요.

 

그런데 피터에게 걱정이 생겼어요. 이런 거지꼴로는 왕 근처에도 갈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그 때 문지기가 와서 무슨 일로 왔냐고 물었어요. 피터는 망설이다가 왕을 만나고 싶다고 했어요. 그러자 문지기는 피터를 왕께로 데려갔어요. 잠시 후 왕이 나타나서 피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사랑스런 젊은이, 자네는 왕이 될 걸세!" 하고 말했어요. 피터는 깜짝 놀랐어요. 그러자 왕은 자기 얼굴을 보라고 했어요. 그 왕은 바로 거지 할아버지였어요.

 

"나는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겠다.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제 어떻게 예수님을 증거해야 하는지 알겠죠? 바로 서로 사랑하는 것이에요. 아무리 좋은 말로 친구들에게 예수님에 대해 알려주어도 내가 정말 그 친구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어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겉만 그럴듯한 말이 아니라 진실한 사랑이기 때문이에요.

 

 

부활 제 6주일(요한 14,23-29)

 

어느 날 가짜 예언자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평화의 예언자라고 속이고 완전한 평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어요. 사람들은 궁금해서 어떻게 하면 완전한 평화를 얻을 수 있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가짜 예언자는 자루에서 비둘기 한 마리를 꺼내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이제 이 평화의 비둘기를 날려보내겠소. 누구든지 이 비둘기를 잡는 사람은 완전한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이오."

 

그러자 사람들은 정신없이 비둘기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어요. 하지만 날아가는 비둘기를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렇게 한 달이 지나자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그 비둘기를 잡을 수 있을까 하며 토론을 했고, 서로 이런 저런 방법을 얘기하다가 의견충돌이 생겨 여러 파로 갈라졌어요. 그리고 각 분파마다 평화의 비둘기를 먼저 잡기 위해 경쟁했어요. 다시 한 해가 지나자 각 분파는 다른 분파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만들었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서로에게 전쟁을 선포했어요. 결국 거짓 예언자의 말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전쟁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아무도 완전한 평화를 얻지 못하고 말았어요.

 

'완전한 평화'는 결코 거짓 예언자의 말처럼 날아가는 비둘기를 잡아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만 만들려는 욕심은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해요.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예요. 하지만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빼앗는 것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고 나누는 것이에요. "서로 사랑하라"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바로 평화를 이루는 첫걸음이거든요.

 

 

부활 제 7주일(루가 24,46-53)

 

어떤 형제가 배를 훔치다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혔어요. 분노한 주민들이 형제들의 목을 매려 하자 촌장님이 말렸어요. 그리고 비록 죄인이라 해도 함부로 목숨을 빼앗을 수 없으니 대신 도둑질한 표시를 남기자고 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형제의 이마에 커다랗게 'ST'라고 새겨 넣었어요. 'ST'는 영어로 배 도둑(Ship Thief)의 약자였어요.

 

그 날 이후 형제는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되었어요. 이를 견디다 못한 형은 밤에 몰래 마을을 떠났어요. 하지만 가는 곳마다 이마의 글씨에 대해 묻는 사람들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어요. 결국 형은 좌절감에 빠져 사람이 살지 않는 깊은 산속에서 비참하게 살다 죽었어요. 하지만 동생은 끝까지 마을에 남아 자신의 죄를 뉘우치며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을 묵묵히 견뎌냈어요.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동생에 대한 비난은 점점 줄어들었고 묵묵히 남을 도우며 사는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칭찬하기 시작했어요.

 

더 오래 시간이 지난 후 한 나그네가 마을을 지나다가 한 노인의 이마에 새겨진 글자를 보고 길을 가던 이에게 이유를 물어보았어요. "하도 오래된 일이라 잘은 모르지만 저분은 우리 마을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저분처럼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지요. 아마 저 이마에 새겨진 글씨는 '성인'(Saint)의 약자가 틀림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로 올라가시며 제자들에게 모든 사람들에게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증인'이 되라고 하셨어요. 그 기쁜 소식은 바로 회개하면 죄를 용서받는다는 것이었어요. 증인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 성인이 된 동생처럼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고 실제 삶으로써 기쁜 소식을 증거해야 해요. 도망가도 안되고 거짓으로 그런 척 해서도 안 되요. '도둑'이 '성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묵묵히 자신의 생활을 통해 사람들을 감동시켰기 때문이에요.

 

<이 글은 소년 2001년 5월호에 "주일마다 기쁜 소식"이란 주제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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