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곡성당 자유게시판

달봉 신부의 짧은 오늘의 복음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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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달현 [dalbong6] 쪽지 캡슐

2003-02-01 ㅣ No.1881

교우 여러분들, 오늘은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입니다. 친지들과 친척들과 형제 자매들과 좋은 시간들을 보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서로서로에게 축복을 빌어주고 덕담을 나누는 좋은 시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정말 우리 난곡동의 모든 교우 여러분, 새해에는 하느님의 축복 많이 받으시고 더 행복하고 더 기쁘고 더 사랑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오늘 설 대축일 복음 말씀은 루가 12,35-40절까지의 말씀입니다. 그 내용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준비하고 있어라. 마치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문을 두드리면 곧 열어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처럼 되어라"하고 말씀하시면서 사람의 아들도 너희가 생각지도 않은 때에 올 것이니 항상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하십니다.

 

교우 여러분, 우리 고유의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았습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 속에서 올 한 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또 여러분의 가정이 주님의 평화와 기쁨 누리는 가정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우리 교회는 우리 고유의 명절인 설날을 대축일로 정하고 우리 겨레 모두와 함께 설날의 기쁨을 함께 나눕니다. 설 혹은 설날을 한자로 신일(愼日)이라고 씁니다.

 

설날 곧 신일이란 근신하여 경거 망동을 삼가는 날이라는 뜻입니다. 슬기로운 우리의 조상들은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첫날에, 그 해의 운수가 결정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은 법입니다. 그래서 우리 겨레는 옛날부터 한 해의 첫날을 설날이라고 이름을 짓고 몸과 마음가짐을 경건하고 바르게 가짐으로써, 벽사초복(壁邪招福), 즉 사악함을 몰아내고 복을 불러들였던 것입니다.

  

설날에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기 위해서, 자신이 누구인지를 먼저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사람들이 경거 망동하여 화를 불러들이고 재앙을 초래하는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바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뜻에서 우리의 고유 명절인 설날은 나 자신이 누구인가를 확인하는 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리길이 멀다 하지 않고 고향을 찾아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고, 우리보다 먼저 이 세상을 떠나신 조상들을 위하여 제사를 바치는 것도 그 때문이고, 웃어른들에게 세배를 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복음을 통해서 우리의 신분이 무엇인지를 듣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의 신분은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 놓고, 주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종이라고 예수께서는 말씀하고 계십니다. 주인이 언제 돌아오든지 주인을 반갑게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종은 참으로 축복받을 종입니다. 그러나 종이 자신의 신분을 망각한 채, 마치 주인이나 되는 양 행동한다면 주인으로부터 호된 꾸중과 질책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하느님의 종답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란 무엇입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 자신의 신분과 위치를 제대로 깨닫고, 그 위치에서 신분에 걸맞은 생활을 하는 것이야말로 참된 종다운 생활입니다. 아버지는 아버지 다워야하고 어머니는 어머니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하고 신자는 신자다워야 하고 사제는 사제 다워야 합니다. 모쪼록 오늘 하루 우리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우리가 제대로 살 것을 결심하는 시간들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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