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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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3-08 ㅣ No.38

 

 

 밤을 입으며.-

 

 

 

고통이라는 손님이

 

광야에 있는 나의 천막에 왔다.

 

나의 천막엔 빵한조각과 물한 모금뿐

 

그것을 대접해 드렸더니

 

세월이라는 지팡이를 의자에 기대어 두시고

 

그것을 드시더라.

 

 

 

왜그리 그 지팡이는 길어보이는지......

 

 

 

손님이 누우시자 곧 밤이 되었다.

 

 

 

난 그 지팡이가 내 천막에서 떠나주길 기도드렸다. 달님께

 

 

 

잠에서 깨어나 보니

 

어느새 손님은 저 바위산을 넘고 있었고

 

햇살은  내얼굴에 비취고 있었다.

 

손님은 광야로 다시 나아간다.

 

 

 

어느새 나의 천막은 밤을 입었다.

 

 

 

주해: 아버님의 선종의 슬픔을 나의 불효를 고백한 시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아버지를 두고 나는 이렇게 죄를 지었다. ’그냥 편히 돌아가십시오"

 

 

 

 아버지가 내가 그렇게 아팠다면 이런 마음을 결코 갖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나의 편함을 위해 편히 돌아가십시오 라고 마음 먹었던 것 같다.

 

 

 

 

 

 

 

동생의 불치병을 그 긴기간동안 인내와 기도로 낳게 하신 그분께 그렇게 이 아들은 죄스런 마음을 먹었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이렇게 부모님의 마음과 자녀의 마음은 다른 것인가?

 

 

 

 

 

 

 

첫서리가 내리던 날 우리는 아버님을 주님의 산에 모셨다.

 

 

 

눈을 보면 아버지의 등산할때 쓰시던 흰목장갑이 생각난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등산장갑을 꼭 언젠가 사드릴 라고 했는데 구지 마다하셨다.

 

 

 

 그래도 사드렸어야 했는데 ............

 

 

 

이시가 나의 죄를 주님이 만방에 알리시려는지 수년전 가톨릭 문화인상을 타게하셨다.

 

이시를 실은 이유는 나의 수상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공자 말씀대로

 

효도에 있어서 부모는 기다려 주시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다.

 

 

 

우리 성당은 성가정 성당이다. 올해 15건의 장례미사를 드리면서 각가정의 부모님들!

 

자녀들을 위해 그 모든 것을 바치고 다시 주님의 품으로 탄생하시는 성탄을 15번 갖었다.

 

 

 

나는 장례미사를 집전하면서 죽음이 죽음이 아님을 느낀다.

 

 

 

장례미사는 바로 작고 거룩한 성탄절미사이다. 부모님들의 성탄절이다.그 고된 자녀들의 등살에서 벗어나 천국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시는 진짜 성탄절이다.

 

 

 

돌아가신 모든 부모님들에게 성탄카드를 쓴다.

 

 

 

이젠 결코 밤을 입지 않고 빛을 입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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