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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교본해설 1월호(레지오 월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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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3-10 ㅣ No.1

레지오 새교본 해설입니다. 레지오 월간지에 기재된 것입니다.

 

 

* 1월호 기재

 

레지오 마리애의 설립 배경

 

교본 해설을 시작하며

나는 사제 성소를 받기 전에 가정의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소년 레지오에 입단하여 청소년 시기를 보내면서 성모님의 은총으로 남을 돕는 기쁨을 조금이나마 배우게 되었다. 어린 소년인 나에게 교본은 참으로 어렵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신학 지식도, 용어들도 생소했다. 그러나 어느 날 청년 레지오 단장님께서 나에게 교본을 주시며 하신 말씀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 교본이 어떤 이론가의 수려한 논리가 아니라 보통 신자들의 봉사의 삶과 경험들이 교회의 가르침과 어우러진, 성모님의 은총 안에서 빚어진 신앙인의 삶의 책이다. 이 교본은 마치 도자기에 비할 수 있다. 부족한 우리의 봉사는 바로 진흙이며, 성모님의 손이 이 진흙에 닿으면 도자기의 곡선과 멋이 나며, 성령님의 사랑의 불이 이것을 구워내면 하늘나라를 위한 아름다운 작품이 탄생된다. 이러한 봉사의 모습과 방법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레지오 교본이란다.”

처음에는 그 말씀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레지오 봉사의 걸음마를 익히면서 그 말씀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고, 그렇게 시작한 소년 레지오의 생활은 사제 성소로 이어졌다. 사제가 되기까지 신학생의 위치에서, 그리고 지금 사제가 된 상태에서, 레지오의 교본과 봉사 생활은 교회를 사랑하고 신자들을 이해하며 본당 공동체의 평신도 사도직을 활성화하는 데 참으로 커다란 도움이 됨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레지오 마리애는 참으로 살아 있는 평신도 단체이며, 하느님의 역사하심이 성모님의 사랑 안에서 평신도와 사제의 일치로써 드러나는 장소이다. 이번에 개정된 새 교본의 해설을 맡으면서 나의 부족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렇지만 내가 소년 레지오 시절에 들었던 그 단장님의 말씀처럼 ‘성모님 은총으로 빚어낸 이 살아 있는 신앙의 책’을 해설하는 의미를 ‘레지오 교본이라는 성모님의 장미 정원을 가꾸는 정원사의 땀흘림 작업’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과 같이 몇 가지를, 세나뚜스의 요청대로 앞으로 교본 해설에 있어서 주안점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해설서의 독자 계층과 수준을 성인 레지오 단원뿐만 아닌 소년 레지오 단원, 성직자와 수도자, 그리고 천주교 신자 이외의 다른 종교의 독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본문에 각주를 두어 심도 있게 교본을 이해할 수 있는 지면을 할애하고자 한다.

둘째. 레지오 교본은 신학 주제의 종합서라 여겨질 정도로 많은 신학과 교의들, 그리고 교회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신학 용어들이 가득하다. 그러나 교본의 신학 주제들을 이해하기 위한 신학 서적들이 그리 많지 않고 주제들을 일일이 분석한 서적과 해설서가 없는 것이 한국의 상황이기 때문에 교본을 쉽게 이해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일이다. 본인 역시 신학과 4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교본의 모든 신학 용어와 이론을 이해하면서 전체적인 교본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었다. 따라서 교본에서 사용된 신학 용어와 교리 상식, 그리고 교회사 부분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하고자 주력할 것이다.

셋째. 해설서는 자칫 해설하고자 하는 원문의 반복이나 강조, 그리고 내용을 주제별로 재구성하는 데 있어서 해설 본연의 의미를 잃고 부피만 늘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열식 문장을 지양(止揚)하고 시나, 수필, 보고서, 표, 논문 등 여러 문학 형태를 적절히 배합하여 교본의 생생한 의미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겠다.

넷째. 교본 해설에 있어서 한국 레지오의 역사를 함께 조명하여, 교본의 정신과 원리가 한국 교회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가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교본 해설이 보편적인 전세계 레지오의 이론에 관한 해설에 그치지 않고 한국 교회 안에서 한국 레지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함께 바라볼 수 있는 역사 의식이 우리 단원들 모두에게 매우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제1장 성모님의 꽃인 레지오 마리애─레지오 마리애의 설립 배경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위의 시는 김춘수님의 꽃이라는 시이다. 이름은 그 이름을 갖는 모든 존재들의 본질과 목적을 나타낸다. 성모님은 레지오 마리애라는 꽃으로 우리를 불러 주셨다.

 

1. 1 빈첸시오에서 탄생한 평신도 사도직의 꽃

레지오 마리애라는 꽃의 씨앗은 바로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의 한 지회의 이름이었다. 즉, 레지오 마리애는 빈첸시오회에서 나왔다. 레지오의 창설자인 프랭크 더프(Frank Duff)는 1913년에 레지오의 뿌리인 빈첸시오회〔1833년 프레드릭 오자남(Ozanam Antonie Frederic, 1813-1853) 신부가 설립한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애덕을 실천하는 평신도 단체이다. 참조: A한국 가톨릭 대사전 B, 가톨릭 출판사, 1991, 525B.〕에 가입하여 물질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에게 돈과 양식을 나누어 주는 활동을 하였다. 그러나 더프는 가난한 사람들을 방문하는 길에 항상 그들을 물질적으로 뿐만 아니라 영적으로 도우려 노력했다〔참조: 최경용,  A레지오 마리애 영성 B, 바오로딸, 1998, 34쪽〕.

그는 빈첸시오회 활동을 하면서 가난한 이들 주위에 있는 사람들 중에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신앙을 실천하는 데 무력하고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가난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빈첸시오회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 더프는 영적으로 빈곤한 이들, 그리고 아직 하느님을 알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사도직을 시작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심은 바로 실행에 옮겨졌다. 그는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걸어서 더블린 시의 뒷골목을 다니면서 집집마다 방문하여 기적의 패와 성수를 나누어 주며 냉담자와 비신자들을 교회로 인도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선교 활동은 아직 자신만의 개인적 선교 활동이었다〔참조:로버트 브랜쇼,  A프랭크 더프의 생애 B, 42-43쪽〕.

1917년 더블린 시의 빈첸시오회는 회원의 수가 매우 많아져서 두 개의 협의회로 나누어지게 되었고, 회장으로 더프가 임명되었다. 더프는 그가 담당한 성 패트릭스 협의회를 통해 빈첸시오회의 고유한 활동인 빈곤한 이들에 대한 물질적인 원조뿐 아니라, 다양한 선교 활동을 실시하였다〔참조:DUFF MICHAEL FRANK, Miracles on Tap, The Montfort publication, 2nd., New York, 1978; 푸른 군대 한국 본부 옮김,  A놀라운 기적 B, 크리스챤 출판사, 1984, 141-156쪽〕.

먼저 성 패트릭스 협의회의 회원들은 세례를 받지 않은 어린이들을 모집하여 교리 수업을 시작하였고, 신자들에게는 매일 미사를 권장했다. 이러한 교리 수업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확대되었는데, 특히 어린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는 여성들의 도움이 필요했으므로 처음으로 여성들이 빈첸시오회에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더프의 선교 활동은 또 하나의 대단히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평신도로서 선교 활동을 하고자 많은 이들이 지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지원자가 늘어나고 선교 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이를 조정하고 감독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갖는 관리 기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더프의 선교 활동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단체적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참조:로버트 브랜쇼, 앞의 책, 89-92쪽〕.

그러나 프랭크 더프와 그의 동료들의 선교 활동은 아직 레지오의 선교 활동이라기보다는 빈첸시오회의 한 지부의 회장에 의해 실시된 빈첸시오회의 특별 활동이었다. 더프는 자신의 선교 활동을 위해 빈첸시오회의 조직과 인력을 사용한 것이다.

선교 활동을 위한 관리 기관을 설립한 지 4년 후인 1921년 9월 7일 그는 선교를 위한 평신도 사도직 단체를 창설했다. 이 새로운 단체의 회원들은 모두 빈첸시오회의 회원들이었다. 더프는 4년간의 빈첸시오회 회원들의 성공적인 선교 활동을 지켜보면서 평신도는 선교에 있어서 더 이상 수동적 존재가 아니며, 수동적 존재가 되어서도 안 되겠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선교 활동에서 있어서 평신도는 중심적인 주체라는 그의 이해가 최초의 평신도 선교 단체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이 단체는 처음에 ‘자비의 모후’라는 이름으로 불려졌으나 후에 레지오 마리애로 개칭되었다. 레지오 마리애는 설립 당시부터 평신도들에게 선교 활동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 주는 사목적 사도직에 착수했던 것이다〔참조:같은 책, 93-95쪽〕.

당시에는 평신도 사도직으로서의 선교 활동에 대한 선례가 없었기 때문에 레지오 마리애의 활동은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또한 레지오의 탄생 직후부터 나타난 성공적인 선교 활동의 수행은 선교 활동에 있어서 많은 평신도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발시켰다〔참조:최경용, 앞의 책, 72-85쪽〕. 즉, 선교 활동을 목적으로 한 최초의 평신도 사도직 단체인 레지오 마리애의 설립과 활동은 창설자인 프랭크 더프의 평신도의 신원에 대한 선각자적인 자각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1. 2 성모님의 군대라는 이름의 꽃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는 라틴 어로 ‘마리아의 군단’이라는 뜻이다. 레지오가 이러한 명칭을 갖게 된 것은 바로 창설자인 프랭크 더프에 의해서이다〔레지오 마리애는 1921년 9월 7일 창단되어 ‘자비의 모후’라는 이름으로 지칭하였다. 레지오 마리애가 정식 명칭이 된 것은 1925년 11월 15일이다. 프랭크 더프는 레지오 마리애의 명칭 도입에 대해 그가 죽기 1년 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나는 명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자정이 넘어 침실로 가면서 내 서재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성모님 초상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내 뇌리에 레지오 마리애라는 이름이 스쳤다.”〔참조: 최경용,  A레지오 마리애 영성, 바오로딸, 1998, 57쪽; A레지오의 관리와 운영 상(上) B, 김영대, 성모출판사, 1990, 3, 17쪽〕.

레지오 마리애(Legio Mariae)라는 라틴 말을 분석해 보면,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첫째, 레지오(Legio)는 군단이라는 뜻으로 레지오의 조직 형태를 군대의 체계로 조직화하였음을 말한다. 이것은 레지오의 제도와 기능, 그리고 목적을 이루는 구체적 방법론을 의미한다. 둘째, 마리애 (Mariae)는 라틴 말인 마리아(Maria)의 소유격으로 ‘마리아의 것’이라는 의미이다. 즉, 레지오 마리애의 주인은 마리아이시다는 것이다. 이것은 레지오에 속한 모든 이들이 또한 마리아님에게 속하게 됨을 의미한다. 즉, 레지오 마리애는 외형적인 면에서 군대의 모습으로, 그리고 영적인 면에서는 성모님의 영성을 바탕으로 성모님의 소유가 된 단체임을 알 수 있다.

교본에 의하면, “레지오 단원들은 충성과 덕행과 용기로써 위대한 하늘의 여왕이신 성모님께 자신을 맡기고 싶어한다. 바로 이 점이 레지오 마리애가 군대 형태로 조직된 이유이다. 이 군대의 형태는 본디 로마 군단을 본뜬 것이며, 명칭도 거기서 따 왔다. 그렇지만 레지오 마리애의 조직과 무기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니다.”〔교본, 1쪽〕라고 말하고 있다.

위와 같은 레지오 마리애의 의미는 레지오 마리애의 대표적 상징물인 레지오의 벡실리움(Vexillum Legionis)〔벡실리움(Vexillum)이란 로마 군대 중 기병대의 문장으로서 최고 사령관의 전투 개시 신호의 붉은 기를 말한다〔참조:가톨릭 대학교 고전 라틴어 연구소,  A라틴-한글 사전 B, 가톨릭 대학교 출판부, 1010쪽B〕을 통해 잘 나타난다. 레지오를 상징하는 단기인 벡실리움은 원래 로마 군대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로마 군대의 벡실리움에는 독수리와 그 아래 황제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데, 레지오는 독수리 대신 성령님을 상징하는 비둘기를, 황제의 초상 대신에 뱀의 머리를 밟고 있는 마리아님의 초상으로 대신하였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 전쟁 영화를 보면 로마 군대의 벡실리움을 볼 수 있다. 이 벡실리움은 바로 로마 군대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잘 나타낸 것이다. 로마 병사들은 진격하기에 앞서 “로마의 영광! 황제의 영광을 위하여!”라고 외치며 진군하였다고 한다. 높게 쳐들린 벡실리움을 바라보면서 벡실리움에 새겨진 그들의 국가인 로마를 위해 그들은 그렇게 헌신하였던 것이다. 그 순간 자신이 왜 목숨을 건 이 전투에 참여하는지, 왜 가장 고결하고 소중한 자신의 생명마저 바쳐야 되는지를 벡실리움을 바라보며 마음에 새겼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로마 인으로서 하나 된 일치의 정신과 투철한 소속감을 벡실리움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은 레지오의 벡실리움 안에서 성모님을 통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나아가는 구원의 일꾼으로서 하나가 됨을 늘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들을 담아, 교본은 레지오 마리애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레지오 마리애는 가톨릭 교회가 공인한 단체로서 모든 은총의 중재자이고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강력한 지휘 아래, 세속과 그 악의 세력에 맞서는 교회의 싸움에 참가하기 위하여 설립된 군대이다. 이 군대를 총지휘하시는 성모님은 ‘달과 같이 아름답고 해와 같이 빛나시며’ 사탄과 그 무리들에게는 ‘진을 친 군대처럼 두려운 분’이시다.”〔교본, 1쪽〕.

첨부파일: 교본해설 1월호(34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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