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성당 게시판

눈오는 날의 떠남과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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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이 [pear] 쪽지 캡슐

2001-01-10 ㅣ No.4215

오늘, 서울의 여러 본당에서 아쉬운 이별과 새로운 만남이 교차하는 시간들에

참으로 눈이 많이 내렸습니다.

 

가톨릭 신자가 되고 나서 몇 번의 헤어짐을 경험해 보았지요.

그래서인지 만으로 2년이 조금 넘었지만 햇수로는 4년동안이나 우리와 함께 기쁨과 아픔을 나누고 떠나시는 신부님들이 새로운 부임지로의 발령을 받으시고 헤어짐을 코 앞에 둔 만남들속에서도 그리 큰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 듯하였습니다.

어쩌면 친 가족들보다도 더 깊은 속내들을 보이면서 지낸 막역한 신부님들과의 헤어짐이 실감이 나지 않았던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일 환송미사에서 신부님들의 인사말들과 성가대의 송가는 참으로 여러 신자들의 눈에 이슬을 맺히게 하더군요.

그 눈물들을 지켜보면서.....

떠나는 신부님들이나 떠나보내는 여러 신자들의 마음 속에 새겨질 아름다운 기억들과 헤어짐의 섭섭함의 무게가 차츰 크게 다가올수록,

이제는  ’우리들의 신부님’ 이 아닐 것이라는 자각이 황당스러울 정도로 갑자기 제 자신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그만큼 두 신부님이 우리 신자들의 삶속에 세심하고 친근하게 머물러 있었던 열정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눈이 많이 내린 날,

시집가던 날 많이 울었던 기억이 새록 새록 떠올랐습니다.

멀리 떠나가는 것도 아닌데 영영 이별하는 사람처럼 하루종일 펑펑 울어대던 서운함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 여린 정서가 많이도 메말라버려서인지 조그마한 이별엔 눈도 꿈쩍하지 않는 무딘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멀리 떠나 보내서 다시는  볼 수 없는 이별을 한 것도 아니련만

다시 오신 신부님들께 죄송스러울 정도로 갑자기 다가오는 허허로움은,

우주 만물이 제자리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법칙일까요?

익숙해져 있는 것에 대한 그리움.

새로운 것들에 대한 막막함.

 

 

펑펑 쏟아져 내리는 하얀 눈 속에서 두 신부님을 떠나 보내는 신자들 모두 두 손 모아 드리는 기도는 그 분들의 앞길에 빛이 되어주겠지요.

우리 한강에 처음 오셨날처럼 또 다시 역촌동과 대림동에서 새로운 만남을 이루실 아오스딩, 안셀모 신부님!

주님의 사랑안에서 언제나 건강하시고 늘 보여주셨던 자상한 미소 간직하시길 기도드립니다.

 

 

헤어짐의 아쉬움도 잠시........

우리들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참 좋으신 두 신부님들을 맞이하였습니다.

또 다른 설레임으로 우리 본당 신자들이 기도드리겠지요.

 

소리없이 내리는 눈 속에 묻을 것을 묻어두고 가는 마음들과

새로운 설레임으로 첫 발을 내딛는 마음들이 모두 너무 아름답습니다.

 

 

아마도 내리는 눈 속에 함께 오셨을 예수님도 보시기에 참 좋았을 것 같습니다.

 

우리들의 작은 예수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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