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볼수 없어서 그분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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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1-03-08 ㅣ No.34

나는 그분을 볼수 없습니다.

 

그분의 주안상을 차리며 불끈 불끈 그분의 얼굴을 뵈오고 싶어 가슴앓이를 합니다.

 

그래서 흐르는 눈물을 아궁이 지치며 앞치마에 닦습니다.

 

 

 

내수단을 앞치마 삼아 내눈물 닦으면서도 실컷 님품에 안기고 싶은 내마음

 

 

 

그분의 잔치날이라 손님들은 그분을 마중하며 다 인사를 나누는데

 

나는 그분의 잔칫상을 보러 주방에서만 썩고 있다.

 

 

 

장작불안에 그분의 얼굴을 담아 그려보고

 

그분이 드실 전이 간이 제대로 베어있나 간장종지를 바라본다.

 

 

 

검은 수단 만큼 검은 간장종지 호수에 내님의 용안이 떠오른다.

 

 

 

오늘도 나는 그분의 입맛에 맞을까 고민하는 힘으로 지친 몸으로 새벽에 쌀씻으러 나온다.

 

 

 

새벽의 찬물에 쌀을 담기위해 내손을 담근다.

 

 

 

소녀같은 내손을 담그며 시린가슴을 데운다.

 

 

 

내 작고 소녀같은 부끄러운 손을 성작과 성합에 대면 어느새 내님이 된다.

 

 

 

내님을 내손에 모시고 사는 이가 늘 기뻐야 하거늘

 

 

 

나는 기쁘면서도 애절하다.

 

 

 

나는 그분을 실컷갖고 싶다. 한번 그분을 배불리 먹어봤으면

 

 

 

미사때 가장큰 성체를 먹고 나만이 성혈을 가득 먹으면서도 늘 걸신들린 거지같다.

 

 

 

거지 같은 신부 ! 늘 허전한 신부!

 

 

 

 

 

 

 

신랑이 하느님인 신부! 나는 늘 남편이 그립다.

 

 

 

내 신랑은 내치마 이렇게 길고 검게 해놓고 왜이리 단추는 많이 달았는지?

 

 

 

내신랑이 입혀준 검은 웨딩드레스가 여름에는 너무나 덥다.

 

 

 

아직 신혼의 시기인데 이렇게 그리운데 나이 더 들면 더 그립다던데 나는 어떻게 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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