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85. 미사9-평화 예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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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0-18 ㅣ No.134

 

 

 

  주님의 평화가 항상 여러분과 함께

 

 

 

  85. 미사9-평화 예식

 

 

 

  주님은 우리에게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주는 것이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는 다르다.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라."(요한 14, 27)고 하셨다. 세상은 우리에게 믿음을 버리도록 유혹한다. "이것을 보아라. 이것을 가져라. 그러면 행복해질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세상에서는 다른 이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그 희생이 나의 이익으로 합쳐질 때 비로소 내 행복이 보장된다. 그것이 경쟁과 경제사회 안에서는 미덕과 성공이 될지 모르지만, 인간사회 안에서는 죽음과 공포다. 이것이 육체적인 세상에서 주는 평화다. 그러나 우리의 욕망은 한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만족하지 못하고 삶과 의지의 방향을 잃고 혼란 속에 빠진다.

 

  그렇다면 주님이 주시는 평화는 어떤 것인가? 주님은 제자들에게 "너희 중에 두 사람이 이 세상에서 마음을 모아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는 무슨 일이든 다 들어주실 것이다."(마태 18, 19)라고 하셨다. 주님이 말씀하시는 내 이름으로 모인 곳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물론 주님의 이름으로 모인 교회의 품이다. 그렇다면 그 교회의 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가? 그곳은 바로 주님의 사랑이 재현되는 곳이다. 주님의 사랑이라면 바로 주님 십자가의 희생제사를 가리킨다. 즉 너를 살리기 위해 나를 희생하는 사랑이다. 그리고 그 사랑이 바로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다(요한 14, 20; 20, 21 참조).

 

  그런데 우리는 주님의 평화를 얻기 위해, 주님의 이름으로 모여 주님께 마음 모아 청하는 과정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용서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의 약속을 들으며 베드로는 주님께 묻는다. "주님, 제 형제가 저에게 잘못을 저지르면 몇 번이나 용서해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이면 되겠습니까?"(마태 18, 21) 참으로 현실적인 질문이다. 아니 마치 우리의 현실을 대변하고 강변하는 탄원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너를 살리기 위한 나의 희생! 그런데 희생이랄 수 있는 용서가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마음먹기에 달린 것도 아니다. 간혹 이성으로는 용서가 된다. 왜냐하면 주님께서 십자가상에서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루가 23,34)라고 기도하신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말과 행위가 상대에게 어떤 고통과 피해를 끼치는지 모르고 저지르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유다인들이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들이요 자신들의 구세주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주님을 십자가에 못박았을 리가 없지 않는가? 자신들을 위해 더 빌면 빌었지. 그러나 가슴 속에 스며들고 맺힌 감정을 어떻게 지울 수 있겠는가? 복수는커녕 다시는 보고도 싶지 않은 그 얼굴 그 모습을. 그러나 주님은 우리의 이러한 연약함을 위해 성령을 보내주셨다(요한 20, 22-23; 로마 8, 26-27 참조).

 

  주님이 토마에게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요한 20, 27)고 말씀하셨다. "현실적으로 그리고 인간이기에 힘듭니다."하는 우리의 강변은 주님의 십자가 앞에서 한낱 핑계나 거부밖에 되지 않는다. 세상의 죄악을 쳐이기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의 구세주가 되신 주님! 그 주님을 믿고 청하자. 십자가와 성체성사의 주인이신 주님께! 용서와 화해의 대명사인 주님께 용서를 청하고 화해의 은총을 청하자. 그리고 주님과 일치하여 평화의 나라를 이루어 나가자. 진정으로 평화를 빌어 주자. 단순히 자존심을 접어두는 심리적인 변화를 넘어, 적극적으로 너를 살리고 다시 일으키기 위한 나의 희생과 노고를 주님께 봉헌하면서.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여라."(마태 1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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