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추기경님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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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경 [rosa2312] 쪽지 캡슐

2009-05-06 ㅣ No.1164

추기경님이 선종하신 후 사흘 째 되던 날 저녁
뉴스를 보다가 문득 명동성당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또 왜 그곳까지 굳이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주일 미사나 겨우 지킬 줄 아는 신심이 깊지 않은 저에게
추기경님은 아주 먼 분이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오래 전에 추기경님께 견진성사를 받았던 것을 기억해내고
이튿날 아침 부지런히 길을 나섰습니다.
온종일 춥고 무료하고 지루한 그러나 견딜만 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딱 5분 전에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먼빛으로 추기경님을 뵙고 성당을 나왔습니다.
목적 달성은 한 것 같았는데 뭔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성모님께 작은 촛불 하나 봉헌하고 성물방에 들러 추기경님의
신앙고백이 담긴 책을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추기경님을 만났고 부활하신 예수님도 만났습니다.
힘들다고 여겨지는 제 삶에 짓눌려서 예수님께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십자가나 부활이라는 말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추기경님이 쓰신 불멸이라는 단어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고
예수님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제 안에 있던 온갖 문제들이 별게 아닌 것이 되었습니다.
제가 어떤 처지에서든지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걸으면 되고
미운 사람을 만나도 예수님을 위해 살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추기경님, 이렇게 하면 될 걸 왜 그렇게 가슴을 쥐어 뜯으며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압니다. 이게 바로 추기경님이 저에게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추기경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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