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2001년 3월 주일 어린이 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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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신부 [jpatrick] 쪽지 캡슐

2001-02-24 ㅣ No.234

사순 제1주일(루가 4,1-13)

 

오늘은 사순 제1주일입니다. 사순절이란 예수님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 죄를 대신해서 매맞으시고 십자가에 죽으신 그 고통을 기억하며 감사드리고 다시는 예수님을 고통스럽지 않게 해드리기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하고 노력하는 시기예요. 그래서 사순절이 되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착한 일도 많이 하고 나보다 더 어려운 친구를 돕는 사랑을 실천해야 해요. 우리 어린이들이 착한 일을 할 때마다 예수님의 상처와 고통은 없어지고 기뻐하시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착한 일을 실천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악마로부터 유혹을 받으셨듯이 우리도 끊임없이 유혹을 받고 있거든요. 성당 가는 길에 있는 오락실의 유혹, 도와달라는 친구에게 "나 바빠" 하는 거짓말의 유혹, 부모님을 사랑하면서도 괜히 짜증내고 심술부리던 유혹 등등. 유혹은 언제 어디에서든 나타날 수 있어요.

 

예수님은 이런 유혹을 어떻게 물리쳐야 하는지 보여주셨어요. 유혹을 피해 멀리 도망가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랍니다. 유혹에 맞서 싸움으로써 이겨내야 해요. 혹시 감기에 걸려본 적 있어요? 왜 감기에 걸릴까요? 바로 감기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졌기 때문이에요. 그렇다고 감기에 걸리지 않기 위해 감기 바이러스가 하나도 없는 곳에서만 살 수는 없어요. 평소에도 우리 주위에는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바이러스들이 있어요. 기회만 엿보다가 우리 몸이 허약해지면 얼른 덤벼서 병을 일으키지요. 하지만 건강한 사람에게는 감히 어쩌질 못해요. 유혹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영혼이 건강하면 어떤 유혹이 오더라도 꼭 물리칠 수 있어요. 그리고 건강한 영혼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하셨던 것처럼 우리도 열심히 기도해야 해요. 기도와 하느님의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치는 것이 바로 예수님의 방법이었어요.

 

 

사순 제2주일(루가 9,28ㄴ-36)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시고 산으로 기도하러 가셨어요. 예수님께서 열심히 기도하시는 동안 예수님의 모습은 눈부시게 변했어요. 그리고 모세와 엘리야가 나타나서 머지 않아 다가올 예수님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제자들은 잠이 들었다가 뒤늦게 깨어나서 예수님의 눈부신 모습만을 보고, 그 영광스런 분위기에 감동해 영원히 그곳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사실 예수님은 우리의 죄 때문에 고통스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셔야 하는데, 제자들은 딴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혹시 싱크로나이징이라는 수영 종목을 아세요? 물 속에서 여러 명의 수영선수가 아름답고 우아한 몸짓을 보여주는 경기예요. 물 위에 드러나는 모습은 참으로 환상적인 모습이지만, 잘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는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팔 다리를 휘저어야 해요. 사람은 물고기가 아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물 속에 가라앉고 말거든요. 그래서 싱크로나이징 선수들은 더욱 자연스럽게 물 위에 떠서 아름다운 동작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고 또 연습해요.

 

예수님은 제자들의 태도에 많이 실망하셨어요.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하느님 아버지와 화해할 수 있도록 십자가의 죽음을 향해 나아가시는데, 제자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모습, 또 예수님의 놀라운 기적과 많은 사람들의 환호성 같은 데에만 정신을 팔고 있으니….

 

어린이 여러분, 우리 다같이 구름 속에서 들려온 하느님 아버지의 말씀에 다시 귀기울여봐요. "이는 내 아들, 내가 택한 아들이니 그의 말을 들어라!"

 

 

사순 제3주일(루가 13,1-9)

 

어린이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곳이 어디예요? 신부님은 어릴 때 치과 가는 것이 제일 무서웠어요.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가 다 썩은 다음에 치과에 가서 고생했던 적이 있어요. 병은 미루지 말고 일찍 치료하면 싶게 고칠 수 있는데 말예요.

 

영혼의 의사이신 예수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구원받고자 한다면 지금 당장 뉘우치라고 하셨어요. 어느 성인이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사탄이 하느님께 불평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하느님, 왜 인간들은 여러 번 잘못해도 용서해주시면서 우리는 단 한 번의 잘못도 용서해 주지 않으세요?" 그러자 하느님께서 "사탄아,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느냐? 사람들은 잘못을 저지르면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지만, 너희들은 한 번이라도 회개하고 용서를 빈 일이 있었니?"라고 말씀하셨어요. 중요한 것은 미루지 말고 지금 뉘우치라는 뜻이에요.

 

어떤 도둑이 세례를 받고 신자가 되었지만 나쁜 버릇을 고치지 않고 계속 도둑질을 했어요. 사순절이 되자 도둑질을 안 하겠다고 다짐했지만 돈이 떨어지자 일할 생각은 하지 않고 다시 남의 물건을 탐냈어요. 그러다가 성당 마당에서 산책하시던 신부님 뒤에 가서 가진 것을 모두 내 놓으라고 했어요. 그런데 신부님 주머니에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신부님이 "이보게, 줄 것이라고는 내가 피다만 담배밖에 없는데 그거라도 가져가겠나?" 하시자 도둑이 하는 말이 "신부님, 저도 사순절 기간이라서 담배는 끊었습니다."라고 대답했어요

 

사순절에 우리 어린이들도 예수님을 위해서 희생하고 사랑을 실천할 약속을 했을 거예요. 중요한 것은 그저 약속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꼭 실천하는 것이에요. 예수님은 열매 맺지 못하는 무화과나무를 보시며,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꾸중하신 것이거든요.

 

 

사순 제4주일(루가 15,1-3. 11-32)

 

우리가 잘못할 때 제일 마음 아파하는 분이 누군지 아세요? 바로 부모님이세요. 부모님은 언제나 우리가 착하게 살기를 바라고 계세요. 그래서 잘못할 때 꾸중도 하시지만 속으로는 우리보다 더 아파하시면서 기도하고 계세요. "하느님, 우리 아이가 착하게 살도록 도와주세요."

 

아버지의 재산을 갖고 집을 나가 나쁜 짓도 많이 하고 돈을 낭비해서 거지가 된 둘째 아들이 있었어요. 그 아들은 뒤늦게 뉘우치고 다시 아버지께 돌아왔어요. 아버지는 언제나 아들이 돌아오려나 하며 마을 입구에서 늘 기다리시다가 아들을 보자 화도 내지 않고 꼭 안아 주셨어요. 그리고 큰 잔치도 베풀어 주셨어요. 아버지의 사랑은 둘째 아들이 다시 착하게 살 수 있도록 힘을 주었어요. 바로 오늘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잃어버린 아들" 이야기예요.

 

어느 마을에 한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 아들이 매일 나쁜 짓을 해서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했어요. 그래서 하루는 어머니가 아들에게 "네 스스로 좋지 못한 일을 했다고 느낄 때마다 저 기둥에 못을 하나씩 박도록 해라." 하고 부탁을 했어요. 아들은 어머니의 소원이라니까 간신히 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못을 하나 둘씩 박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새 더 이상 못을 박을 곳이 없을 정도로 기둥에는 빽빽하게 못이 박혀 있었어요. 아들은 그때서야 자기가 얼마나 나쁜 짓을 많이 했는지 깨닫고 뉘우쳤어요. 어머니는 아들은 진심으로 용서하시며 "앞으로는 좋은 일을 더 많이 하도록 해라. 그리고 착한 일을 할 때마다 못을 하나씩 뽑아라." 하고 가르쳐 주셨어요. 그 날부터 아들은 착한 사람이 되어 좋은 일을 많이 했고, 기둥의 못은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하지만 기둥의 못자국은 늘 그대로 남아 아들에게 다시는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일깨워 주었어요.

 

<이 글은 소년 2001년 3월호에 "주일마다 기쁜 소식"이란 주제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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