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흥보신부님의 자료실

89. 순례하는 교회1-소명

인쇄

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02-11-12 ㅣ No.141

 

 

 

  뭐가 모자라서

 

 

 

  89. 순례하는 교회1-소명

 

 

 

  나이가 들어서 예비자반에 등록하시는 분들도 많다. 지금까지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온 그분들이 뭐가 모자라서 교리반을 찾아왔을까? 무엇이 주님을 찾아 나서도록 했을까? 오늘부터는 예수님을 따르는 베드로와 함께 주님을 향한 순례하는 교회의 여정을 살펴보자.

 

  우리는 예수님께서 일으키신 기적 앞에, 시몬이 주님의 엄위하심에 감탄하여 제자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는 장면을 '첫 번째 부르심을 받은 제자들'(루가 5, 1-11) 안에서 본다.

 

  예수께서는 시몬에게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쳐 고기를 잡아라."(4절)고 하신다.

 

  그런데 시몬은 예수님의 말씀에 순응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반발부터 한다. 시몬이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5절ㄱ) 그러나 거역해서는 안 될 권위라도 보았는지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5절ㄴ) 라고 답한다. 여기서 우리가 참고로 바라볼 것이 하나 있다. 복음서 저자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어부를 베드로라고 하지 않고 시몬이라고 일컬음으로써, 그가 아직 베드로로서 주님을 따르는 제자가 아니라 시몬이라는 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내가 어부인데, 그리고 내가 여기서 계속 고기를 잡아왔고, 여기 살고,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인데, 내가 고기 잡는 일에 대해서 더 잘 알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니? 무슨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더 잘 알고 더 잘할 수 있는데 왜 그렇게 이야기하는가?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우리의 입장에서 말할 수 있다. 아니, 할 말이 아주 많다.

 

  그런데 시몬에게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오늘은 지금까지 해 왔던 방법대로 그렇게 했는데도 고기를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베드로는 어쩌면 지푸라기라도 잡을 수만 있다면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편 시몬은 모르지만, 시몬에게 명령하는 이는 우리와 우주 만물을 지어내신 분이다. 그분 앞에서 우리가 어찌 자기 주장을 할 수 있겠는가? 그저 고개를 숙이고 따를 수밖에…. 어쩌면 주님 앞에선 우리 모두의 모습이리라. "싫어요." "못해요." "안돼요, 자신 없어요."하면서 뒤로 빠지고…. 또 한편 성인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리라 생각하여 감히 엄두도 못내는 우리. 그에 반하여 교회의 겸손한 이들 안에서 신앙을 발견한다. "신부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믿고 따르겠습니다." "신부님께서 하라시는대로 하면 되겠지요."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물을 치겠습니다." 실제로 기적이 일어났다.

 

  그래서 베드로가 응답한다. "주님, 저는 죄인입니다.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8절) 주님 앞에 섰을 때 인간 모두가 느끼는 이 감정. 그러나 그 감정은 표현 그대로의 거부와 결별의 감정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청원에 가깝다.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 그리고 저를 거두어 주십시오."라는 청원 말이다.

 

  그러자 예수님이 시몬을 제자로 임명한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제부터 사람들을 낚을 것이다."(10절) 이 말씀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나를 따라 오너라. 너는 내가 믿어 사랑하는 내 사람이다. 어서 가서 아버지의 나라를 세워라."

 

  이 성서 구절과 연관하여 출애 3, 1-22(모세의 소명사화), 이사 6, 1-10(이사야의 소명사화), 예레 1, 4-10(예레미야의 소명사화), 에제 2, 1-3, 27(에제키엘의 소명사화), 사도 9, 1-17(사울-바오로의 소명사화), 마태 6, 25-34(먼저 하느님의 나라를 구하라)을 보충할 수 있다.

 

 



66 0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