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게시판

삼숙이와 사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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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숙 [hhhs6006] 쪽지 캡슐

2009-03-30 ㅣ No.1159

봄이 지금 마라톤으로 달려오고 있다. 첫 발령지 근덕중학교(1983년 11월--1986년 2월)에서  올림픽 영웅 황영조 선수와 같이 교문을 드나들었다.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보다 힘차게 (라틴어로 Citius, Altino, Fortius)󰡓

프랑스의 디동 신부가 제창해 1926년 IOC가 정식으로 채택한 올림픽 표어이다.보다 멀리를 공기밥처럼 하나 추가했으면 좋겠다.  

 

며칠 전 추기경님의 책을 선물로 주고간 선생님이 자기의 여동생이 분당고등학교 영어선생님이라 하여서 이야기를 하다가 이종사촌과 만나게 하여 주기로 되었다. 그런데 말은 오고갔지만 일이 되지 않아서 이종사촌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잠을 잤는데 선생님들과 함께 국수 먹는 꿈을 꾸었다. 이틀 내내 꿈 내용이 사라지지 않았고 우리집 옆에 화실이 있었던 여선생님이 보름달처럼 떠올랐다. 2년간 함께 근무할 때도 이야기 해 볼까 했었는데 이번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팔 순에 가까운 이모님의 건강이 좋지 않고 이종 사촌의 나이도 39세라서 이젠 가정을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와 이름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 예꼭클럽(예, 꼭 예쁘게 살겠습니다)이다. 예꼭 클럽 회원 중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과 이종사촌은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으로 차 타는 곳까지 배웅해 주었다고 한다. 양쪽 가족들도 모두 좋아하니 긍정적이다. 선생님은 나의 딸을 가르쳤고 예쁘고 착하고 머리가 좋은 분이다.

2008년 강원과학 엑스포 행사를 할 때 설악여중에서는 혈액형 알아보는 실험을 하였다. 교육청에서 도우미를 지정해 주었는데 우연히 선생님이 담임한 정새봄이가 혈액형 판정을 하는 나의 부서에 도우미가 되었다.  새봄이가 도와주고 있는데 지나가던 현숙선생님이 어 새봄아 넌 O형이잖니? 그런데 혈액형 검사는 왜 또 하니? 라고 하였다.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줄 모르고 혈액형 검사를 하러 온 줄 알았나 보다. 학생의 이름정도만 기억해도 학생들은 감동 받는데 학생의 혈액형까지 기억하다니! 교감선생님의 제자라서 말씀을 드렸더니 훌륭한 교사는 뭔가 다르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6. 25 때문에 교직을 그만둔 아버지께 나는 6남매의 넷 째로 태어났다. 대학교를 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이모님 덕택에 졸업하였다. 교단에서 가르치다가 쓰러져 순직한 이모부님을 단 한 번 뵈었지만 부모님과 함께 잊은 적이 없다. 내가 교단을 내려오는 그날까지 고 정자 진자 이모부님를 매일 생각할 것이다. 현숙선생님의 부모님을 찾아 뵈었더니 선생님의 아버지는 인자한 교장선생님 같았는데 경찰관이셨단다. 이모님 살아생전에 어떤 모양으로든지 나는 은혜를 갚고 싶다. 

 

남자 쪽에서 부탁을 하여 우연히 중매를 두 번 하였다. 내가 다니던 대학교의 강사와 우리과 대학원생을 소개시켜서 예쁜 딸을 둘 두고 다복하게 살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고 나서 속초상업고등학교 식당에서 비빔밥으로 집들이를 했을 때 첫 발령을 받은 선생님이 식사 후 내 자리에 와 중매를 해 달라고 하였었다. 결혼이 이루어지고나서 나는 한 때 마담뚜라는 말을 들었다.나는 황소아지매! 씨름도 삼 세번 아닌가!잘하면 술이 석잔, 잘 못하면 뺨이 석대라는 속담을 보면 중매가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겠지! 시아버지 이름과 친정 어머니 이름에 기린 린자가 들어간다. 우연의 일치이나 이모님과 선생님의 어머니 이름에도 옥자가 들어간다늘 파워가 넘치는 황소아지매, 내게 힘이 넘친다며 왠만한 불황엔 끄떡도 없을 것 같고작은 고추가 맵다고들 한다.

󰡒가장 좋은 다리는 무엇일까요?󰡓

라고 학생들에게 물어보았다. 󰡒내다리, 롱다리, 콰이어강의 다리, 무우다리 ......󰡓순식간에 다양한 다리가 나왔다. 하기야 내다리도 좋고 눈에 콩꺼플이 쓰이면 무우다리도 좋을 것이지만 나는 중매가 가장 좋은 다리라고 생각한다.나를 중매한 시누이는 정숙이, 바로 위 시누이는 성숙이, 막내 시누이가 현숙이라서 우리는 사숙이이지만 삼숙이도 된다. 이종사촌 언니는 정숙이, 이종사촌 동생이 인숙이이니 만약 성사 된다면 제 2의 삼숙이와 사숙이 클럽이 될 것이다. 황소 특유의 무던하고 우직함으로 (  )숙이를 계속 찾아 삼숙이와 사숙이가 되는 그날까지 성실히 마담뚜 역할을 할 것이다. 󰡒보다 천천히, 보다 낮게, 보다 부드럽게, 보다 가까이󰡓

가족과 이웃을 배려해야할 때가 있다.기다림이 있는 자는 행복하다. 결혼이 성사되면 한 때 들었던 마담뚜가 부활할 것이다. 부활절이 4월 12일인데 남편과 함께 세례 받을 생각을 하니 설레인다. 봄은 변화와 희망의 계절이다. 따뜻한 이 봄에 남편은 사도바울로, 나는 바울라로 거듭나고 이종 사촌동생과 베로니카 선생님도 따뜻한 가정을 이루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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