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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레지오의 조직과 규율은 바꿀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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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석 [drhur] 쪽지 캡슐

2004-10-07 ㅣ No.68

 

2004년 7월호


교본 해설 43


제20장 레지오의 조직과 규율은 바꿀 수 없다


변화와 쇄신(renew), 그리고 다양성에 대한 욕구와 가치관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현대 사회는 전통과 발전을 어떻게 조화롭게 이어나가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져있다.

천주교회는 이러한 변화와 적응에 대한 질문에 대해 역사적으로 경험에서 우러난 다음과 같은 표어를 갖고 있다.

ꡒ다양성 안에서의 일치성, 그리고 일치성 안에서의 다양성!ꡓ

참으로 조화로운 말이며 교회의 신비를 드러내는 말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일치 안에 머무는 하느님의 일치성! 그리고 일치 안에서도 그리스도의 형제적 사랑을 나누며, 서로 사랑하고 위로가 되며, 다양한 모습으로 창조된 자신의 달란트를 실현해 나가는 삶이 바로 우리 교회의 아름다운 모습이다. 성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모자이크가 다양한 문양이 조화되어 아름다운 것처럼 넓은 마음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다채로움을 갖는 이유는 우리 교회의 이름, 즉 ꡐ가톨릭ꡑ(Catholic)에서부터 그 의미를 알아볼 수 있다.


가톨릭(Catholic)이란 무슨 뜻인가? 바로 ꡐ보편적ꡑ이라는 뜻이다. 보편(普遍)이란 ꡐ널리 두루 미칠 수 있어 거부반응 없이 모든 사람에게 선익이 되고, 각기 다른 문화와 개성을 함께 발휘하며 하느님의 넓은 사랑을 펼칠 수 있는 넓은 마음ꡑ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천주교에서는 각 나라의 문화와 지방의 풍습을 존중하고, 오히려 그것을 보존하며 현대화시키는 작업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에 구체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다.

교회는 그 구성원인 신자 각 개인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것은 신자 한분 한분이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하느님의 거울이며 고귀한 존재이기 때문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세례성사와 견진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며 일치된 사제요, 인류구원의 빛의 자녀로서 복음을 선포하는 왕직을 수행하는 평신도 사도직의 거룩한 소명을 받은 존재로 탄생되었기 때문이다. 레지오 마리애는 바로 이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단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평신도 사도직의 지평을 연 공의회에 앞서 탄생된 선구자라고 자평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교회는 살아있는 하느님의 성전이다. 교회는 하느님의 영적인 생명체와 같이 늘 새로워지고 성장한다. 따라서 교회의 모든 사도직 단체와 구성원은 유물론적 시각이나 경영학적 시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교본은 ꡐ현대화된 단원들ꡑ이 레지오라는 이름만 남기고 거의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는 경우가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들의 구상을 기존 단체의 제도에 덧붙이거나 변경하는 것을 막으면 이를 ꡐ횡포ꡑ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레지오가 쌓아 올린 지위와 그 단원들을 자신의 소유물로 바꾸어 놓으려는 불법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레지오의 본질을 나타내는 말 중에 다음의 말을 우리는 참으로 주의 깊게 마음에 새겨야 한다.

ꡒ레지오는 성령의 인도 안에서 시대와 지역 상황의 토양 안에서 성모님의 은총의 비를 맞고 자란 가톨릭이란 색과 향기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장미이다.ꡓ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줄기가 굵고 가시가 많은 장미일수록 강하고 싱그럽다.

줄기가 굵고 키가 크고 가시도 많고 잎이 무성하면 뿌리로 흡수한 물속의 여러 독소들과 영양들을 정화하는 과정이 여러 차례로 세분화되고 면역이 생기면서 더 기후와 토양에 적응하며 성장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레지오 역시 지역의 특수성과 개성, 그리고 문화에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해 단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여러 계층의 평의회를 활용한다.


교본에서 강조하였듯이 레지오가 여러 계층의 평의회를 두는 주된 목적은 레지오의 제반 제도를 본래의 모습대로 정확히 보존하려는 데 있다(교본 20,5).

사실 한국 레지오 마리애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그간 성공적으로 수행한 주된 부서 역시 각 평의회의 다른 단체에서는 불가능한 의견 수렴과 교육 등을 해왔다.

ꡒ무엇을 바꾸려는 자는 먼저 바꾸려는 자신의 마음부터 바꾸어야 한다ꡓ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요리하는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의 손이 불결하고 담은 자신의 그릇이 더럽다고 한다면, 누가 그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성모님의 계시와 기적이 일어나면, 교회는 그 메시지를 받은 이들에게 가장 먼저 명령하는 것이 있다. 바로 ꡐ침묵ꡑ이다. 침묵을 얼마나 잘 지키는가를 보고 교회에 대한 사랑을 평가하며, 교회는 그 메시지를 침묵이라는 순명 안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분별한다고 한다.

우리는 미사 중 사제의 복음 봉독시에 작은 십자표를 머리와 입술과 가슴에 긋는다.

그것은 무슨 뜻일까? 복음의 내용을 머리에 새기고 그 말씀을 삶으로 선포하되, 단순히 세속적, 개인적 지식의 바탕에서가 아니라 믿음과 세월 안에서 여유를 갖고 가슴으로, 복음으로 자신의 삶 안에 성장시킴을 다짐하는 것이다.


ꡒꡐ먼저 기도 하여라! 그리고 청하여라! 먼저 사랑하여라! 그리고 바꾸어라!ꡑ

그러면 이미 청하는 것이 너의 손에 있을 것이며, 그러면 이미 바꾸려는 것이 더 아름답게 사랑 안에 있을 것이다ꡓ라는 성인의 말씀대로 우리는 먼저 우리의 전통과 규율을 존중해야 한다.

건축 중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무리하게 공기단축을 강행한 데서 온다고 한다. 무리한 발전과 완성, 이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말이있다. 옛것을 연구하여 거기서 새로운 지식이나 도리를 찾아낸다는 뜻이다.

우리가 사다리를 타고 높이 올라가기 위해서는 한 계단 한 계단 번갈아 발을 옮겨야 한다.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두 발을 모두 성급히 움직였다간 높은 사다리에서 떨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레지오 마리애의 규율은 교본에서도 밝힌 바대로 이론을 토대로한 것이 아니라 경험과 영성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진 가장 검증된 경험서이다.

자신의 의견이 물론 좋아보이지만 좀더 신중히 검토하여 조언하고 충고하는 문화가 필요한 때이다. ꡐ충고ꡑ가 받는 이들과 그것을 수용하는 단체에게는 힘든 ꡐ고충ꡑ이 될 수 있다. 성모님께서 가브리엘 천사의 아룀을 받으시고 어떻게 응답하셨는가? 그분은 ꡐ곰곰이ꡑ 생각하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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