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강론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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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흥보 [peters1] 쪽지 캡슐

2018-08-06 ㅣ No.3614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8/6

 

가끔 기도할 때 느끼게 되는 것은 주님께서는 매 순간 다르게 다가오신다는 것입니다. 지난 번 그 때처럼 오시지 않고 늘 새롭게 만나게 됩니다. 지난 번 그 체험은 추억의 단편일 뿐 그 편린이 오늘의 체험과 같을 수 없고, 그 편린들을 다 합쳐도 주님이시라고 확언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인간의 사고와 체험영역 안에 가둬둘 수 없음을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고정적인 한 개념으로 구체화시킬 수도 없고, 하나의 개념이나 명제로 정의하면 그 순간부터 그것은 하느님이 아니라 우상이 되기 시작합니다. 그저 추억들이 주 하느님을 만나고 연결하는 하나의 고리일 수는 있어도, 하느님을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데리시고 산에 오르시어 새하얗게 빛납니다. 그 때 엘리야와 모세가 함께 영광스럽게 변모된 예수님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 장면이 너무나 좋고 또 주님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단순한 마음으로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마르 9,5) 라고 제안합니다. 마르코 복음서 기자는 이러한 베드로의 제안을 두고 사실 베드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제자들이 모두 겁에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6) 라고까지 평가합니다 .그러자 하늘에서는 베드로의 구체적인 제안에 이러저러한 반응 없이 그저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7) 라는 답변만이 들려왔다고 적음으로써, 베드로의 청원이 적절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합니다.

 

탈출기에 보면, 에집트에서 탈출한 후에 사막에서 주 하느님께서 매일 먹을 만나를 주십니다. 그런데 그날의 필요이상으로 만나를 모아둔 사람들은 다음날 아침에 거기에서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탈출 16,20)고 합니다. 우리가 영광스럽게 받아 누리는 주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은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형제자매들과 같이 나누어 함께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데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자기 혼자 간직하려고 더 큰 창고를 짓고 더 높은 담을 쌓기 시작하면, 잉여된 만나에서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나듯이, 스스로를 파멸시키고 이웃에게 폐악을 끼치게 됩니다. 주님을 오롯이 흠숭하는 마음으로 형제자매들과 공존의 길을 마련함으로써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갑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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