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기경님께 드리는 사랑의 편지

당신이 있으라 하셨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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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신부 [simona] 쪽지 캡슐

1998-12-16 ㅣ No.51

주 안에 사랑하는 추기경님 !

안녕하셨습니까 ? 저는 군종 신부로 지금 청주에 있는 공군사관학교와 제 17 전투 비행단에서 사목하고 있는  조 정래 (시몬 ) 신부입니다.

저 지금 명동성당  사무처 건물에 있는 교구 전산실 최성우 신부방에 있습니다.

최성우 신부 2년 선배이지만 옛날 신학교 시절 같이 공부했었고 함께 방도 썼던 사이입니다.

추기경님  전 창피하지만  소위 말해서 ' 컴맹 ' 입니다.  

웬지 컴퓨터에 앉아있는 것이 별로 맘에 안들어서 배우지 안았습니다.  겨우 타자 치는 정도이지요.

그런데 육군에 계신 이성운 (미카엘) 신부님께서  앞으로 ' 컴맹 ' 은 용서치 안겠다고 하셨고  교구와의 긴밀한 일치와 협조를 하려면, 또 정보화 시대를 따라가려면  컴퓨터를 해야한다고 하시면서 컴퓨터를 사도록 하시고 보조도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 교구 전산실에 와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추기경님.

제가 군대에 온지도 햇수로 5 년째 입니다.  이 강서, 임용환 신부와  같이 들어 왔는데  그 신부들은 올해 7월에 제대했지요

그런데 저는 군에 좀 남아 있기로 했습니다. 결코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제 성격이 군에 잘 맞는 것 같지도 않고 , 규격화, 제도화된 군대라는 틀안에서 매일 한 가지 직업의 신자들 만 만나야 한다는 점이라든지, 끊임없이 뭔가를 얻어다가  먹이고 갖다줘야한다는 등.....

그런데 좀 거창하게 말씀드려서  사도 바오로께서 말씀하신대로  ' 모든이에게  모든 것을 ' 이라는 말은 제게는 ' 필요한 곳에 , 필요한 형태와 사람' 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으로 들렸고  지금 저에겐  군대에, 그것도 공군에 신부가 필요하다는 요구로 다가왔습니다.

현재 공군엔  14 명의 신부가 있지만  거의 전부가  단기복무자입니다. 그래서 중요 부서나 큰 부대에는 계급이 낮은  신부들이 배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신교와 불교에게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지금 개신교에서는 더이상 전교가 되지 안습니다.   그러다 보니 뚫고들어오는 곳은  군대입니다. 이들은 지금 군에  정말 엄청난  물적, 인적 자원을 쏟아붇고 있습니다.  

특별히 교리기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절차도 간단하기에 훈련소에서는 엄청난 군인들에게  소위 '세례세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이 나라가 개신교 국가가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될 지경입니다.  저도 군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습니다.

아뭏튼 추기경님,  제가 이러저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군에 남아 있기로 했는데,  사실은 추기경님께서 저에게 주신 말씀이 저에겐 아주 큰 영향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제가 대구 기지 (K 2 ) 에서 사목하고 있을 때 추기경님께서 대구에 한 번 오신적이 있었고, 제가 추기경님을 모시고 다녔었지요.

그 때 당신께서 정말 진지하고 엄중한 말씀으로 " 우리 서울교구 신부들은 군에 갔다가  빨리 나오려고만 한다 " 하시면서  " 조 신부, 군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좀 남아있을 생각 없나 ? "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그저 웃고 말았지만  그 이후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었습니다.

참 당신의 그 한 말씀은  저에게 그렇게 영향력이  큼  ' 말씀'  이셨습니다.

추기경님

당신이 그렇게 사셨듯, 저도  '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람' 으로 살고 싶습니다. 기도해 주십시요.

이제 곧 주님이 탄일을 축하하는 날이 다가오는군요. 미리 성탄 축하드립니다.

전 신자들과는  주님의 탄일을 축하하지만,  예수 그 분이 도대체 누구신지도 모르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그 분을 알리면서  살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날  추기경님의  ' 영명축일 '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몇일 전  정명조 주교님 환송미사에서 멀리서 나마 뵈었습니다.  그 특유의 미소가 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많은 사람에게   영향력있는  좋은 말씀 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의 한 말씀은  너무도 많은 사람에게 등불이 되고,  등대가 되며 이정표가 됩니다.

다시한번 성탄과 영명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안녕히 계십시요.

 

 

                                      1998. 12. 16.    교구청 전산실에서     

                                                                      조 정래 ( 시 몬 ) 신부 드립니다.

 

 

 

 

 

 

추신)  이 짧은 편지 쓰는데 이 '컴맹'은 자그만치 48분 이나  걸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Good  News  가입해서 처음 쓰는 편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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